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에, 국내에 낯선 ‘전기차·해치백’ 선입견 깰까
전기차 특유 강력한 구동력에 세단·SUV와 차별화한 주행감 갖춰
르노삼성자동차가 SM3 Z.E, 트위지에 이어 세 번째 순수 전기차를 출시했다. 다만 국내에선 비주류 차급인 소형 해치백 모델이다. 시장의 반응에 시선이 집중된다.
주인공은 르노 '조에'다. 조에는 차급으로만 볼 땐 현재 치열한 경쟁구도를 보이는 전기차 시장에서 입지를 다질 수 있을지 여부가 불투명해 보인다. 다만 시승해본 결과, 독특한 매력을 갖춤으로써 다양한 취향을 지닌 다수 소비자들의 요구사항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에의 외관 크기는 현대차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나 일렉트릭과 비슷한 규모를 갖췄다. 소형 조에의 주요 제원별 수치는 전장 4090㎜, 전폭 1730㎜, 전고 1560㎜, 축거 2590㎜다.
탑승 공간 가운데 2열의 레그룸과 헤드룸이 협소하지만 운전석이나 조수석 등 1열 좌석의 규모는 2열에 비해 넓게 확보됐다. 트렁크 적재용량은 338ℓ에 달하고, 2열 시트를 앞으로 접을 경우 1225ℓ까지 확장된다. 코나 일렉트릭의 트렁크 기본 적재용량 332ℓ보다 6ℓ 많다.
구동성능은 여느 국산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강력하면서도 매끄럽게 발휘된다. 조에의 브레이크페달과 가속 페달은 밟았을 때 가볍게 눌리지만 차량 속력을 신속히 조절하는데 기능한다. 조에는 정지 상태에서 출발할 때 여유 있지만 매끄럽게 속력을 높인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때는 위태로운 느낌없이 안정감있게 감속된다. 조에를 타고 달리다가 정지할 때 브레이크 페달을 예민하게 조작해야만 차가 덜컹거리는 걸 막을 수 있지만 조작하기 어렵진 않다.
조에의 주행감도 작은 체격에 비해 안정적인 수준을 보인다. 스티어링 휠은 가볍게 돌아가지만 고속 주행상황에서도 방향을 안정적으로 전환한다. 또 짧은 축거에서 앞서 예상했던 것에 비해, 곡선구간을 지날 때 몸이 쏠리는 현상을 잘 잡아준다.
노면 충격을 흡수하는 능력이 출중한 점은 차량 상품성을 더욱 높이는 요소가 될 전망이다. 과속방지턱을 넘거나 한쪽 방향의 바퀴로만 움푹 패인 장애물을 지날 때 작은 차체에서 비롯된 흔들림 현상 외엔 2차 충격을 잘 완화한다. 동급의 해치백보다 차량 진동을 잘 해소하고 SUV보다 덜 출렁거린다.
조에에 장착된 전기차 회생제동 시스템은 차량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회생제동 시스템은 전기차의 주행력을 배터리 전력으로 전환시키는 데 기능하는 장치 체계다. 조에는 회생제동에 관해 기어 노브로 활성화할 수 있는 주행 모드인 B-모드를 갖췄다. B-모드로 설정된 조에는 일반 주행(D) 모드일 때보다 차량의 구동력을 더 많이 배터리 전력으로 전환시킨다.
조에의 주행모드를 'D'로 설정해도 낮은 수준의 회생제동이 이뤄진다. 조에의 D, B 주행모드를 각각 활성화했을 때 느껴지는 회생제동 성능을 현대차의 0~2단계 회생제동 시스템과 비교할 경우 체감 상 0~1단계 중간, 1~2단계 중간 등 수준을 보인다. 회생제동 시스템이 작동할 때 차량을 뒤에서 당기듯 감속하는 느낌의 강도가 해당 단계 수치만큼 느껴진단 뜻이다.
회생제동 시스템에 따른 조에의 연료 효율은 높은 수준으로 구현된다. 평일 오전 서울 도심에서 조에를 타고 해당 기능을 적절히 껐다 켜기를 반복하며 23㎞를 달린 결과 연비(전비)가 7.0㎞/㎾h로 측정됐다. 공인 복합 전비 4.8㎞/㎾h를 상회하는 수치다. 조에는 1회 완전 충 전 시 도심·고속도로 복합 구간에서 309㎞까지 달릴 수 있는 것으로 환경부 인증을 받았다.
조에는 국내에서 젠, 인텐스 에코, 인텐스 등 트림 3종으로 출시됐다. 트림별 시작가는 3995만~4495만원 범위 내에서 책정됐다. 코나 일렉트릭(4690만~4890만원)에 비해 낮은 가격대에 판매되지만 덜 다양한 사양을 갖춘 점은 구매 시 고려해야할 부분이다.
중장거리를 달려야 도달할 수 있는 목적지보단 도심 등 단거리 구간을 주행하거나 가까운 외지에 다녀오기에 유용한 전기차다. 조에가 SUV, 세단 등 국내 인기 차종이 아닌 점은 디자인, 고객 만족도 등 측면에서 경쟁력을 낮추는 요소다. 다만 르노삼성차가 이를 상쇄할 만큼 양호한 조에 성능과 이국적 감성을 고객에게 잘 어필한다면 더 많은 고객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