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에서 가장 힘든 ‘중간 관리자’…조언자가 되는 피드백 스킬 갖춰야
조직에서 가장 힘든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직원들의 월급을 책임져야 하는 대표? 자기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는 구성원을 이끌어야 하는 리더? 왜 일을 하는지, 또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지만 무슨 수를 써서든 시킨 일을 해내야 하는 실무 직원?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독자 본인이 어떤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답은 달라질 것이다. 모두가 ‘나’라고 생각할 테니까. 맞다. 우리는 모두 ‘힘든 하루’를 견디며 조직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 이런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 동료와 함께 업무를 해야 하는데 일을 그 동료에게 넘길 권한은 없다. 그 동료가 일을 잘하나 못하나 평가할 수는 없지만 일을 열심히 하게 이끌어야 한다.
그렇다고 업무를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해서 그럴싸한 보상을 줄 힘은 없다. 그래서 ‘나 혼자라도 알아서 해야지’라고 열심히 일하고 있으면 “후배 관리 좀 하지”라는 잔소리를 듣는다. 누군지 눈치챘는가. 그렇다. 바로 조직의 ‘중간 관리자’에 대한 얘기다.
딱히 권한은 없는데 책임져야 할 일은 많은 이들이 어쩌면 조직에서 가장 힘들게 일하는 사람이 아닐까.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조직의 중간 관리자들이 알아야 할 ‘관계 관리’의 핵심 원칙을 소개한다.같은 말도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관건중간자로서 일을 잘 풀어 가려면 ‘말’이 중요하다. 똑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고마운 조언이 될 수도 있고 듣기 싫은 잔소리 취급을 당할 수도 있다. 조언자가 되는 피드백을 하려면 세 가지를 갖춰야 한다.
먼저 의도가 중요하다. 상대에게 ‘어떤 목적’으로 피드백을 주는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미다. 피드백은 동료가 ‘일을 더 잘하도록’ 돕기 위해 하는 것이다. 그 의도를 잊어선 안 된다. 너무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맞다. 하지만 이 당연한 사실이 피드백 현장에서 종종 잊힌다.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하는 것은 자신의 판단에 근거한 상대에 대한 ‘지시’다.
예를 들어 보자. 프로젝트를 함께 하는데 업무 일정을 자주 어기는 동료가 있다. 그럴 때 먼저 떠오르는 말은 ‘시간 좀 잘 지켜요’다. 이 말이 상대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 스스로 시간을 어겼다는 것을 깨닫고 반성하기보다 그 말을 한 상대가 ‘한 번’이라도 약속된 일정을 어긴 것을 떠올리며 ‘자기나 잘하지’라는 불만을 떠올리지는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니 너무 이기적인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안타깝지만 사람은 원래 그렇다. 자신이 ‘공격’받았다고 느끼면 이것을 ‘방어’하고 싶은 게 당연한 사람의 심리다.
그렇다면 의도를 밝히려면 어떤 피드백이 필요할까?
“보고서 제출 시점이 2번 늦었는데 일정 지키는 것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 있나요”와 같은 것이다. 두 가지가 핵심이다.
하나는 ‘구체적 사실’로 얘기하기다. 잘못된, 그래서 개선이 필요한 상황을 구체적으로 짚어 줘야 상대가 문제를 인식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질문이다. “앞으론 그러지 마세요”라는 말은 의도가 뭐가 됐든 일방적이다. 질문을 통해 상대방이 본인의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그래야 공격받았다고 느끼지 않는다.
상대를 돕고자 하는 긍정적 의도를 밝혔다면 둘째로 필요한 것은 ‘행동’ 중심의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러면 안 돼’가 아니라 ‘이런 행동이 필요하다’와 같은 구체적 변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구체적 대안까지 마련해 주라니 너무 과도한 것 아니냐고? 힘든 것은 맞다. 그래서 자기 혼자 머리 싸매고 고민해 말하기보다 ‘함께’ 얘기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앞서 예로 든 상황이라면 상대가 앞으로는 일정을 어기는 것을 줄이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 함께 논의해 보라는 뜻이다. 이 과정을 통해 일정이 잘 지켜지지 않는 이유에 따라 다른 접근법을 찾을 수도 있다.
중간 공유의 빈도를 높여 일정 관리가 될 수밖에 없는 장치를 만들거나 매일 아침 업무 공유 미팅을 하도록 해 체크하는 시간을 갖게 하는 등 ‘함께’ 아이디어를 찾을 필요가 있다.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따라 대안도 달라질 수 있다. ‘잘 해보자’는 선언이 공허한 외침이 되지 않으려면 ‘동사형’으로 피드백하고 자신의 일방적 지시가 아니라 참여시키는 게 중요함을 기억하자.
마지막 셋째는 맡겨 두는 것이다. 조언자가 되려면 맡겨 둘 필요가 있다. 앞서 얘기했듯이 중간 관리자에겐 딱히 권한이 없다. 평가권도, 보상 수준을 결정할 힘도 없다. 이런 제한된 권한하에서 사람을 ‘변화’시키려다 보니 부담이 커진다.‘코끼리’가 너무 커지지 않게 관리해야그렇기에 중간 관리자들은 조언을 받아들일지 말지에 대한 선택은 ‘피드백을 받은 당사자의 몫’이라는 것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조언을 들은 어떤 동료는 ‘고맙다’며 개선된 행동을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반면 아무리 애정을 갖고 구체적 개선 행동을 제안해도 받아들이지 않는 구성원이 있을 수도 있다. 속이 상하지만 그렇다고 그를 비난할 필요는 없다. 자신의 조언이 상대에게 매력적이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하면 된다.
하지만 문제는 상대의 행동이 개선되지 않으면 자기가 업무를 하는 데 너무 큰 지장을 받는 경우다. 그럴 때도 ‘안 되는구나’라며 포기해야 할까. 아니다. 상대를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을 활용하면 된다.
평가권 등 조직에서 부여된 힘을 가진 자기 상위 리더에게 요청하라는 뜻이다. 자신이 해결하지 못한다고 모든 사람이 풀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는 당연한 사실을 잊지 말자.
도와 주려는 의도를 갖고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되 상대가 받아들일지 말지 선택권을 주는 것, 이것이 중간 관리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피드백이다.
그런데 이렇게 정리하고 나면 좀 허무하다. ‘바꾸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데 굳이 껄끄러운 피드백을 해야 할까’라는 의문이 든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조직에 ‘코끼리’ 한 마리가 떡 하니 앉아 있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갑자기 코끼리 얘길 하는 이유는 ‘엘레펀트 인 더 룸(Elephant in the room)’이라는 영어 표현 때문이다.
이 말의 사전적 의미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말로 꺼내기 힘든 주제’다. 구성원의 잘못된 행동이 다들 눈에 거슬리지만 직접 꺼내 놓기는 힘들다. 구성원의 행동, 다시 말해 그 코끼리를 방 밖으로 내보내는 게 너무 힘들다는 것을 다 아니까.
그래서 문을 부수거나 벽을 허물어 코끼리를 내보내는 역할은 ‘진짜’ 힘을 가진 리더가 하면 된다. 그러면 중간 관리자는 무엇을 해야 할까. 코끼리가 너무 ‘커지지 않게’ 관리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코끼리가 방 안에 있는 것은 애초엔 ‘작은’ 문을 통과해 들어왔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처음엔 모두를 불편하게 할 만큼의 문제는 아니었다는 의미다.
그런데 그때 해결하지 않으면, 다시 말해 쉽게 문 밖으로 걸어 나갈 수 있을 때 내보내지 않거나 크기를 관리하지 않으면 나중에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코끼리를 대면해야 할 수 있다.
그래서 그 코끼리를 ‘자주’ 상대해야 하는 중간 관리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주변을 한 번 둘러보자. 우리 조직엔 어떤 코끼리가 있는지. 만약 있다면 그리고 아직 ‘희망’이 있는 작은 코끼리라면 대화를 한 번 시도해 보자. 그게 어쩌면 중간 관리자인 당신에게 ‘힘’을 줄 수 있을지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