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사장은 2021년 10월 12일 승진과 함께 현대중공업지주(53,600 -1.83%)와 한국조선해양(97,300 -1.62%)의 대표이사에 내정됐다. 정 사장은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 현대중공업(106,000 +0.47%) 선박·해양 영업본부 대표,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 등을 겸임하며 그룹 내 주요 사업을 추진해 왔다. 특히 수소와 인공지능(AI), 디지털 혁신, 로봇 등 그룹의 신사업 발굴과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2021년 3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 기업 아람코와 수소·암모니아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수소 프로젝트 추진에 나섰다. 정 사장은 이 자리에서 아흐마드 알 사디 아람코 수석부사장과 협약서에 서명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아람코에서 수입한 액화석유가스(LPG)로 블루 수소를 생산해 탈황 설비에 활용하거나 차량·발전용 연료로 판매할 계획이다. 한국조선해양은 세계 조선사 최초로 LPG·이산화탄소(CO₂) 겸용 운반선과 암모니아 운반·추진선 개발에 나서는 등 양 사 간 협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정 사장은 4차 산업혁명을 비롯한 경영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정보통신기술(ICT)을 그룹 내 주요 사업에 융합하는 디지털 혁신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지주와 KT는 2019년 5월 ‘5G 기반 스마트 사업’ MOU를 체결한 이후 2020년 2월 AI 1등 국가를 목표로 출범한 ‘AI원팀’에 함께 참여했다. 같은 해 5월 ‘5G 스마트 건설 기계, 산업 차량 솔루션’ 공동 개발 MOU를 체결하는 등 스마트 조선소·로봇·건설 기계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사업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2021년 3월 현대중공업지주가 한국투자공사(KIC)와 ‘해외 선진 기술 업체 공동 투자를 위한 MOU’를 맺고 최대 1조원을 투자해 글로벌 기업 인수에 나선다고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 사장은 당시 “경영 환경이 빠르게 변화함에 따라 기업 가치는 미래 성장 동력에 달려 있다”며 “MOU를 통해 현대중공업지주가 추진하는 신사업이 먼 미래가 아닌 현실화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사장은 현대중공업그룹의 기술 수출 성과에도 주도적 역할을 했다. 현대중공업은 2015년 11월 아람코와 조선·엔진·플랜트 분야에서 합작하는 MOU를 체결했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항에 합작 조선소인 IMI(International Maritime Industries)를 짓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정 사장은 현대중공업 선박·해양 영업본부 대표 시절이던 2019년 IMI와 설계 기술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1971년 설계 도면을 빌려 사업을 시작한 지 반세기 만에 역으로 설계 기술을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IMI에 초대형 유조선(VLCC) 기본·상세 설계 도면과 설계 지원, 기술 컨설팅 등의 노하우를 제공하는 대신 향후 IMI가 건조하는 VLCC 1척당 로열티를 받는 계약이었다.
정 사장은 선박 서비스 사업 확대에도 신경을 쓰는 중이다. 그는 선박 서비스에 대한 시장의 요구가 크다는 점에 착안해 2016년 12월 현대중공업 내 AS부문을 별도 독립 회사로 분리해 현대글로벌서비스를 설립했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설립 이후 국제해사기구(IMO)의 강화되는 환경 규제에 발맞춰 친환경 선박 개조·유지·보수 사업, 스마트 선박 개발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성장 중이다. 미국의 최대 사모펀드인 KKR은 현대글로벌서비스의 기업 가치를 약 2조원으로 산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