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홈·스마트 의료기기…센서로 빅데이터 잡고 고객 취향 잡고 일석이조
고객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도 원하는 효과를 얻는 것. 그것을 만족시키는 비즈니스가 뜬다. 고객이 해야 할 일, 신경 써야 할 일을 최소로 줄이고 고객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경지에 오른 비즈니스, 어떤 것이 있을까.
대표적인 것은 바로 ‘센서’다. 사람의 몸에 혹은 사람 주변에 부착된 센서들은 사물인터넷(IoT)이라는 이름으로 네트워트에 연결돼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해야 할 행동을 판단한다.
바닥에서 화장실, 경기장까지
IoT라고 해서 꼭 IP 주소를 가지고 인터넷에 접속할 필요는 없다. 무선 데이터나 와이파이가 있어야만 IoT가 되는 것이 아니다. 무선 이어폰과 스마트폰을 연결하는 블루투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릴 때 사용하는 무선 주파수 인식(RFID : 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버스와 지하철 교통카드에서 쓰는 근거리 통신(NFC : Near Field Communication) 같은 무선 통신 기술도 IoT가 가능하다. 사물과 사람 근처(near)에서 동작한다.
자주 가는 백화점 매장 근처를 지나가기만 해도 스마트폰에 매장에서 쓸 수 있는 할인 쿠폰이 바로 전송되는 경험을 해 본 사람이 있을 것이다. 스타벅스 사이렌 오더로 커피를 주문해 두면 매장에 들어설 때부터 커피가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스타벅스와 스마트폰이 센싱했기 때문이다.
음료가 식거나 맛없어질 염려가 없다. 이들은 모두 블루투스 기반의 비콘(beacon) 서비스다. 약 70m 안 쪽이라면 ‘나, 내 사물, 내 스마트폰’을 정확히 인식하고 동작한다.
①스마트 홈 센서
추운 겨울, 샤워기에서 나오는 물이 따뜻해질 때까지 기다리느라 고생할 필요가 없다. 드벨르아이큐라는 센서 솔루션은 집주인이 대략 몇 시쯤 샤워를 시작하고 몇 도의 물을 선호하는지 데이터를 축적해 두고 있다. 그래서 집주인은 샤워기를 켠 뒤 바로 몇 초 안에 적절 온도의 물로 샤워를 할 수 있다. 센서가 물을 미리 순환시켜 두었기 때문이다. 집 안의 조명, 실내 온도도 센서가 감지해 자동으로 집주인의 패턴에 맞춰 둔다. 이 센서는 집주인의 전력 사용 패턴, 곰팡이 문제, 이산화탄소 양, 집 안팎 모니터링, 향후 날씨를 예측한 뒤 이 집에 딱 맞는 환경을 세팅한다. 이 센서를 통해 스마트 홈은 스스로 진화한다. 집주인은 하나도 신경 쓸 일이 없다.
②니어러블 센서
2021년 3월 니어러블(nearable) 기술 센서를 장착한 침대 커버가 출시됐다. 이름은 ‘레미’로, 렘수면과 인텔리전스를 합성한 단어다. 이 센서는 사람의 몸에 직접 부착하는 센서가 아니라 사람 근처, 침대 커버에 부착하는 센서다. 기본 생체 정보, 호흡 상태, 수면 중 움직임, 열, 빈뇨, 습도, 심장 활동을 감지하는 스마트 의료 기기다. 사람은 침대 커버에 부착된 센서를 따로 인지할 수 없고 일반 침대 커버와 똑같이 느낀다. 따라서 침대 커버가 거슬리거나 신경 쓰일 일이 없다. 센서가 자신의 건강 정보를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있는 동안에도 물론이다.
③바닥 센서
농구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 선수들이 움직일 때마다 선수들의 발바닥 옆에 선수 이름, 누적 실적, 현재 스코어가 뜬다. 마치 게임 캐릭터를 실사로 보는 것 같다. ASB루미플렉스라는 세계 최초 인터랙비트 바닥 시스템의 이야기다. 경기가 한창인 오프라인 경기장에서 선수들이 딛고 있는 경기장 바닥에 선수 이름과 통계를 띄울 수 있고 경기 쉬는 시간이나 대기 시간에는 스포츠 하이라이트·광고·영화 예고편을 틀 수 있다는 뜻이다. 경기장 바닥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고해상도 디스플레이인 셈이다. 이 센서가 있는 경기장에서 한 경기라면 경기가 끝난 뒤 경기 해설을 별도 컴퓨터 그래픽 효과로 입힌 뉴스나 유튜브 영상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 이 센서는 뮌헨에서 2년마다 열리는 축구 토너먼트 경기인 ‘아우디컵 2019’에서 첫선을 보였다. 스포츠 경기뿐만 아니라 영화·연극·발표회 등 디스플레이가 쓰이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활용할 수 있는 센서다.
센서를 통한 서비스 구독
고객이 해야 할 일, 신경 써야 할 일을 최소로 한 고객 경험을 추구하다 보면 결국 ‘제조업이 아니라 서비스업’으로 가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위에서 말한 센서만 팔고 끝나면 안 된다. 그 센서가 더 나은 고객 경험, 고객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도록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
제품은 탐색-구매-폐기의 전 과정을 고객이 직접 한다. 서비스는 기업이 먼저 고객 니즈를 찾고 어떤 서비스가 필요한지 탐색한다. 구매 역시 서비스 기업이 ‘알아서’ ‘등록된 결제 수단을 통해’, ‘IoT’를 이용해 진행해 준다. 기한 만료된 서비스를 종료하는 절차도 역시 기업이 책임진다. 구독 서비스 비즈니스는 고객 경험 면에서 철저히 ‘고객이 더욱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도록’ 해준다.
이런 구독 서비스는 시장이 계속 무한대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이다. 제품 판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을 활용해 할 수 있는 더 많은 서비스, 제품을 통해 궁극적으로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게 도와주는 서비스를 통해 시장 먹거리가 풍부해지기 때문이다. 기업도 좋고 고객도 좋은 윈-윈이다.
이런 고객 경험을 서비스하려면…
‘서비스로서의 타이어(tier as a service)’를 지향하는 미쉐린은 운행 거리만큼 돈을 받는다. 타이어 안에 센서가 들어 있어 주행 거리당 요금(pay per kilometer)으로 고객이 운전한 거리만큼만 고객이 따로 신경 쓰지 않아도 알아서 딱 사용하고 과금한다. 고객이 필요한 것은 타이어 자체가 아니라 원하는 곳으로의 편리한 이동인데 이걸 충족시켜 주면서 동시에 고객이 일일이 직접 개입해 세부적인 것에 신경 쓰지 않게 해준다.
‘쾌적함 제공 서비스(comfort as a service)’도 있다. 에어컨 제조 업체가 아니라 쾌적함 서비스 업체로 변모한 회사는 고객이 원하는 궁극적 성과인 섭씨 영상 21도라는 쾌적함을 알아서 세팅해 주고 이 과정에서 고객의 시간과 노력을 아껴 준다.
예전에는 소프트웨어를 제품 형태로 구매했다. 구매한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피스 CD를 PC에 넣어 설치해 사용했다. 이제는 PC를 새로 사도, 포맷해도 굳이 오피스 프로그램을 새로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클라우드에서 제공되는 MS 오피스는 회사, 집, 공유 오피스, PC방, 친구 집에서도 자기 계정으로 로그인한 뒤 사용할 수 있다. 새 버전이 나와도 다시 구매하거나 업데이트할 필요가 없다. 그저 매달 서비스 요금만 지불하면 자기 계정에서 늘 최신 버전의 소프트웨어를 쓸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 Software as a Service)다. 프로그램이라는 제품 그 자체가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자시가 원하는 기기에서 손쉽게 콘텐츠를 작성, 편집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를 타깃 셀링 포인트로 했다.
나이키는 핫한 신제품을 아마존에서 판매하지 않고 나이키 전용 온라인 혹은 오프라인 몰에서만 판매한다. 빅데이터 때문이다. 고객이 아마존에서 나이키를 구입하면 고객의 성별·나이·지역·취향·구매 시간·구매 과정이라는 소중한 데이터가 다 어디에 쌓일까. 아마존에 쌓인다. 나이키가 아니다. 제품은 나이키에서 만들었어도 구매 경험 서비스가 아마존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이키가 자사 전용 몰에서 판매하는 것이다.
자동차업계도 마찬가지다. 자동차 안의 각종 센서, 중앙 디스플레이(CID : Center Information Display)를 통해 수집되고 분석되는 고객 여정을 낱낱이 파악하고 서비스에 계속 반영해야 한다.
모든 것이 네트워크에 연결돼 있기 때문에 의지만 있다면 모두 가능하다. 그래야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진화해 팬을 더 끌어올 수 있다.
빅데이터를 보유한 서비스업의 최대 장점은 자신이 자기 고객이 누군지 정확히 안다는 점이다. 제품을 생산한 뒤 유통·서비스 업체에 넘기고 나면 최종 소비자 고객과의 연결 고리가 없는 제조업과 가장 큰 차이가 여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