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인플레이션·국내 10만전자 등 빗나간 시장 전망에 새 기법 등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는 ‘뉴 앱노멀’로 요약된다. 기존 이론과 규범, 관습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동시에 미래 예측까지 어렵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용어다.
예측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지만 오히려 더욱 정확해야 혼돈에 빠진 경제 주체를 올바른 방향으로 안내해 줄 수 있다는 목소리도 여전히 많다.
미국 중앙은행의 굴욕 ‘인플레이션 예측’
지난해 세계 경제 예측에서 가장 흔들렸던 부분은 인플레이션이다. 미국의 지난해 4월 소비자 물가(CPI) 상승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온 것으로 시작된 인플레이션 논쟁은 세계 중앙은행 격인 미국 중앙은행(Fed)과 세계 중앙은행 총재 격인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주도했다는 점에서 예측 실패에 따른 파장이 컸다.
‘파월의 치욕’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한 인플레이션 논쟁을 성장률과 연관시켜 되돌아보면 일시적인지 아닌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당시만 하더라도 파월 의장의 일시적이란 의견에 시장도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하이퍼 인플레이션 우려가 갑자기 제기되면서 파월 의장의 의견이 틀렸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일시적으로만 봤던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발표된 지난해 2분기 성장률인 6.7%는 인플레이션 갭에 해당한다. Fed가 추정한 미국의 경제 잠재 성장률은 2.1%였다.
하이퍼 인플레이션 우려 이후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본격화된 지난해 여름휴가철 이후에는 성장률 둔화가 예상되면서 ‘슬로플레이션’ 가능성이 제기됐다. 신조어인 슬로플레이션의 의미를 알아갈 무렵, 지난해 3분기 성장률이 2.0%(확정치는 2.3%)로 떨어진 것으로 나오자 2차 오일 쇼크 직후 나타났던 스태그플레이션 악몽이 재현됐다.
파월 의장과 Fed에 대한 믿음도 급격히 추락했다. 이때 구원투수로 나섰던 것이 국제통화기금(IMF)이다. 지난해 10월 열렸던 IMF 연차 총회에서 회원국들에 물가 안정에 우선순위를 둘 것을 권고했다. 곤경에 빠졌던 Fed도 ‘일시적 멍에’에서 벗어나 물가 안정에 초점을 맞추는 출구전략을 결정했다.
지난해 한국 재테크 분야의 예측은 ‘10만전자‧1억 비트코인‧천슬라’로 요약된다. 특히 비트코인에 관해선 우리에게 돈나무 언니로 알려진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가 50만 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최근 비트코인은 4만 달러 내외에서 움직이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제로로 갈 것이라는 JP모간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과 함께 우드 CEO는 코인 투자자들에게 적으로 몰리고 있다.
한국 주식 투자자에게 가장 큰 손실을 가져 온 예측은 10만전자였다. 특히 대형 증권사는 12만전자도 가능하다고 예측해 500만 명에 달하는 ‘동학개미’들은 삼성전자 주식을 매수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주식은 지난해 말 잠시 8만원 선을 회복했지만 최근에는 7만원대로 떨어졌다.
길게는 금융 위기, 짧게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개별 기업은 ‘유아기-성장기-성숙기-쇠퇴기’를 거치는 S자형에서 벗어나 특정 시점에 명암이 확실하게 갈리는 K자형 성장 곡선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각종 기업 분석과 경기 예측이 틀리고 있다. 오히려 디지털 콘택트의 발전으로 외부성이 커지는 시대에는 심리적 요인과 네트워킹 효과가 국가 경기를 좌우한다. 유망 기업 선정과 주가 판단도 혁신성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과 같은 지속 성장 가능 요건을 갖췄는지가 중요한 판단 요인으로 자리 잡는 추세다.
빗나가는 예측에 새롭게 등장한 전망 기법
뉴 앱노멀 시대를 맞이해 국제 기준 지표와 경제 지표, 예측 기법, 대표 지수를 산출하는 방식도 바뀌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해 말 국제 기준금리의 상징이었던 ‘런던은행 간 금리’가 ‘담보부 금리’로 교체된 것이나 대공황 이후 최대 경제 발명품으로 평가받던 국내총생산(GDP)이 ‘총생산(GO)’으로 바뀌려는 움직임이다.
예측력 저하에 시달리는 전망 기관들도 새로운 기법을 도입하고 있다. IMF의 기업취약지수(CVI) 기법과 일본은행의 대차대조법(BS) 방식, 미국 경제사이클연구소(ECRI)의 큐브 방식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대표 지수 산출과 관련해 ECRI의 큐브 방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가 경기와 증시는 고도의 복합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측 기관과 증권사들은 과거에 기반해 예측 모델을 개발하려는 경향이 있다. 대표 지수를 산출하는 기관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모델과 기법은 현실 세계를 지나치게 단순화해 경기와 주가 변동을 유발하는 복합 변수들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더 빛을 발하고 있는 ECRI의 ‘경제 사이클 큐브’를 소개하면 크게 성장·고용·인플레이션으로 구성된다. 성장은 다시 무역과 국내 경제 활동으로 나뉘는데, 그중 국내 경제 활동은 부문별 장·단기 선행지수로 구분된다. ECRI는 이 큐브를 통해 100개 이상의 선행 지수를 통합해 보다 정확하고 신뢰 받는 예측을 추론한다.
최근 주식 투자자를 중심으로 ‘KEDI30지수’와 ‘KEDI30 ETF’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KEDI는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닛케이255지수·FTSE100지수처럼 경제 신문이 주도해 만든 주가 대표 지수다. ‘30’이 붙은 것은 이 지수를 산출할 때의 구성 기업 수를 말한다.
KEDI30은 미시 측면에선 개별 기업, 거시 측면에선 경기 순환상에 나타나는 새로운 변화와 함께 미시와 거시 간 구성의 오류 등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기존 주가 대표 지수와 다르다. 갈수록 금융 상품의 벤치마크 기능이 강조되는 추세에 따라 과거와 현재보다 미래를 중시했다는 점에서도 돋보인다.
KEDI30이 대표 지수로 유용성이 높은 것은 산출 과정에 큐브 방식을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정보기술(IT), 플랫폼, 미래 기술, 바이오 등 4차원으로 출발했지만 6차원, 8차원으로 얼마든지 확장할 수 있다. 4차원 큐브의 각 면은 혁신성·미래성·ESG 등을 기준으로 선정한 기업으로 구성됐지만 투명성과 정직성 등을 추가해 다양화할 수 있다.
KEDI30 ETF가 유망해 보이는 것은 큐브 방식을 통해 실제로 발생할 리스크를 파악하고 앞으로 전개될 방향성까지 놓치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자료를 토대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가입 기간이 3년인 경우 2배 이상 코스피지수에 연계한 상품보다 수익률이 높게 나왔다. 벤치마크 지수인 KEDI30의 특성상 앞으로는 그 격차가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