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의 두산인프라코어(14,250 -4.68%) 인수 작업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건설기계 중간지주사 현대제뉴인은 최근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하며 공식 출범했다. 현대제뉴인은 8월 안에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매듭지을 계획이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현대제뉴인은 현대건설기계(47,300 -4.83%)와 두산인프라코어를 자회사로 두고 통합 경영을 시작한다. 두 회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해 건설기계 부문 글로벌 5위권 기업으로 자리매김한다는 목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건설기계 사업을 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키울 방침이다.
현대제뉴인 공동 대표에 권오갑·조영철
현대중공업그룹은 7월 27일 현대제뉴인 임시 주주 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63,100 -1.25%) 회장과 조영철 한국조선해양 사장을 현대제뉴인 공동 대표이사에 선임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이날 공정거래위원회를 포함해 러시아·중국·베트남·터키 등 총 5개국에서 기업 결합 승인을 완료하며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위한 준비를 모두 마쳤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이에 앞선 7월 26일 현대건설기계 지분 33.1%를 현대제뉴인에 현물 출자하고 현대제뉴인의 신주를 확보했다. 인수금융 등 추가적 자금 조달을 통해 8월 총 8500억원의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대금 납부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현대제뉴인의 경영을 주도할 조 사장은 현대오일뱅크 경영본부장, 현대중공업 재경본부장을 지낸 재무통이다. 현재 현대중공업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한국조선해양 경영지원실장을 맡고 있다. 공동 대표에 선임된 권 회장은 2010년 현대오일뱅크 초대 사장을 거쳐 현대중공업지주와 한국조선해양의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권 회장이 현대제뉴인의 공동 대표를 맡은 것은 앞으로 조선·에너지 사업과 함께 건설기계 사업을 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집중 육성하고 책임 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현대제뉴인이 제시한 청사진은 글로벌 ‘톱5’ 기업이다. 현대제뉴인은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통해 건설기계 분야 세계 6~7위권 기업으로 올라서게 된다.
영국 중장비 전문지 KHL의 ‘옐로 테이블’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두산밥캣 부문 포함)의 지난해 기준 글로벌 건설기계 시장점유율은 3.7%, 현대건설기계는 1.2%다. 두 기업의 시장점유율을 합치면 4.9%로 5위인 중국 줌라이언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두산그룹에 남게 된 소형 건설기계 전문 두산밥캣의 점유율을 제외하더라도 5위 업체를 바짝 쫓게 된다.
조 사장은 “건설기계 부문이 그룹의 핵심 사업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건설기계 간 시너지의 극대화를 통해 2025년까지 세계 시장점유율 5% 이상을 달성해 글로벌 ‘톱5’ 자리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는 현대제뉴인이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효과를 극대화하는 그룹 차원의 방안을 조만간 제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동헌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건설기계와 두산인프라코어는 판매하는 제품이 유사한 만큼 원자재 통합 구매와 공동 연구·개발(R&D), 건설 장비 엔진 공유 등을 통해 가격 경쟁력은 물론 납기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적 상승세 이어 가는 현대건설기계
현대중공업그룹의 건설기계 사업은 당장 올해부터 목표를 향해 순항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효과에 더해 현대건설기계도 실적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기계는 올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9649억원, 영업이익 79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1.6%, 영업이익은 644.9% 증가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경기 부양책 등으로 중국 등 신흥 시장에서 건설기계 판매량이 크게 증가한 데 따른 결과였다.
현대건설기계는 1분기 중국 시장에서 3179대의 굴착기를 판매하며 전년 동기 1331대보다 2배 이상 높은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인도 시장에서도 연비를 개선한 20톤급 굴착기 신모델을 출시하는 등 현지 맞춤형 영업 전략을 통해 전년 동기(1106대) 대비 40.0% 증가한 1549대의 굴착기를 판매했다. 북미와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도 수요가 증가하며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늘었다.
현대건설기계는 2분기에도 실적 개선세를 이어 갔다.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68.3% 증가한 70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매출은 42.5% 증가한 9526억원을 기록했다. 신흥 시장은 물론 한국 시장의 성장세와 선진 시장의 수요 회복에 힘입어 건설기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6.3% 증가한 7558억원을 기록하며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산업차량 부문은 북미와 신흥 시장의 수요 증대로 전년 동기 대비 26.5% 증가한 125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하반기 전망도 밝다. 중국 정부 주도의 공공 프로젝트가 하반기부터 재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러시아·중남미 등 신흥 시장에서의 수요 증가를 견인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대건설기계는 최근 브라질에서 2500만 달러(약 290억원) 규모의 굴착기를 수주했다. 브라질 최대 건설 장비 렌털 업체인 ‘아르막’과 22톤급 롱리치(LR) 굴착기 25대와 일반 굴착기 190대, 14톤급 굴착기 48대 등 총 263대의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수주한 굴착기는 내년 6월까지 순차적으로 인도할 계획이다.
현대건설기계는 2013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공장을 설립한 이후 맞춤형 전략을 통해 현지 시장점유율을 올 상반기 기준 19.4%로 끌어올렸다. 2019년 이후 점유율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현대건설기계는 브라질 공장을 중남미 지역의 판매 거점으로 삼아 중남미 굴착기 시장점유율 17.4%를 기록하는 등 현지 시장 공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금융 정보 제공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8월 11일 기준 현대건설기계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전년 대비 133.1% 증가한 2135억원이다. 매출은 27.2% 증가한 3조3296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건설기계 관계자는 “신흥 시장을 비롯해 북미·유럽 등 선진 시장 또한 백신 접종 확대에 따른 경기 회복 추세가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하반기에도 판매 실적 호조를 이어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