‘트렌디하고 미래 지향적인 CEO.’
대중의 눈에 비치는 구광모 LG 회장의 대표 이미지다. 한경비즈니스 CEO PI(최고경영자 이미지) 설문 조사(복수 응답)에서 구 회장의 외적(외모·패션) 요소에 가장 부합하는 이미지로 ‘트렌디한(46%)’, ‘모범적인(44.6%)’ 이미지를 비롯해 ‘호감형’, ‘스타일이 좋은’이라는 키워드가 각각 31.8%로 나타났다. 내적(성격·성향) 요소로는 ‘미래 지향적인(50.2%)’, ‘혁신적인(49.2%)’, ‘신중한(34.8%)’이라는 이미지 키워드가 나왔다.
구 회장의 행동 언어(화술·행동)에 대해서는 ‘추진력 있는(39.8%)’, ‘리더십 있는(30.4%)’, ‘소통하는(27.8%)’ 이미지로 조사됐다. 구 회장의 이미지는 LG그룹과 LG전자, 전기차 배터리, LG 클로이 로봇 등 기업 브랜드와 제품, 서비스에 미치는 영향도 전반적으로 긍정적(64.4%)인 것으로 나타났다.
구 회장에게서 대기업을 이끄는 최고 의사결정권자라는 권위주의적인 이미지는 찾아볼 수 없다. 구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임직원들에게 자신의 호칭을 ‘회장’ 대신 ‘대표’라고 불러줄 것을 당부해 사내에서는 ‘구광모 대표’로 불리고 있다. 현장 경영 행보에도 기자들과 임직원을 대동하는 다른 CEO들과 다르다. 자신의 방문 일정을 공개하지 않고 ‘LG전자 베스트샵’을 깜짝 방문해 조용히 둘러보고 직원을 격려하고 조용히 사라진다. 관행이나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진정성 있게 다가가는 소탈하고 실용주의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에피소드다.
그래픽=윤석표 기자구 회장이 고농도 미세먼지가 장기간 이어지던 2019년 전국 초중고에 공기 청정기 1만 대를 기증한 이후 ‘재계 모범생’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기 시작했다. 당시 그는 가전 사업을 총괄하는 LG전자 H&A사업본부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어느 기종이 가장 적합한지, 추가 생산에 어려움이 없을지 등을 꼼꼼하게 묻고 “학교에 보낼 공기 청정기를 우선적으로 생산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모두 LG그룹이 구 회장의 대표 커뮤니케이션 키워드로 삼고 있는 ‘고객’, ‘미래’, ‘실용’과 연관된 일화들이다.
2018년 LG그룹 회장에 취임해 아직 CEO로서 경영 기간이 짧지만 구 회장의 리더십과 추진력은 인정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구 회장의 이런 경영 스타일은 LG그룹 기업 문화의 호감·친근함·부드러움과 연결되고 있다. 대표적인 40대 젊은 총수인 만큼 신사업 개척 속도도 매우 빠르다. 유망한 인공지능(AI)·로봇·전장 사업 분야를 LG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키우고 실적이 부진한 사업 부문은 과감하게 접으며 ‘뉴 LG’를 가속화하고 있다.
강함수 에스코토스컨설팅 대표는 “시장 지배력 강화를 위한 과감한 투자, 인수·합병(M&A) 추진, 디지털 전환 등을 통해 도전하지 않는 것 자체가 실패라는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선택과 집중, 기존과 다른 인사 결정과 실용적 결정을 제시하며 강하고 단단한 LG를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구 회장의 PI에 대해서는 선택과 집중의 경영 전략처럼 적절한 타이밍을 고려해 인지도를 강하게 끌어올릴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강 대표는 “특별한 경영 성과, M&A 빅딜 등 LG의 체질 개선을 상징하는 여러 가지 기회를 고려해 구 회장이 직접 메신저가 돼 멋진 어젠다를 전달하면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