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균 부동산다이렉트 대표…주거용에서 사무용으로 타깃 변경, 프롭테크 선두 주자로
하이브(구 빅히트엔터테인먼트)·크래프톤·토스·배달의민족·씨젠 등 업종도 형태도 다르지만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사무용 부동산 서비스를 담당하는 스타트업인 ‘부동산다이렉트’의 고객사란 점이다.
부동산다이렉트는 상업용 부동산의 임대차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임대차에 필요한 사무용 부동산 정보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중개와 컨설팅 서비스에 대한 용역 수수료를 받는다. 서비스명은 ‘알스퀘어’다.
부동산다이렉트는 유수의 기업들을 고객사로 두며 프롭테크의 선도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스타트업 데이터베이스 플랫폼인 더브이씨가 산정한 이 회사의 2021년 투자 유치액은 850억원이다.
불쾌함을 기술로 해결하다
“전통적인 부동산업이나 기업형 부동산 회사를 살펴보면 임기응변의 느낌이 강했어요. 빠른 계약 하나를 위해 여러 과정을 ‘번갯불에 콩 굽듯’ 하는 게 불쾌한 경험으로 다가왔죠.”
알스퀘어를 서비스하는 이용균 부동산다이렉트 대표는 부동산 임대차 시장의 정보 비대칭성에 불편함을 느끼던 찰나 부동산 서비스업을 하던 지인에게서 연락을 받았다.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를 인수해 일해 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이었다. 당시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던 이 대표는 창업에 갈증을 느꼈고 이 제안이 기회로 여겨졌다.
“회사 설립은 2009년인데 저는 2012년 합류했어요. 원래 알스퀘어는 주거용 부동산을 서비스하는 회사였는데 회사를 맡으면서 사무용 부동산 서비스로 전환했습니다. 알스퀘어라는 서비스명도 2014년 탄생했죠.”
그는 회사를 맡은 뒤 비즈니스 모델을 완전히 바꿨다. 주거용에서 사무용 부동산 서비스로 전환하고 거기에 ‘정보기술(IT)’을 더하기로 했다. 데이터와 기술을 통해 오피스·리테일(유통)·물류센터 등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비효율을 혁신하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목표였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기업과 자산 운용사 등 큰손 위주의 시장으로 정보 접근이 제한적이에요. 시간이나 비용도 정보를 가진 큰손들에 의해 좌지우지됐죠. 소비자들은 쓸데없는 발품을 팔며 시간을 허비했고 비싼 수수료를 낼 수밖에 없었어요. 자료의 수준, 고객을 생각하지 않은 급조된 프로세스 등 하나하나가 개선점으로 보였습니다.”
이 대표는 기존 시장의 문제점을 바꾸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그의 해결책은 ‘프롭테크’와 ‘데이터’였다. 이를 위해 전국 상업용 부동산 전수 조사를 시작했다. 물론 이 시작부터 만만치 않았다.
“처음 데이터를 수집할 때 엄청 고생했습니다. 지금은 모든 정보 수집 절차가 모두 매뉴얼화돼 있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 진행하지만 시작할 당시만 해도 망망대해였어요. 건물주와 마찰을 빚기도 했죠. 신축 건물이면 우리가 공사 현장을 직접 다 가봅니다. 정보를 얻을 데가 없으니 공사 현장을 방문해 조사해야 했죠. 그러다 보니 외부인이 출입했다고 경계하고 여러 잡음도 있었어요.”
우여곡절 끝에 15만 건의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를 확보했다. 15~20명의 구성원이 5년간 모은 데이터다. 구성원들에게는 지난한 시간이었지만 알스퀘어에는 회사만이 보유한 핵심 자산이 됐다. 15만 건이란 양뿐만 아니라 질적인 부분에서도 이 대표의 자신감이 묻어났다.
“사실 공공 데이터만 확인해도 건물의 준공 연도와 층수 등 기본적인 정보는 확인할 수 있어요. 우리는 전수 조사를 통해 확보한 데이터를 여기에 더했습니다. 임대의 경우 건물주와 건물 관리인은 어떤 성향인지, 어떤 임차인을 받고 싶어하는지, 주차는 몇 면이고 주차 칸은 얼마나 되는지, 주차장은 하루 종일 운영하는지, 현재 공실은 얼마나 되는지 등이죠. 임차의 경우 언제 임차인 계약이 끝나는지, 예상 이전 날짜는 언제인지, 이전하면 인테리어 수요가 있는지 등의 정보를 모두 파악하고 있어요. 임대인과 임차인의 니즈를 모두 파악하고 있으니 당연히 사무실을 구하는 고객들이 알스퀘어를 통해 사무실을 구하게 되는 선순환이 이뤄진 거죠.”
이 대표는 회사 내부에선 이 데이터를 ‘유니크(unique) & 딥(deep) 데이터’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아주 특별하고 소수의 이해관계인을 제외하곤 알 수 없는 깊은 정보란 게 그의 설명이다.
알스퀘어는 이렇게 확보한 15만 개의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오피스·리테일·물류센터 중개와 인테리어, 건물 매입·매각, 데이터 애널리틱스 등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한국 유수의 기업들이 알스퀘어의 고객사인데, 지난해 화제를 모았던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 하이브의 신사옥 이전 역시 알스퀘어가 맡아 매물부터 계약까지 진행했다.
“고객이 성장하며 사무실을 옮길 때마다 알스퀘어도 함께했어요. 하이브도 132㎡(40평)부터 시작해 알스퀘어와 연을 맺었고 크래프톤도 제일 규모가 작았을 때부터 지금까지 알스퀘어와 같이해 왔습니다. 토스·배달의민족 등등의 IT 회사들, 씨젠 같은 바이오 회사들이 성장할 때 알스퀘어가 있었습니다.”
이 대표는 작은 고객도 소중히 생각한 회사의 기업 방향이 지금의 알스퀘어를 키웠다고 확신한다. 고객사 역시 알스퀘어의 서비스에 만족도가 높다. 2021년 서비스 이용자 대상 고객 만족도 자체 조사에서 전체의 95.21%가 알스퀘어 서비스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급성장한 회사들이 과거부터 몸집이 컸던 것은 아닙니다. 작은 회사들이 커지는데 대부분의 부동산 회사들이 작으면 돈이 안 된다고 신경을 쓰지 않아요. 알스퀘어는 당장 큰 수익이 발생하지 않아도 회사가 성장하면 알스퀘어도 동반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봤어요.”
한국을 넘어 동남아를 향하다
이제 알스퀘어는 한국을 넘어 동남아시아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베트남과 싱가포르에 법인을 설립하며 깃발을 꽂았다. 또한 최근 물류센터·리테일 중개와 건물 매입·매각, 컨설팅, 데이터 애널리틱스 등의 사업도 추가해 확장하고 있다. 올해는 해당 사업들이 본궤도에 오르도록 하는 데 방점을 찍을 계획이다.
특히 동남아 사업은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일이란 데서 큰 의의가 있다. 베트남은 의미있는 공공 데이터가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등기부등본 개념도 희미하다. 알스퀘어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정보 비대칭이 큰 동남아 시장에서 문제점을 해결하며 소비자가 원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2년 안에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의 모든 비주거용 데이터를 수집할 예정이에요.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일입니다. 참고로 미국에는 코스타그룹이 이런 정보들을 수집했어요. 브로커 수천 명을 고용해 활용했죠. 유럽 부동산 회사들을 인수하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어요. 반면 동남아는 무주공산입니다. 어떻게 보면 경제와 산업이 발전하지 않았고 데이터 가치를 늦게 깨달았기 때문일 수 있죠.”
이 대표는 동남아 시장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한국보다 소득 수준이 떨어지지만 IT를 적용한 서비스가 많이 나오고 있고 젊은 세대들은 IT 시스템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수용도가 특히 높다는 것도 동남아의 매력이다. 이에 한국 기업이 많이 진출해 초기 진입이 용이한 베트남 시장과 동남아에서 가장 선진적인 부동산 거래 구조를 갖고 있고 외국계 기업이 중간 헤드쿼터를 두고 있는 경우가 많은 싱가포르 시장이 거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봤다.
한국을 넘어 동남아로…. 알스퀘어가 꿈꾸는 최종 목표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테크 기반의 데이터 자이언트’다. 이를 위해 올 한 해도 데이터베이스와 개발 역량을 쌓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어려움이 있지만 글로벌 데이터를 모으는 게 향후 3년간 중점적으로 추진할 사업입니다. 팬 아시아의 비주거용 상업용 부동산 정보가 제일 많은 회사, 이를 활용해 다양한 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회사가 알스퀘어의 지향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