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렌터카의 신용도 개선세가 파죽지세다. SK네트웍스의 렌터카 부문 통합을 계기로 빠르게 몸집을 키우는 동시에 수익성을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라는 부정적인 경기 변수로 사업 안정성을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한 모습을 보이던 신용 평가사들은 앞다퉈 SK렌터카의 신용도 전망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SK그룹의 신용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신용 평가사, SK렌터카에 긍정적 신용 전망 부여
SK렌터카는 올해 상반기 신용 평가사들로부터 가장 많은 호평을 받은 기업 중 하나다. 국내 렌터카 시장에서 사업 안정성을 갖췄고 비용 효율화로 수익까지 증가시킨 덕분이다.
신용 평가사들은 정기적으로 기업들의 사업과 재무 상태를 점검하고 중·단기적인 실적 전망과 사업 경쟁력 수준을 감안해 기존 신용 등급을 올리거나 내린다. 물론 유의미한 변화가 없다면 신용 등급을 그대로 유지한다. 회사채 발행 등 특별한 이슈가 없더라도 정기적으로 기업의 신용도가 적절한지 검토해 투자자들에게 신용 등급이 적시에 효용성 높은 투자 지표가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올해 상반기 정기 평가 과정에서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SK렌터카의 ‘안정적’ 신용 등급 전망을 ‘긍정적’으로 조정했다. 현재 ‘A’인 신용 등급이 상향될 가능성이 높다고 시장 참여자들에게 공개적으로 알린 셈이다.
SK렌터카의 신용도에 대해서는 지난해 신용 평가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크게 엇갈렸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해 11월 신용 평가사 중 가장 먼저 SK렌터카의 신용 등급 전망을 ‘긍정적’으로 조정했다. 렌털 시장에서 우수한 사업 기반과 그룹의 다른 기업과의 시너지를 통해 사업 안정성을 높일 것이라는 게 주된 이유였다.
반면 일부 신용 평가사들은 나이스신용평가와 반대되는 의견을 내비쳤다. 시장 참여자 간 점유율 확대를 위해 치열한 가격 경쟁이 이뤄져 수익성 저하가 지속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는 시점이어서 영업이나 재무 현황에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이에 따라 당장 신용 등급을 전망을 올리기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을 좀 더 살펴보고 SK렌터카의 대응 영업 전략과 금융 시장의 변동성을 지켜봐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나이스신용평가를 제외한 다른 신용 평가사들이 신용 등급 전망을 유지한 배경이다.
결과는 기우였다. SK렌터카는 SK그룹에 편입된 이후 조달 비용이 줄고 렌터카 사업 통합으로 대량 구매에 따른 할인 효과가 발생하면서 오히려 수익성이 개선됐다.
인프라 공유를 통한 차량 유지·관리비가 절감되면서 수익성 지표가 좋아진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도 결국 나이스신용평가를 따라 SK렌터카의 신용 등급 전망을 ‘긍정적’으로 달게 됐다.
SK렌터카가 속해 있는 SK그룹은 올해 상반기 정기 평가에서 시련을 겪었다. SK그룹의 대표 계열사들의 신용 등급이 줄줄이 하향 조정된 것이다. 최우량 신용 등급을 갖고 있어 SK그룹의 평균 신용도를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하던 SK E&S는 ‘AA+’ 등급을 내주고 ‘AA’로 내려앉았다.
SK종합화학 역시 ‘AA’에서 ‘AA-’로 신용도가 떨어졌다. SK그룹의 신용도를 이끌던 계열사들이 코로나19의 여파로 업황 악화와 투자·배당 부담을 겪으면서 재무 건전성에 '경고등'이 들어와 신용도가 잇따라 하락한 것이다.
하지만 SK렌터카 등 일부 계열사들의 신용도가 오르면서 SK그룹이 그나마 올해 상반기 신용 등급 정기 평가에서 체면치레를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렌탈과 양강 구도에도 ‘A+’ 도약은 '무난'
SK렌터카의 올해 3월 기준 차량 보유 대수 기준 렌터카 시장점유율은 12.5%다. 1위 사업자인 롯데렌탈에 이어 업계 2위의 시장 지위를 보유하고 있다. SK네트웍스의 기존 장기 렌트 차량이 SK렌터카로 이전되면서 점유율이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동영호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SK렌터카는 SK네트웍스의 렌터카 사업부문을 흡수한 후 고객 기반이 확대되고 포트폴리오가 다각화되고 있다”며 “수익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대당 매출이 높은 중·단기 계약으로 수익성을 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SK렌터카의 지난해 영업수익은 8635억원이다. 전년까지 6000억원 안팎이던 수익이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올해 1분기에는 2486억원을 달성했다.
2019년 415억원이던 영업이익도 지난해 674억원으로 올랐다. 코로나19 사태로 여행이나 관광 산업이 위축되고 있지만 SK렌터카는 높은 수준의 단기 렌털 운행률과 장기 렌털 해지 차량의 단기 렌털 전환 등으로 수익 기반을 다지고 있다.
수년간 자동차 렌털 시장의 수익성은 하락세였다. 캐피털사 등 신규 사업자들이 속속 시장에 진입하고 기존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외형을 확대하면서 업계 전반의 수익성이 나빠진 것이다.
SK렌털 역시 대당 월매출과 장기 회수율 하락, 차량 구매 단가 상승, 처분가액 감소 등이 맞물려 2018년까지는 수익성이 떨어졌다. 특히 2018년에는 지배 구조 변동 과정에서 자회사를 매각하고 청산 관련 손실, 실사 과정 중 대손충당금 추가 설정 등으로 일회성 비용이 발생해 3억원의 순손실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2019년 SK네트웍스 렌터카 부문을 통합한 것을 계기로 자동차의 구매 협상력이 높아졌다. 보험료가 할인됐고 정비 단가 데이터베이스 공유를 통해 수리비도 줄일 수 있게 됐다. 지점 통합으로 비용 효율성도 높아졌다.
이를 통해 2019년 수익성이 나아지면서 지난해 총자산 영업이익률은 3.5%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는 3.2%를 나타냈다. 지난해 0.8%였던 총자산 순이익률은 올해 1분기에 1.8%로 뛰었다.
SK그룹의 지원 가능성도 SK렌터카의 신용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SK렌터카는 SK그룹 고객과 자산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디. 지난해에는 SK네트웍스가 1000억원의 유상 증자에 참여하는 등 계열의 재무적 지원 의지도 뚜렷하다.
유상 증자 등으로 재무 안정성도 상당 폭 개선했다. 올해 3월 기준 부채 비율은 411.6%다. 1년 이내 만기가 돌아오는 유동성 차입 부채 비율은 28.2%다. 잔액으로는 4785억원이다. 2018년 말에 비하면 30%포인트 이상 감소한 셈이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SK네트웍스의 장기 렌털 자산 유입이 완료되면 시장점유율이 20%를 웃돌게 될 것”이라며 “약 4년에 걸쳐 자산에 유입되면서 부채 비율이 현재보다 높아질 수 있지만 자본 확충으로 재무 안정성을 양호하게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향후 전망이 마냥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중·장기적으로 상위권 업체들 간 경쟁이 심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됨에 따라 경기 둔화에 따른 수익성 변동 가능성도 감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