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사회복지재단 서울아산병원은 감염병 전문 독립 건물인 감염관리센터(Center for Infection Control, CIC) 운영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신종 감염병 등 국가적 감염병 위기에 언제든지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취지다.
감염관리센터는 연면적 2만2070㎡(6676평)에 지하 3층, 지상 4층 규모로 건립됐다. 감염병 환자나 감염병 의심 환자를 응급실과 외래 내원 단계부터 분리하고 검사, 입원, 수술 등 모든 진료 과정에서 감염 확산 위험을 차단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센터의 모든 시설에는 내부 공기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음압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신종 감염병의 유입을 차단할 수 있다. 하나의 독립 건물에 외래, 응급실, 병동, 중환자실, 단층촬영(CT) 검사실, 수술실 등이 모두 포함돼 별도로 운영된다. 1층에 감염병 응급실, 2층에 음압격리병동과 외래, 3층에 음압격리중환자실과 음압수술실, CT촬영실 등이 배치됐다.
내부에는 음압격리응급실(1인 음압관찰실 29병상, 경증구역 12좌석), 음압격리병동 15병상(음압격리실 12병상, 고도음압격리실 3병상), 음압격리중환자실 13병상, △감염내과 및 호흡기내과 외래(진료실 6개), 음압수술실 1실, 음압일반촬영실 1실, 음압CT촬영실 1실 등이 갖춰진다.
감염관리센터는 감염병 위기 대응 상황에 따라 1, 2, 3단계로 나눠 고위험 병원체를 볼 수 있도록 설계돼 탄력적인 병상 운영이 가능하고, 전문 인력을 상시 운영하면서 감염병 대응 능력을 유지한다. 음압격리병동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입원 치료 중이라고 해도 같은 층에 있는 다른 환자들과 동선을 완벽히 분리, 모든 환자들이 안전하게 치료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아산병원은 우선 오미크론으로 인한 코로나19 환자의 급증 상황에 대응해 중증환자 치료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코로나19 상황이 호전되면 결핵, 홍역, 수두, 독감과 같은 호흡기 감염질환 환자와 해외 유입 고위험 감염병 환자 전담 치료 시설로 이용한다는 구상이다. 코로나19와 같은 고위험 병원체에 의한 감염병이 대규모로 유행하지 않는 시기에도 효율적으로 감염병 환자의 진료가 가능하도록 운영할 계획이다.
서울아산병원 감염관리센터는 2015년 국내 메르스 사태를 경험하면서 처음 계획됐다는 설명이다. 이후 에볼라, 지카바이러스 등 신종 감염병이 지속적으로 발생했고, 해외에서 유입되는 고위험 감염병 의심 또는 확진 환자를 진료하기 위한 격리 공간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계획 당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에볼라 감염환자 치료 전문병원으로 지정했던 에모리대학병원(Emory University Hospital) 등 해외 유수 병원의 감염관리 시스템을 참고했다”며 “완전한 음압시설을 갖춘 독립 건물을 구상해 신종 감염병의 유입을 사전에 차단하고 전파 가능성이 있는 호흡기감염 질환으로부터 비감염병 환자들을 분리해 안전한 진료 환경을 구축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본원 감염관리센터 1층 응급의료센터에서 감염관리센터 개소식을 열었다. 개소식에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박성욱 아산의료원장, 박승일 서울아산병원장, 이제환 진료부원장, 송종민 진료지원실장, 김성한 감염관리센터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선친께서 1977년 아산재단을 설립하시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셨던 것은 의료복지사업”이라며 “오늘날 무의촌은 사실상 없어졌지만 여전히 의료 취약 분야는 남아 있다. 서울아산병원이 민간 병원 중 처음으로 감염병 전문 건물을 설립한 것은 아산재단의 설립 취지를 이어가는 일이며, 국내 의료계에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뜻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승일 서울아산병원장은 “코로나19 중증환자와 오미크론 변이 발생으로 인한 국가적 위기상황을 극복하는 데 적극 참여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중증 질환 중심의 안전한 진료 체계 구축을 위해 선도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