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범 메쉬코리아 총괄대표…배달 운전사 어려움 IT로 해결, 라스트 마일업계 1위
맥도날드·롯데리아·BBQ 등 유명 프랜차이즈에서 배달 주문을 해 본 이라면 낯설지 않은 이름이 있다. 바로 ‘부릉(VROONG)’이다. 부릉은 기업용 종합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메쉬코리아의 배달 대행 서비스 플랫폼이다. SSG닷컴의 ‘쓱배송’ 일부와 편의점 씨유(CU), 베이커리 뚜레쥬르 등의 상품 배송을 책임지는 것 역시 부릉이다.
메쉬코리아는 한국의 전역을 연결하는 오토바이·트럭 운전사와 차량 인프라를 기반으로 물류 통합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직접 개발한 정보기술(IT) 솔루션과 데이터 엔진을 기반으로 배송과 물류 운영의 전체 프로세스를 디지털화하는 등 차별화된 IT 물류 서비스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 회사는 기업용 종합 물류 서비스의 외주(아웃소싱)를 통해 물류 플랫폼의 왕좌를 노리고 있다. “부릉을 통하면 누구나 ‘마켓컬리’, ‘쿠팡’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유정범 메쉬코리아 총괄대표를 서울 강남구 메쉬코리아 사무실에서 1월 19일 만났다. 스타트업 데이터베이스 플랫폼인 더브이씨가 산정한 이 회사의 2021년 투자 유치액은 1002억원으로 19위다.
콜 기다리는 배달 운전사를 주목하다
유 총괄대표는 2013년 1월 부릉의 전신인 ‘부탁해’ 서비스로 배달 대행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부릉과 달리 점포와 소비자를 잇는 B2C 배달 서비스였다. 미국 명문대를 졸업해 월가의 금융 시장에서 일하는 것을 꿈꾸던 30대 청년이 배달 대행 서비스에 주목한 것은 뜻밖의 계기였다.
“아버지가 암투병을 하며 병원 생활을 오래 하셨어요. 그때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왜 살아야 하는지, 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늘 당부하셨죠. 아버지가 바란 것은 하나였어요. ‘사회에 보탬이 돼야 한다’고 했죠.”
묵직한 아버지의 유언 같은 말에 미래를 고민하던 무렵 그의 눈에 배달 운전사들의 모습이 들어왔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였다. “화환을 배달하고 다음 콜을 기다리며 시간을 때우는 운전사들을 봤어요. ‘저분들은 시간이 돈일 텐데 다음 주문을 마냥 기다리는 게 맞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배달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만들면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어요.”
유 총괄대표는 당시 배달 운전사들이 가진 문제점을 IT를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배달 운전사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 후불 지급에 따른 경제적 빈곤과 대출 등의 악순환 등을 없애는 게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키는 일이라고도 여겼다. 그때부터 배달 운전사를 위한 노동 환경 개선과 수익 증대를 위한 계란으로 바위치기와 같은 도전들이 계속됐다. 그의 결심에 공학박사와 전산학을 전공한 IT 전문가 5인도 합류했다.
“처음 ‘부탁해’란 서비스를 내놓았는데 생각만큼 쉽지 않았어요. 가게들을 찾아다니며 ‘부탁해’ 서비스를 이용해 달라고 애원했죠. 이 같은 노력에도 사업은 비탈길을 걸었어요. 배달비 출혈 경쟁에 빚이 늘고 배달 운전사마저 이탈했죠. 기업의 초기 목표는 배달 운전사를 위한 노동 환경 개선과 수익 증대였는데 거꾸로 가고 있는 게 우리의 패착이었어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죠.”
유 총괄대표는 2014년 부탁해 서비스를 접고 ‘부릉’ 서비스를 내놓았다. 이번엔 타깃을 정확히 잡았다. B2C가 아니라 B2B 시장을 배경으로 물류의 핵심인 ‘배달 운전사’가 메쉬코리아 시스템 안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목표를 뒀다.
“기업과 배달 운전사에게 제안한 것은 ‘IT 시스템’이었요. 당시 기업들은 A사·B사·C사 등 각각의 플랫폼마다 포스기를 따로 구비해 주문을 받아야 했어요. 배송이란 게 피크타임이 있다 보니 각각의 포스기에서 주문이 몰리면 콜을 놓치게 되는 거죠. 콜을 놓치지 않으려면 콜만 받는 인력을 따로 뽑아야 했고요. 그래서 하나의 툴에 주문을 모아 줄 테니 부릉 서비스만 독점으로 불러달라고 제안했어요.”
부릉은 독자 기술을 통해 다양한 음식점의 주문을 묶어 배달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배달 운전사는 부릉 플랫폼이 직접 개발한 IT 솔루션을 통해 최적의 경로를 안내받고 맥도날드·버거킹·롯데리아를 차례로 들러 음식을 받은 뒤 또 차례로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다. 배달 서비스 체계에서의 어려움을 IT를 활용해 혁신적으로 풀어 낸 것이다.
유 총괄대표가 직원의 3분의 1 이상을 연구·개발(R&D) 조직에 투자한 결실이기도 했다. 이를 통해 지금은 배달 운전사 수만 7만6000여 명, 운영 트럭 수만 530여 대에 달한다. 부릉을 쓰는 법인 고객사는 350곳이고 B2B 라스트 마일 시장점유율 1위다.
한국 유수의 기업들이 부릉에 배달 대행 서비스를 외주화한 것은 메쉬코리아의 배달 구조에 이유가 있다. 업계 유일한 직영 구조를 통해 데이터를 일괄적으로 관리해 축적한 것은 물론 고객사와 직접 커뮤니케이션해 피드백을 제공하고 자체 구축한 인프라와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실시간 배송, 당일 배송, 전담 배송, 새벽 배송이 가능하다.
“메쉬코리아는 IT와 데이터 엔진을 기반으로 기업의 배송·물류 운영 관련 전체 프로세스를 디지털화합니다. 주문이 접수되면 고객사의 오프라인 상점과 부릉의 자체 물류센터, 전국 500여 개 직영 부릉스테이션 등 기존 물류 거점과 연결해 오토바이와 트럭을 중심으로 도심 내 1~3시간 내 배송이 시작되죠.”
다만 부릉이 배달 대행 서비스만으로 여겨지는 것은 유 총괄대표의 고민이다. 메쉬코리아는 퍼스트 마일부터 라스트 마일까지 원스톱 종합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IT 기반의 종합 유통 물류 회사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부릉을 단 오토바이가 주로 눈에 보이니 배달 사업자로 오인하는데, 메쉬코리아는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 물류의 배송 대행과 물류 운영의 전체 프로세스를 소프트웨어로 혁신하는 물류 플랫폼 기업이에요.”
‘마켓컬리 없이도 새벽 배송’
올 한 해 메쉬코리아의 목표는 간단하지만 강력하다. ‘마켓컬리 없이도 새벽 배송, 쿠팡 없이도 로켓 배송’을 해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부릉을 통하면 기업 모두가 쿠팡과 마켓컬리가 될 수 있어요. 올해 이를 알리고 해내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목표이기도 합니다.”
지난해에는 회사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으며 네이버·현대차에 이어 GS홈쇼핑의 투자를 받았다. GS홈쇼핑이 메쉬코리아의 지분 19.53%를 확보해 네이버(20.66%)에 이은 2대 주주가 됐다. GS홈쇼핑은 급변하는 유통 산업 환경에서 핵심 물류 파트너를 구해 다양한 배송 서비스 시행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으로 메쉬코리아와 손잡았다.
유 총괄대표는 메쉬코리아의 기업 가치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자부한다. “4차 산업혁명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사회에 자리 잡고 있어요. 필수 불가결한 일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이를 더 가속화했죠. 먼 미래의 일이 아닙니다. 신유통 시대에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IT 물류가 핵심이고 그 중심에 메쉬코리아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