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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법률

중대재해법 피해 갈 ‘마법’은 없다 /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략, 사전 조치, 안전 행동, 조직 문화, 개개인 안전, 위험 인식 제고, 재무적 가치, 카너먼 교수

위기 커뮤니케이션의 기본 원칙 지키며 추가 리스크 줄여야

뱅크중대 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시행으로 위기관리 매뉴얼을 다시 살피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특히 중대재해법을 고려한 위기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 중대재해법을 벗어나기 위한 별도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방안이나 전략은 따로 있지 않다.


사건·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기업의 사전 조치, 사업 현장의 안전 행동을 중요하게 다루고 상호 협조와 협력이 가능한 조직 문화, 개개인의 안전과 위험 인식 제고 등을 더욱 강화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이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는 리스크로 인해 과한 책임을 물게 될까 걱정하는 부분도 이해할 수는 있다.


책임 있는 태도 표현하고 보여줘야
중대재해법의 시행과 상관없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매우 중요하다. 같은 사건·사고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때는 기업의 명성과 재무적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살펴보면 사건·사고를 해당 기업이 어떻게 대응하고 어떤 의사 결정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희생자가 발생하면 희생자를 최우선으로 보호하고 그들의 분노와 감정을 어루만지거나 그에 부합하는 기업 조치를 실행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기업의 재무적 피해만 고려하거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오해나 부정적 인식이 생기지 않도록 커뮤니케이션을 통제하고 관리해야 한다.


물론 커뮤니케이션이 법적 책임이나 문제 자체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책임감과 신뢰를 주는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못했을 때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명성 리스크는 이해관계인의 비판 강도를 높이고 법적 책임의 수준을 높일 수 있다.
이는 대단히 상식적인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울까. 위기 상황에 어떤 판단 메커니즘이 작동하기 때문일까. 이 부분에 단초를 제공하는 이론은 대니얼 카너먼 프린스턴대 교수의 행동심리학이다.


사람은 언제나 두 가지 사고 체계의 충돌과 융합으로 인지하고 행동한다. 빠른 직관과 느린 이성이다. 카너먼 교수는 이 두 개의 사고 체계를 유발하는 주체를 ‘시스템 1’, ‘시스템 2’라고 말하고 있는데, 흔히 시스템 1의 빠른 직관이 사람들의 경험보다 더 영향력을 발휘해 선택과 판단을 조정한다고 지적한다. 그 작동 방식으로 사람들은 오류를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한다.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어떤 선택과 판단을 해야 할까. 기업의 위기 상황에서 언제나처럼 유사한 선택과 판단으로 위기를 증폭시키고 확대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는 느린 이성적 판단보다 빠른 직관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미 입력된 정보와 경험 이상의 신념, 자신에 대한 믿음, 평소 판단의 근거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닻내림(정박) 효과라고 한다. 닻을 내린 곳에 배가 머무르 듯이 한 번 입력된 정보가 정신적인 기준이 돼 이후 판단할 때 계속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다.

 

제삼자가 어떻게 보는가, 공중이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 어떤 이해관계가 있는지 해석할 여유와 인지적 능력을 순간적으로 상실하게 된다. 기업이 의도하지 않더라도 당장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그런 선택을 하고 판단하는 것이다. 그래서 벌어진 정황 중 일부를 부정하고 일부는 축소한다.


선택과 판단이 희생자와 피해자의 관점을 고려하는 기준에서 시작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사고 기준을 변경해야 하지만 어려운 일이다. 부정적 감성을 공감적 지성으로 감싸 안아야 하고 공분의 근본 이유를 명확히 판단해야 하는데 쉽게 의사 결정을 하지 못한다.


중대재해법에 대응하는 놀라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없다. 공장 폭발로 인해 사상자가 발생했을 때 기업들은 보통 성명문을 발표하고 사건과 사실 직접 관계가 없는 국민에게 사과하거나 용서를 구한다.


재발 방지를 약속하지만 그 이후 기업의 행동이나 의사 결정은 커뮤니케이션되지 않는다. 이런 일련의 모습은 올바른 위기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다. 위기 커뮤니케이션의 기본 원칙은 이것과 정반대다.


누군가 유가족을 만나러 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면 주변에서 “현장에서 봉변을 당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임 있는 태도를 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 책임 있는 태도를 표현하고 보여주는 것이 위기 커뮤니케이션의 기본 원칙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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