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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으로 향하는 탐사 로봇 3총사 / VSS 유니티, 차륜형 로봇, Perseverance, Sojourner, Curiosity, RTG, Radioisotope Thermoelectric Generator, Ingenuity, SpaceBok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왼쪽)과 그의 일행이 자신이 설립한 우주관광기업 버진갤럭틱의 로켓여객기 `VSS 유니티'를 타고 무중력 상태로 떠 있다. /웹방송 캡처

최근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과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의장이 지구 궤도를 도는 우주 관광에 성공했다. 엘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한 발 더 나아가 화성 여행이라는 큰 꿈을 꾸고 있다. 그런데 화성에는 이미 선발대가 들어가 있다. 올봄 차륜형 로봇과 함께 간 회전익 방식의 드론이 화성에서의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 또 다른 형태의 로봇도 화성에 가기 위해 열심히 개발되고 있다.


탐사에 성공한 로버, 함께 간 드론

화성은 로봇들의 훌륭한 실습 현장이 되고 있다. 화성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활동한 로봇이라면 단연 로버(Rover)를 들 수 있다. 일정한 궤도를 돌면서 항공 사진만 찍는 우주 탐사선들과 달리 로버는 직접 화성의 지형지물을 답사할 수 있도록 6개의 바퀴로 이동한다.


올봄 화성에 착륙한 퍼시비어런스(Perseverance)는 5세대 로버다. 로버가 화성에 첫발을 디딘 것은 무려 25년 전인 1996년이다. 당시 투입된 1세대 로버 소저너(Sojourner)는 무게 10.5kg의 소형이었다. 이후 2004년 화성 지형을 조사할 다양한 카메라와 지표면의 토양과 광물의 성분을 분석할 각종 장비들을 탑재한 쌍둥이 로버 스피릿(Spirit)과 오퍼튜니티(Opportunity)가 화성에 착륙해 각각 2010년, 2019년 오랜 기간 동안 탐사 활동을 벌였다.


쌍둥이 로버는 태양광 발전판을 동력원으로 삼았고 다양한 장비를 탑재한 만큼 크기도 소저너보다 훨씬 커 높이 1.5m, 가로 2.3m 세로 1.6m에 이르고 무게도180kg에 달했다. 하지만 쌍둥이 로버는 큰 제약을 갖고 있었다. 태양광 발전판을 동력원으로 삼다 보니 날씨가 나빠 태양광을 충분히 쐬지 못하면 로버의 가동도 중단됐다. 2011년 화성에 투입된 4세대 로버 큐리오시티(Curiosity)는 동력원 제약을 넘어서기 위해 우주 탐사선에 사용될 정도로 강력한 방사성 동위 원소 열전기 발전기(RTG : Radioisotope Thermoelectric Generator)를 장착했다. RTG는 방사성 동위 원소가 붕괴될 때 발생하는 열을 전기로 바꾸는 시스템이다.

 

퍼시비어런스는 큐리오시티보다 더 큰 로봇 팔을 탑재하고 신형 광석 샘플 수집 시스템까지 갖추고 있는 무게 1톤의 대형 로버다. 퍼시비어런스의 동력원은 큐리오시티와 같은 RTG다. 퍼시비어런스는 이전 세대의 로버들보다 향상된 자율 기능을 갖추고 있어 보다 넓은 지역을 자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다.


하지만 퍼시비어런스도 접근할 수 있는 지형이 한정적이란 로버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로버와 같은 바퀴 방식의 이동체는 고른 토양으로 이뤄진 평지에서 원활하게 움직이지만 경사지나 험준한 지형에는 접근하지 못한다. 그래서 보다 다양한 지형지물에 접근할 수 있는 탐사 로봇의 필요성이 계속 제기돼 왔다. 퍼시비어런스는 그 첫째 대안과 함께 화성에 갔다.


퍼시비어런스는 지난 2월 복부 밑에 헬리콥터처럼 회전 날개로 양력과 추력을 만드는 회전익 방식의 드론인 인저뉴어티(Ingenuity)를 탑재하고 화성에 착륙했다. 드론은 공중에서 지형을 내려다보므로 로버보다 더 넓은 면적을 재빨리 탐색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다.


그런데 비행의 유일한 무대인 화성은 회전익 방식의 드론이 날기에 무척 불리한 환경이다. 화성에는 이산화탄소가 많아 대기 밀도가 지구의 1%에 불과하므로 회전 날개로 대기를 밀어 양력과 추력을 만들기 어렵다. 또 중력도 지구의 3분의 1에 불과해 이착륙 과정에서 자그마한 충격만 받아도 크게 튀어오르거나 내려앉을 위험이 크다.


이런 여건에서도 원활하게 비행하도록 만들어진 인저뉴어티는 가로 14cm, 세로 19cm, 높이 16cm에 무게 1.8kg(화성 기준 0.68kg)의 작은 몸체와 상대적으로 유달리 큰 직경 1.2m의 동축 반전 로터로 구성돼 있다. 인저뉴어티가 충분히 비행할 수 있게 로터의 회전 속도는 분당 2500회에 달한다. 인저뉴어티는 스스로 자동 비행하도록 만들어졌다. 지구와 화성 간의 통신에는 최대 20분의 시차가 걸리므로 인저뉴어티는 사람이 실시간 조종하지 않고 스스로 자동 비행하도록 만들어졌다. 인저뉴어티의 동력원은 초기 로버들과 같은 태양광 발전판이고 6개의 리튬 이온 전지에 필요한 전기를 저장한다. 인저뉴어티는 본래 약 5회의 시험 비행을 시도할 예정이었지만 2021년 7월 24일까지 총 10회의 비행을 마쳤다. 인저뉴어티의 성공적인 비행으로 헬리콥터 방식의 드론도 효과적인 화성 탐사 로봇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화성에는 로버와 드론으로 접근하기 힘든 지형이 여전히 많다. 로버는 경사지에 접근하지 못하고 드론은 동굴 등 지하 공간에 들어가기 어렵다. 로버와 드론이 접근하지 못하는 공간에서 토양 샘플을 채취하고 영상을 기록하는 등 다양한 탐사 활동을 벌일 차세대 탐사 로봇의 유력한 후보는 보행 로봇이다.

세계 최고 부자 제프 베이조스(왼쪽 두 번째)가 20일(현지시간) 자신이 설립한 우주탐사 기업 '블루 오리진'의 '뉴 셰퍼드' 로켓을 타고 고도 100㎞ 이상 우주여행을 마친 뒤 지구로 무사히 귀환해 동료 탑승자들과 함께 자축하고 있다. 베이조스(57)는 이날 자신의 동생 마크 베이조스(50·오른쪽), 82세 할머니 월리 펑크(오른쪽 두 번째), 18세 네덜란드 청년 올리버 데이먼(왼쪽)과 함께 미국 텍사스주 서부 사막지대에서 이륙한 '뉴 셰퍼드' 로켓을 타고 10분간 우주 관광을 마친 뒤 지구에 안착했다. 

차세대 탐사 로봇은 보행 로봇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2020년 12월 화성의 거친 지형과 지하 공간을 탐색할 로봇을 공개했다. NASA가 공개한 로봇은 보행 로봇으로 유명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스폿(Spot)이었다. 화성 탐사용으로 개조된 스폿은 자율주행 기능이 강화됐다는 의미에서 Au-스폿이라고 불린다. Au-스폿은 이동성 측면에서 로버보다 우수한 점이 많다.


일단 다리로 이동하므로 경사지나 암석이 많아 울퉁불퉁한 지형에서도 비교적 쉽게 이동할 수 있다.무게도 큐리오시티나 퍼시비어런스의 10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가벼워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다. 큐리오시티의 이동 속도가 시속 0.14km에 그치는데 반해 Au-스폿은 시속 5km 정도로 이동할 수 있어 훨씬 빠르다.

 

Au-스폿에는 주변을 탐색하는 다양한 센서들이 장착돼 있다. 거리와 장애물을 알아내는 라이다, 주변 지형의 3D 지도를 만들기 위한 광학 카메라와 적외선 카메라 외에 동작 센서도 갖추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AI)의 학습 기능을 탑재해 장애물과 연구 대상이 될 지형을 식별할 수도 있다. Au-스폿은 화성 동굴 탐사에 대비해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의 용암 동굴처럼 화성 지형과 비슷한 곳에서 계속 테스트 중이다.


차세대 탐사 로봇의 또 다른 유력 후보는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과 독일의 막스플랑크 태양계연구소가 공동 개발 중인 스페이스복(SpaceBok)이다. 스페이스복은 원래 달의 약한 중력을 역이용해 이리저리 점프하는 식으로 이동하는 로봇으로 구상됐다. 하지만 모래와 바위, 가파른 언덕으로 구성된 화성의 복잡한 지형에서는 통통 뛰어다니는 것이 상당히 위험하다. 그래서 개발자들은 스페이스복의 관절과 움직임 패턴을 화성에 맞게 변경하고 있다. 스페이스복의 개발자들이 특히 주목하는 부분은 발이다. 발이 평평하면 모래 위에서 움직이기 쉽지만 경사지에서는 미끄러질 수 있다. 발이 얇으면 모래 속에 가라앉을 수도 있다. 그래서 스페이스복의 개발자들은 적합한 발의 형태와 면적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어느 로봇이 되든 간에 머지않은 미래에는 로봇 개가 화성을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여 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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