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LG에 이어 로봇사업팀 격상…가정용 서비스 로봇 시장에서 맞수 경쟁
2022년 판을 바꿀 파격 신사업
로봇과 자동화의 물결이 일상에 밀려들고 있다. 인구 고령화, 노동 비용 증가, 로봇의 성능 향상 등에 따라 로봇의 일상화는 이미 시대적 흐름이 된 지 오래다.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기 위해 신사업인 ‘로봇’ 산업에 인재와 자본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특히 2022년엔 삼성이 판을 키우며 로봇 사업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삼성, 팀 격상하며 로봇 230조 투자
2021년 12월 중순 한국의 로봇 관련주가 들썩였다. 삼성전자의 로봇사업팀 정식 출범 소식에 관련 분야의 주식들이 강세를 보인 것이다.
삼성전자는 2021년 연말 조직 개편을 통해 로봇사업화 태스크포스(TF)를 정식 조직인 로봇사업팀으로 격상했다. 2020년 12월 로봇 산업을 신사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로봇사업화 TF를 신설한 지 1년 만이다.
지난 1년간 삼성은 자체 개발한 첨단 로봇 기술을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며 로봇 사업의 가능성을 타진해 왔다. 특히 2021년 8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산업의 대변혁에 대비한 청사진을 발표하며 인공지능(AI)·로봇 등 미래 신기술과 신사업 기술 개발 역량을 강화해 4차 산업혁명의 주도권을 선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로봇 사업이 포함된 삼성의 투자 규모는 향후 3년간 총 240조원으로, 단일 기업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삼성이 제시한 목표는 ‘로봇의 일상화’다. 삼성 측은 당시 “최근 미래 유망 사업의 하나로 각광받는 로봇 분야에서는 핵심 기술 확보와 폼팩터 다양화를 통해 ‘로봇의 일상화’를 추진하고 첨단 산업 분야의 설계와 개발을 위한 슈퍼컴퓨터 활용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계 가전 전시회(CES)에 전시한 삼성의 로봇에도 ‘로봇의 일상화’를 향한 청사진이 담겨 있다. 2019년에는 일상을 돌보는 로봇인 ‘삼성 봇 케어’, 스스로 작동하는 공기 청정 로봇 ‘삼성 봇 에어’, 안내와 간단한 배달에 최적화된 ‘삼성 봇 리테일’ 등 로봇 3종을 발표하며 로봇 개발의 시작을 알렸다. 당시 삼성은 “CES 2019를 기점으로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공통의 로봇 플랫폼과 함께 사용자 맞춤형 로봇들을 개발할 계획”이라며 “인구 고령화와 건강한 삶, 깨끗한 환경 등에 대한 사회의 요구를 적극 반영해 로봇의 실질적인 수요를 발굴하고 이에 맞춰 기술 개발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0년에는 지능형 반려 로봇 ‘볼리’를 공개했다. 공 모양의 볼리는 사용자를 인식해 따라다니며 스마트 기기들과 연결돼 집 안 곳곳을 점검하고 홈 케어를 수행하는 역할을 한다. 이어 2021년 집안일을 돕는 가정용 서비스인 로봇 ‘삼성봇 핸디’를 선보였다.
즉 삼성의 로봇 사업은 기존의 생활 가전과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가정용 로봇’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CES에서도 ‘미래를 위한 동행’을 주제로 삼성의 새로운 로봇 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다. 삼성 측은 “개개인에 최적화한 맞춤형 서비스와 서로 연결된 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풍요로운 일상을 영위하는 데 도움을 줄 삼성의 혁신 기술들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삼성 로봇 시리즈들이 상용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음식점 등에서 주문을 받아 서빙하는 ‘삼성봇 서빙’과 고객 응대 로봇인 ‘삼성봇 가이드’, 착용형 보행 보조 로봇인 ‘젬스’ 등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2023년부터 삼성봇 시리즈를 출시해 판매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의 투자 시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팀 격상으로 삼성의 로봇 사업 투자 확대가 보다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앞서 삼성은 전략 사업의 주도권을 확보할 것이라며 투자 확대와 과감한 인수·합병(M&A)을 통해 기술·시장 리더십 강화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삼성 외에도 이미 국내외 많은 글로벌 대기업들이 로봇 산업에 출사표를 던졌다. LG전자는 일찍부터 신성장 동력으로 로봇을 선점하고 2020년 연말 조직 개편에서 로봇사업센터를 4개(당시 5개였지만 2021년 MC사업부 폐지) 사업부문 중 하나인 비즈니스솔루션(BS)사업본부 내 로봇사업담당으로 재편해 이관했다. 로봇·AI 등 미래 기술을 담당하는 부서가 바로 BS사업부다. 전장과 함께 LG의 미래 사업의 또 다른 축으로 꼽힌다.
LG전자가 로봇 사업을 미래 사업의 한 축으로 삼는 이유는 회사가 강조하는 ‘AI 스마트 홈’이 곧 로봇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LG 역시 삼성처럼 가전과 연결될 가정용 로봇을 중심으로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LG는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로봇에 초점을 맞춰 상용화에 선제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호텔과 리조트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AI 시설 관리 로봇’을 경기도 광주에 있는 곤지암리조트에 적용했고 부산의 한 전망대에 안내 로봇인 ‘LG 클로이 가이드봇’을 설치했다. 이 밖에 2017년 인천공항에서 클로이 안내 로봇 운영을 시작으로 LG 클로이 UV-C봇, LG 클로이 서브봇, LG 클로이 바리스타봇 등을 지속 선보였다. 현재도 BS사업본부의 글로벌 영업 인프라와 역량을 활용해 로봇 사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노규찬 LG전자 로봇사업담당 상무는 “다양한 분야에서 LG만의 차별화된 로봇 솔루션으로 고객에게 고도화된 로봇 서비스를 제공해 최적의 사업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SK 등도 신사업으로 로봇 낙점
모빌리티의 혁신을 주도하는 현대차그룹 역시 2018년부터 AI와 로봇 분야를 5대 미래 혁신 성장 분야 중 하나로 선정하고 그룹 차원에서 로봇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2021년 6월 미국의 로봇 전문 기업인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최종 인수해 미래 모빌리티 사업 강화는 물론 다양한 용도의 로봇 사업에 뛰어들 전망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2족, 4족 보행 로봇은 물론 물류 로봇 등을 만들고 있다. 현대차 측은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를 통해 자율주행차·물류·도심항공모빌리티(UAM)를 비롯한 미래 모빌리티에 관한 구상을 통합하고 확장할 것”이라며 “현대차는 보스턴다이내믹스와 함께 로봇을 새로운 모빌리티 수단으로 활용할 수많은 가능성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비전을 밝혔다.
SK는 SK텔레콤을 중심으로 로봇 사업을 확대해 가고 있다. 다만 자체 제조보다 AI와 통신망을 강점으로 로봇 제조 기업들과 업무협약(MOU)을 맺는 방식으로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이 밖에 두산은 한국의 협동 로봇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두산로보틱스를 통해 한국 협동 로봇 기업 최초로 ‘글로벌 톱5’에 진입했다. 회사는 북미와 서유럽 지역에 법인을 설립해 성장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는 “자체 개발 기술을 적용한 신제품과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더욱 끌어올려 글로벌 협동 로봇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하고 세계 최고의 로봇 회사로 올라서겠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자회사인 네이버랩스를 통해 자율주행과 클라우드 기술을 결합한 각종 로봇을 중심으로 로봇 시장에 진입했다. 기업들의 로봇 사업 진출은 앞으로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조희승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비대면 수요의 증가도 있지만 결국은 핵심 기술들이 고도화되고 융·복합되면서 산업용 로봇에서 협동 로봇과 서비스 로봇으로 적용처가 더 다양해지며 더 큰 무인화 시장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국제로봇연맹에 따르면 서비스 로봇은 물류·가정·의료·국방 등의 영역에서 2019년 310억 달러(약 37조원)에서 2024년 1220억 달러(약 145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