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 부문 올해의 CEO
약력: 1977년생. 벨기에 루벤가톨릭대 경영학과 졸업. 2001년 AB인베브 입사. 2009년 룩셈부르크 영업 임원. 2014년 남유럽 지역 총괄 사장. 2017년 남아시아 지역 총괄 사장. 2020년 오비맥주(동아시아 총괄) 사장(현).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는 주류업계에 큰 악영향을 미쳤다.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에 따라 주류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유흥 시장의 판매 둔화가 이어진 것이 원인이다. 이런 암울한 시장 상황 속에서 배하준 오비맥주 대표는 과감한 혁신과 투자를 앞세워 위기를 극복했다.
배 대표의 지휘 아래 오비맥주는 2021년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 갔다. 매출의 1등 공신이자 국민 맥주로 불리는 주력 제품 ‘카스’를 ‘올 뉴 카스(All New Cass)’로 대대적인 리뉴얼에 나선 것이 대표적인 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맥주를 담은 ‘병’이다. 맥주의 상징과도 같은 갈색 병에서 벗어나 업계 최초로 투명한 병을 도입한 것이다. 그는 코로나19 사태의 확산으로 집에서 주류를 즐기는 이른바 ‘홈술’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맥주의 색과 신선도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투명 병을 도입한 것도 이런 홈술 트렌드에 맞춰 가정용 시장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이유에서였다.
물론 난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투명 병을 사용하게 되면 맥주가 빛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일부 성분에 변화가 생겨 색과 맛이 변할 수 있어 문제다. 갈색병은 이를 최소화해 주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배 대표의 지휘 아래 오비백주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연구·개발(R&D)을 이어 갔다. 그리고 새로 도입한 최상급의 정제 홉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이를 해결하며 마침내 투명 병에 담긴 ‘올 뉴 카스’를 선보일 수 있었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새로운 맛과 병에 담긴 ‘올 뉴 카스’는 출시와 함께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닐슨코리아의 2021년 상반기 가정용 맥주 시장점유율 조사에서도 잘 나타난다.
오비맥주 카스는 약 38%의 점유율로 2위 브랜드와 2배 이상의 격차를 보였다. 제조사별 순위에서는 오비맥주가 약 53%의 점유율로 제조사 중 1위를 차지했다.
이와 함께 배 대표는 다양한 연령대별 소비자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파악하고 공략하는 데 집중했다. 끊임없는 제품 혁신의 일환으로 한국 최초로 ‘한국산 쌀’로 만든 라거 맥주 ‘한맥’을 출시해 포트폴리오를 한층 강화했다. 또 홈술과 함께 ‘혼술’이 유행으로 자리 잡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비알코올 음료 ‘카스 0.0’을 비롯해 저도수 제품 ‘호가든 보타닉’, ‘호가든 포멜로’를 연이어 출시하며 소비자들을 유인했다.
‘수제 맥주’의 흥행 역시 코로나19 사태가 불러온 소비 트렌드의 변화로 볼 수 있는데 이 부분에서도 빠른 대처가 돋보였다. 배 대표는 업계 최초로 수제 맥주 협업 전문 브랜드인 ‘KBC(Korea Brewers Collective)’를 론칭하고 다양한 맛의 수제 맥주를 시장에 선보이며 실적을 선방했다.
사업 다각화의 노력도 돋보였다. 배 대표는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통해 맥주 외 상품 출시에 눈을 돌렸다. 서울창업허브와 ‘스타트업 밋업(Startup Meet-Up)’을 개최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보유한 한국의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했고 그 결과 푸드 업사이클링 스타트업 ‘리하베스트’와 매년 100만 톤 정도의 맥주 부산물(맥주박)을 활용한 고단백 간식 ‘맥주박 리너지바(RE:nergy Bar)’를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린바이오 R&D 스타트업 ‘라피끄’와 맥주 부산물을 활용한 화장품 사업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