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통상임금으로 인정된 항공사 승무원의 ‘어학수당’
대법 “어학 실력으로 서비스 질 달라져”…다른 자격 수당도 업무에 따라 포함 가능
국제선 승무원들이 외국어 시험을 치른 후 그 등급에 따라 받는 ‘어학 수당’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통상임금은 회사가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정기적·일률적·고정적인 급여를 뜻한다. 즉 수당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지속적으로 지급됐고 같은 조건의 노동자에게 모두 지급됐고 노동에 대한 업적·성과 등과 상관없이 당연히 지급될 것이라고 예상된다면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
아시아나항공은 국제선 승무원들을 대상으로 영어·일본어·중국어 공인 어학 자격시험 취득 점수와 구술시험 합격 여부에 따라 ‘캐빈어학수당’을 줬다.
어학 자격 1급 소지자에게는 3만원, 2급 소지자에게는 2만원, 3급 소지자에게는 1만원씩을 매월 지급하는 식이다.
원고인 이 모 씨 등 아시아나항공의 국제선 승무원들은 어학 수당과 함께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해 퇴직금을 다시 계산해 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에선 상여금은 통상임금으로 볼 수 있지만 어학 수당은 다르다고 판단했다. 2심에선 1심의 판단을 대부분 유지하되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면 아시아나항공의 부담이 크게 늘어 ‘신의 성실의 원칙’을 위반하게 된다고 판단했다.
신의 성실의 원칙은 서로 상대의 이익을 배려해야 한다는 원칙을 의미한다. 쉽게 말하면 회사에 너무 부담을 주면 회사가 갑자기 어려워져 회사 측에나 노동자 측에나 좋지 않으니 서로 한 발씩 양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1·2심과 달리 어학 수당 역시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신의칙’ 강조한 2심
아시아나항공은 이 씨 등 승무원들과 맺은 근로 계약에서 기본급·자격수당·항공기술수당·교통보조비·직무수당·근속수당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했다. 월 소정 노동시간은 226시간으로 시간급 통상임금을 계산했고 이후 이에 따른 휴일수당과 연장수당·야간수당 등을 지급했다.
원고인 A 씨 등은 기존 포함된 수당 외 상여금과 캐빈어학수당도 통상임금에 포함돼야 하며 시간급 통상임금을 계산하기 위한 월 소정 노동시간은 단체협약 등에서 정한 209시간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회사가 실시하는 휴일 대체 제도는 단체협약에 근거가 없고 노동자 과반의 동의를 얻지 못해 위법한 것이므로 휴일 수당을 지급하는 게 맞는다며 여러 사정 등을 종합해 퇴직금을 다시 계산해 달라고 소송을 냈다.
1심에선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지만 어학 수당은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우선 임금을 ‘사용자가 노동의 대가로 노동자에게 어떠한 명칭으로든지 지급하는 일체의 금품’이라고 정의했다.
또 통상임금은 그 임금이 소정 노동의 대가로 노동자에게 지급되는 금품 중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것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캐빈어학수당은 그 수당을 노동자에게 줄지 말지 그리고 주더라도 얼마를 줄지가 개별 노동자들의 승급 시기와 치러지는 시험 성적에 따라 달라졌다”며 “고정성을 가진다고 보기 어려워 통상임금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상여금에 대해서는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되고 그 지급액이 확정돼 있어 노동자에게 대가로 지급되는 임금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일정한 노동시간을 채운 모든 노동자들에게 일률적으로 지급되며 노동자가 임의의 날에 소정 노동을 제공하면 추가적인 조건과 관계없이 당연히 예정돼 있는 고정적인 임금”이라고 판단했다.
2부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