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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침체에 발목 잡힌 중국 경제 / 롭 서배러먼, 노무라홀딩스, 생산자물가(PPI), 소비자물가(CPI), V자 회복, 불균형한 회복, 경기 회복세, 해관총서, 인민은행, 초청 좌담회, 리커창 총리, 국제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내수 침체와 원자재 값 상승이 ‘나 홀로 고공 행진’을 이어 가던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 코로나19로 인한 단기 불황에서 벗어나 올해 1분기 V자 반등한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2분기엔 반 토막이 났다. 팬데믹(세계적 유행)이 만든 불확실성이 서서히 걷히자 중국 경제 곳곳에 자리했던 위기 신호가 고스란히 모습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예상치 밑돈 중국의 2분기 성장률

 

중국 국가통계국은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28조2857억 위안(약 5017조원)으로 작년 2분기보다 7.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7월 15일 발표했다. 전문가 예상치인 8.1%를 밑돌았다. 올해 1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1992년 분기별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최고치인 전년 동기 대비 18.3%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6.8%로 떨어졌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경제 활동이 멈추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작년 2분기 3.2%로 반등했고 3분기 4.9%, 4분기 6.5%를 각각 기록했다.


코로나19의 기저 효과를 빼고 보면 올 2분기 성장세는 예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2019년 2분기와 비교하면 중국의 GDP는 2년 동안 평균 5.5%씩 성장했다. 코로나19 이전에 6%대 성장률을 이어 갔던 것과 차이가 있다.


전문가들은 기저 효과에 따른 착시를 줄이기 위해 GDP 증가율을 전 분기 대비로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국의 전 분기 대비 2분기 성장률은 1.3%다. 1분기 0.4%에 비하면 올라갔지만 2019년까지 5년여 동안 전 분기 대비 성장률 1.5% 안팎을 꾸준히 유지했던 데 비하면 부진한 성적표다.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올해 하반기부터 중국의 수출 성장세가 꺾이면서 경제 지표가 ‘상고하저’ 형태를 보일 것으로 전망해 왔다. 중국 경제가 올해 2분기부터 성장 둔화 분위기로 돌아선 것은 예상 밖이란 평가가 많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의 경제 성장이 2분기에 예상보다 더 느려졌다”며 “공식 발표 자료는 높아진 원자재 가격이 공장 활력을 저해하고 코로나19 확산이 소비 심리를 억눌렀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롭 서배러먼 노무라홀딩스 글로벌리서치 대표는 “중국이 코로나19 사태에 먼저 들어갔다가 먼저 나온 상황을 볼 때 중국 경제가 냉각되면 다른 나라도 곧 따라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 지탱하던 내수 부진

 

중국의 핵심 성장 축인 내수 소비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게 이른 둔화세의 원인으로 꼽힌다. 국가통계국이 이날 GDP와 함께 공개한 6월 소매 판매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2.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 3월 34.2%를 기록한 뒤 석 달 연속 하락세다. 작년 6월 소매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8% 줄었다. 코로나19의 기저 효과가 상당히 컸다는 의미다. 이를 반영하면 내수 경기가 7~8%를 유지하던 2019년 수준으로 돌아갔다는 분석이다.


소비 증가를 주도하는 품목이 자동차, 대형 가전제품 등 고가 제품에 쏠린 것도 경기 위험 신호로 읽힌다. 식음료, 일용 소비재 소비량은 코로나19 때였던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경기 회복의 온기가 서민층까지 퍼지지 않는 것이다. 컨설팅 업체 베인앤드컴퍼니는 “저소득층이 대거 실직하거나 임금이 더 낮은 일용직으로 이동하는 것을 지켜본 중산층이 지갑을 선뜻 열지 못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내수 시장이 삐걱거리자 도매가격을 뜻하는 생산자물가(PPI)와 소매가격인 소비자물가(CPI) 격차는 더 커졌다. 올해 5월 중국 PPI는 작년 동기보다 9% 상승했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게 영향을 미쳤다. 반면 CPI는 1.3% 오르는 데 머물렀다. PPI와 CPI에 차이가 벌어지면 기업 이익은 그만큼 줄어든다.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부터 중국의 수출 성장세가 꺾이면서 경제 지표가 ‘상고하저’ 형태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해 왔다.


성장 지표로 꼽히는 산업 생산과 고정 자산 투자 증가세도 주춤했다. 지난 6월 산업 생산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8.3%까지 떨어졌다. 올해 1~2월 35.1% 증가율을 기록한 뒤 계속 내리막이다. 부동산 경기의 바로미터인 고정 자산 투자 증가율도 12.6%로 4개월째 하락세를 이어 갔다.


블룸버그통신은 “제조업 생산과 수출에 힘입은 최근 몇 달간의 가파른 V자 회복이 정점에 달했다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수출은 그나마 호조를 이어 가고 있다. 하지만 수출에 비해 내수 경기 회복은 더딘 ‘불균형한 회복’이 지속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중국 관세청(해관총서)에 따르면 6월 중국의 수출은 2814억 달러(약 322조원)로, 작년 같은 달보다 32.2% 증가했다. 전달의 27.9%와 전문가 예상치 23.1%를 모두 웃돌았다. 지난 6월 수입은 2298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6.7% 늘었다. 예상치인 30%보다는 높았지만 5월의 51.1%에 비해선 큰 폭으로 내려갔다. 이에 따라 중국의 6월 무역 수지는 516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중국 경제는 지난해 2.3% 성장률을 기록했다. 주요국 중 플러스 성장을 이룬 것은 중국밖에 없었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경기 회복세를 관찰하기 위한 모델 국가로 중국을 주목했던 이유다.


하지만 깜짝 성장은 오래가지 못했다. 류 아이허 국가통계국 대변인은 “경제가 꾸준히 회복되고 있다”면서도 “경기 회복세가 불균형하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이 중국 경제에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 정부가 고용을 늘리고 기업 지출을 확대하기 위해 정책적 지원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성장 정체기를 바라보는 중국 정부의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 인민은행은 7월 15일부터 지급 준비율을 0.5%포인트 낮췄다. 이번 지준율 인하로 공급될 장기 자금 규모는 1조 위안(약 177조원)에 달한다.


인민은행은 이번 지준율 인하로 금융회사들이 매년 130억 위안에 달하는 비용을 절감하게 돼 더욱 낮은 금융 비용으로 외부에 대출해 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인민은행이 지준율을 내린 것은 작년 4월 이후 15개월 만에 처음이다. 코로나19의 충격 속에서 작년 중국은 1월, 3월, 4월에 각각 한 차례씩 모두 3차례 지준율을 인하했다. 고강도 경기 부양 정책에 힘입어 작년 하반기부터 중국 경제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자 비상 통화 정책을 정상 통화 정책으로 돌리는 출구 전략 시행에 나섰다.


중국이 다시 지준율 인하 카드를 꺼내 들고 유동성 공급 확대에 나선 것은 최근 세계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자국 제조업 분야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야오웨이 소시에떼제네랄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가 경제가 좋을 때 지준율을 내린 적이 한 번도 없다”며 “하반기 지준율 추가 인하에 이어 내년 기준 금리 인하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준율 인하로 시장에 유동성이 불어나면 단기적 경제 반등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면 중국 내 부실 부채가 늘고 부동산 거품만 커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크다. 지난해 말 중국의 GDP 대비 총부채 비율은 역대 최고치인 270.1%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선뜻 구조 조정에 나서지는 못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중국 당국은 최근 본격화한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이 자국 경제 회복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고 판단하고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다. 리커창 총리는 2분기 경제성장률 발표를 앞둔 7월 12일 전문가 초청 좌담회를 열고 “경제의 안정적 운영이 공고해지고 있지만 국내외 환경이 여전히 복잡한 가운데 특히 원자재 가격의 큰 폭 인상이 기업 비용을 높여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적극적인 대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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