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유망 산업 선점 목표로 그룹 역량 집중…2024년 인천공항~잠실 하늘길 구축
“올해 하반기부터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구축을 위한 본격적인 실증 비행에 돌입할 예정이다.”
2022년 들어 롯데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미래 유망 산업 선점’과 ‘해외 영토 확장’이라는 목표를 내걸고 그룹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최근 롯데는 UAM 시장 진출을 선포했는데 이 또한 미래 유망 산업 선점의 일환이다. 이와 함께 메타버스와 모빌리티를 미래 먹거리로 삼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며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화학과 호텔 사업을 앞세워 글로벌 사업에도 더욱 고삐를 죄고 있다. 한정된 내수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의 소비자들을 롯데의 새 고객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유통 거인’ 롯데의 대대적인 체질 개선이 시작됐다.
‘미래 산업 투자’와 ‘신규 고객 창출’. 올해 롯데를 관통하는 경영 키워드는 이렇게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기존 사업의 혁신과 역량 강화를 주문했던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신년사에서도 이 같은 각오를 엿볼 수 있다. 신 회장은 올해 초 임직원들에게 “기업 가치 상승에 집중하라”고 주문하며 “시대의 변화를 읽고 미래 지향적인 경영을 통해 신규 고객과 시장을 창출하는 데 투자를 이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대로 올해 들어 롯데는 파격 행보를 이어 가고 있다. 그룹을 지탱하는 양대 축인 유통·화학을 넘어 ‘가보지 않은 길’로 그룹의 외연을 확대하겠다고 선포하고 나선 것이다. 그중에서도 재계의 이목을 가장 많이 집중시킨 것은 바로 롯데의 UAM 시장 진출이다.
국내외 기업과 UAM 연합군 구축미래 유망 산업을 선점하겠다는 계획 아래 롯데는 현재 2024년 상용화를 목표로 UAM 시장 진출에 만반의 준비를 기울이는 모습이다.
UAM은 활주로가 없어도 수직으로 이착륙할 수 있는 ‘플라잉카’와 같은 소형 항공기를 활용한 교통 서비스다. 미국의 투자은행 모간스탠리는 2040년 UAM 시장이 1조5000억 달러(약 1795조5000억원) 규모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을 만큼 유망한 시장이다.
이에 발맞춰 현대차·SK·한화 등의 한국 기업들이 지방자차단체, 국내외 기업들과 손잡고 ‘연합군’을 형성해 곧 다가올 UAM 시대를 대비 중인데 최근 롯데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2025년께 UAM을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롯데는 이보다 1년 앞선 2024년 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약 2년 후인 2024년 서비스 개시 일정을 잡은 만큼 롯데는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실증 비행에 들어간다.
이를 위해 롯데는 UAM 연합군 구성을 완료했다. UAM은 항공과 지상 관제 시스템 구축부터 비행, 지상 모빌리티, 자율주행 등 다양한 분야가 결합돼야 원활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사실상 독자적으로 진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현대차·SK·한화 등도 이런 UAM의 특징 때문에 국내외 기업들과 협력 관계를 맺고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롯데도 마찬가지다. 최근 롯데지주와 롯데렌탈을 주축으로 미국 스카이웍스 에어로노틱스, 모비우스에너지, 인천광역시 등과 새로운 연합군을 구축했다.
각 기업들의 역할도 나눠졌다. 공유 자동차 서비스 노하우를 갖춘 롯데렌탈은 항공과 지상을 연결하는 모빌리티 플랫폼 운영을 중점 추진한다. 동시에 버티포트·충전소·터미널 등 제반 인프라 구축을 검토하고 있다.
롯데지주는 실증 비행 사업이 성공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기체 개발은 미국의 비행체 개발 업체인 스카이웍스 에어로노틱스가 담당하기로 했고 미국의 모비우스에너지(배터리 모듈 개발), 한국의 민트에어(비행체 운영), 인천광역시, 항공우주산학융합원(시험 비행, 사업 운영 지원) 등이 이번에 롯데의 우군으로 참여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UAM 사업은 롯데가 그동안 물밑에서 개발한 신기술을 총결집한 결과물”이라며 “자사가 보유한 지상 교통·관광·쇼핑 인프라와 항공 교통을 연결함으로써 막대한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UAM과 관련한 롯데의 구체적인 계획은 이렇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확산세를 뚫고 한류 콘텐츠가 글로벌 대세로 자리매김한 만큼 코로나19가 종식되고 하늘길이 정상화되면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는 인천에서 UAM을 타고 잠실 버티포트에서 내린 승객이 롯데정보통신이 개발한 자율주행 셔틀로 환승해 호텔이나 쇼핑몰로 이동하도록 하겠다는 얘기다.실사 활용한 메타버스 선보일 예정
롯데가 보유한 백화점·대형마트·호텔 등 다양한 지상 인프라는 UAM 버티포트에 활용된다.
“잠실 롯데월드타워 꼭대기에 버티포트(UAM 이착륙장) 설치를 마치고 올해 하반기부터 소형 비행체를 띄워 인천공항에서부터 이곳을 오가는 시범 운항을 계속 이어 갈 것이다. 이를 통해 하늘길 중간중간에 위험 요소 등이 없는지 등을 파악하고 최적화된 비행 구간을 만들어 서비스에 나설 예정이다.” 롯데그룹 관계자가 밝힌 UAM 관련 청사진이다.
황창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개인항공기사업단장은 “현재 드론도 허가받지 않으면 함부로 띄우지 못하는 등 비행체 운항과 관련 규제가 존재하지만 기업들이 요청하면 정부 차원에서 이를 허락해 줄 것”이라며 롯데의 시범 운항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롯데는 UAM과 함께 메타버스도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다. 그룹의 정보통신기술(ICT) 계열사인 롯데정보통신을 주축으로 사업을 추진한다.
롯데의 메타버스 개발은 거의 완료 단계다. 롯데정보통신은 올해 초 열린 세계 가전 전시회(CES)에서 온·오프라인을 융합한 HMD(Head Mounted Display : 머리에 착용하는 디스플레이) 기반의 메타버스를 선보였다.
현실감을 느끼기 힘든 기존 메타버스 서비스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실사 촬영과 그래픽을 위화감 없이 합성하는 ‘가상현실(VR) 합성 기술’을 기반으로 한 것이 특징이다.
목표는 롯데의 계열사와 연계한 가상 공간을 선보이는 것이다. 실제로 롯데백화점·롯데하이마트와 같은 오프라인 점포와 비슷한 ‘버추얼 스토어’를 만들어 메타버스에서도 의류·TV·세탁기·정수기 등을 직접 둘러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제품을 설명하고 구매에 도움을 주는 가상 상담원인 ‘디지털 휴먼’도 배치한다. ‘메타버스 콘서트홀’도 구현해 가상 무대 위 가수의 모습을 다양한 시점에서 관람할 수 있게 하고 참여한 고객들과 대화하면서 응원 동작을 함께하는 등 고객 서비스 강화에도 나선다.
전기차 충전기를 앞세워 모빌리티 사업에도 뛰어든다. 올해 1월 롯데가 전기차 충전 업체인 중앙제어를 인수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두고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화학·호텔 앞세워 해외 영토 개척중앙제어는 한국 전기차 충전기 시장 매출 규모 2위 업체로 평가받는다. 롯데는 중앙제어를 앞세워 충전기 제조뿐만 아니라 충전소 운영에 이르는 전기차 충전 사업 관련 토털 서비스 라인업을 갖추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해 나갈 방침이다.
‘신규 고객 창출’이라는 기치 아래 화학과 호텔 사업에서 해외 영토 확대를 노리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인도네시아에 총사업비 39억 달러(약 4조7000억원)를 투자해 2025년 상업 생산을 목표로 대규모 석유 화학 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연간 에틸렌 100만 톤, 프로필렌(PL) 52만 톤, 폴리프로필렌(PP) 25만 톤과 하류 제품 생산을 통해 매년 2조4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롯데호텔도 최근 해외 호텔 개관에 집중하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2010년 롯데호텔 모스크바 개관을 시작으로 글로벌 진출에 첫걸음을 뗀 롯데호텔은 현재 총 12개의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2020년 미국에서 롯데호텔 시애틀을 오픈한 것이 마지막이었는데 최근에는 미국 시카고에 있는 킴튼호텔 모나코를 인수하기로 했다.
이 호텔은 리모델링을 거쳐 내년 하반기 롯데호텔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L7’으로 새롭게 오픈한다. 개관이 완료되면 롯데가 해외에서 운영하는 호텔은 13개로 늘어나게 된다.
한편 바이오 사업 진출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지주는 올해 1월 공시를 통해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지만 사업 진출 가능성을 다각도로 엿보고 있다”며 “머지않아 진출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