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 흥행으로 표절 및 소품 판매 논란 등 법적 이슈 불거져
최근 가장 ‘핫’한 콘텐츠를 꼽으라면 단연 드라마 ‘오징어 게임’일 것이다. 넷플릭스를 통해 서비스되고 있는 이 드라마는 전 세계적으로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많은 국가들에서 ‘오징어 게임’에 대한 얘기가 한창이다. 그런데 ‘오징어 게임’과 관련해 몇 가지 지식재산권 관련 이슈들이 제기되고 있어 흥미롭다.
먼저 ‘오징어 게임’의 표절 논란이다. ‘오징어 게임’의 첫째 게임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로 시작된다는 설정이 일본 영화와 비슷하다거나 감당할 수 없는 채무를 짊어져 절벽에 몰린 사람들이 일확천금을 꿈꾸며 비밀스러운 게임에 참가한다는 전체 스토리 라인이 일본 만화와 똑같다는 것이다. 이런 설정이나 스토리 라인의 유사성이 저작권 침해로 인정될 수 있을까.
저작권의 보호 대상은 학문과 예술 등에 대해 사람의 정신적 노력에 의해 얻어진 사상 또는 감정을 말·문자·음·색 등에 의해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한 창작적인 표현 형식이다.
저작권 보호 대상부터 명확히 알아야표현된 내용, 즉 아이디어나 이론 등의 사상과 감정 그 자체는 설사 그것이 독창성·신규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저작권 침해 여부를 가리기 위해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인 유사성이 있는지의 여부를 판단할 때도 창작적인 표현 형식에 해당하는 것만을 가지고 대비해야 한다.
이처럼 외부에 표현되지 않은 아이디어 자체는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법리를 ‘아이디어-표현 이분법(idea-express dichotomy)’이라고 한다.
따라서 콘텐츠의 소재나 모티브 자체는 그것이 외부에 구체적으로 표현돼 있지 않는 한 아이디어의 영역에 포함되는 것에 불과해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봐야 한다.
예컨대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나 배경이 유사하다는 사정만으로는 저작권 침해가 문제되지 않고 더 나아가 그와 같은 소재나 배경이 특정한 장면 묘사에 구체적·창작적으로 표현돼 있으면서 그 표현 방식이 실질적으로 유사한 경우에야 비로소 저작권 침해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살펴보면 ‘오징어 게임’이 특정 소재나 스토리 라인에서 다른 콘텐츠들과 일부 유사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유사성은 비슷한 장르의 콘텐츠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이른바 ‘클리셰’에 해당하거나 또는 구체적·창작적인 표현이라고 하기 어려워 저작권 침해라고 인정되기 어렵다.
다음으로 ‘오징어 게임’이 큰 인기를 끌면서 작중 등장한 소품들도 덩달아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다. 구슬치기와 설탕 과자, 초록색 트레이닝복, 분홍색 의상, 가면 등 이른바 ‘코스튬’ 등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이처럼 드라마 속에 등장했던 소품들을 제삼자가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행위는 지식재산권 침해 문제가 없을까?
만일 해당 소품들에 관해 디자인권이 등록됐다면 그와 유사한 디자인의 상품을 제작·판매하는 행위는 디자인권 침해를 구성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단순히 색깔과 디자인이 같은 소품들을 제작·판매한다고 해서 디자인권 침해로 문제 삼을 수 없다.
다만 이 경우 부정 경쟁 행위가 문제될 소지는 있는데, 한국 대법원은 드라마 ‘대장금’, ‘주몽’ 등을 연상하게 하는 의상과 소품 등으로 꾸민 인형을 제조·판매한 행위가 타인의 성과물을 도용한 부정 경쟁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 밖에 드라마 속 소품들을 판매하면서 ‘오징어 게임’ 속 장면들을 게시하거나 또는 ‘오징어 게임’과 관련한 로고 등 표장들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면 이는 저작권 침해나 상표권 침해 또는 부정 경쟁 행위에 해당할 수도 있다.
한편 ‘오징어 게임’에 관한 모든 권리는 넷플릭스가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넷플릭스와 협의 없이 무단으로 파생 상품들을 판매하면서 ‘공식 상품’인 것처럼 허위로 광고하는 행위는 표시 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에 해당할 수도 있다.
영화나 음악 외에 한국 드라마가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은 것이 처음이어서 세계 각국에서 쏟아지는 관심이 재미있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우리 문화 산업의 저력을 보여준 사례가 아닐까 한다. 앞으로도 계속해 더 많은 한국 콘텐츠들이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고 큰 인기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