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국 하림지주 회장은 열한 살 때 외할머니가 사준 병아리 10마리를 키워 판 돈으로 사업을 시작해 자산 10조원 규모의 재계 순위 31위, 육가공업계 1위 하림그룹을 일궜다. 김 회장은 팬오션 인수를 계기로 종합 물류 기업으로 도약할 계획이다.
2015년 해운 업체 팬오션 인수를 통해 몸집을 불렸던 하림그룹은 본업인 육가공 중심 사업의 성장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하림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발표한 2021년 한국 대기업집단 순위에서 31위를 차지해 27위였던 전년보다 4계단 하락했다.
하림그룹은 육가공 중심에서 종합 식품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2020년 전북 익산에 ‘하림 푸드 콤플렉스’를 완공하고 가정 간편식(HMR)과 즉석밥·라면·조미료 등을 생산하고 있다.
식품 신사업은 후발 주자로 아직 자리 잡지 못했고 시장 진입을 위한 시간과 노력도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김 회장은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최근 저비용 항공사(LCC) 이스타항공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김 회장의 항공사 인수 도전에는 2015년 법정 관리에 빠진 팬오션을 인수해 연간 2000억원의 수익을 내는 회사로 성장시킨 경험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림그룹이 이스타항공을 인수에 나섰던 이유는 기존 물류 사업과의 시너지 기대감 때문이었다. 김 회장은 서울 양재동에 도시첨단물류단지 건립도 추진하고 있다. 기존 팬오션의 해상 물류에 항공 물류를 더해 양재동 도시첨단물류단지까지 완성되면 육·해·공 물류 비즈니스 삼각 편대를 구축할 수 있다.
하림그룹은 유력 후보로 거론됐으나 최근 이뤄진 본입찰에는 재무적 이유로 불참했다. 김 회장의 숙원 사업인 도시 첨단 물류 단지 조성 사업은 서울시와의 갈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어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
하림그룹은 2016년 4525억원을 들여 양재 트럭터미널 부지를 매입한 후 그 자리에 도시 첨단 물류 단지 개발을 추진해 왔다. 하림 측은 용적률 799.9%, 지하 7층(50m), 지상 70층(339m) 규모의 시설을 조성하겠다고 밝혔지만 서울시와의 의견 충돌로 5년째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이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차원에서는 김 회장의 계열사 임원 겸직 문제가 개선점으로 꼽힌다. 김 회장은 하림지주 이사회에는 100% 출석률을 보였지만 출석률을 공개하고 있는 다른 계열사에서의 출석률은 저조한 편이다.
그동안 김 회장은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들로부터 계열사 임원 겸직이 과다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김 회장은 지주회사인 하림지주를 비롯해 (주)하림·선진·엔에스쇼핑·팬오션 등 7개 계열사에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림그룹은 2017년 공정위의 대기업집단 직권 조사 대상에 올라 일감 몰아주기 혐의 사건에 대한 조사를 받았다. 최종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공정위는 하림이 계열사를 동원해 김 회장의 장남 김준영 씨가 100% 지분을 보유한 비상장 회사 올품을 부당 지원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