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보/경제, 금융, 카드

과징금 ‘철퇴’에 검찰 수사까지, 대웅제약에 무슨 일이? / 삼성이트라코나졸정(삼성제약), 스포디졸정100밀리그램(다산제약), 시이트라정100밀리그램(시어스제약), 엔티코나졸정100밀리그램(..

(사진) 서울 강남의 대웅제약 본사. /한국경제 DB

회장의 ‘갑질’ 논란으로 입방아에 올랐던 대웅제약이 다시 구설의 주인공이 됐다. 대웅제약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과징금 22억9700만원을 부과 받고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특허 불침해’ 사실을 알면서도 소송을 제기해 경쟁사의 복제약(제네릭) 판매를 방해하고 후속 제품의 특허 출원 과정에서 시험 데이터를 조작한 혐의로 대웅제약을 수사 중이다. 최근엔 자회사 한올바이오파마가 사고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업체는 의약품 시험 자료를 고의로 조작했다.


검찰, 대웅제약 ‘거짓 특허’ 혐의 수사 중
공정위에 따르면 위장약 ‘알비스’의 특허권을 보유한 대웅제약은 2013년 1월 제품의 특허가 만료되면서 복제약이 등장하자 부당한 특허 소송을 제기해 경쟁사의 거래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웅제약은 2014년 12월 경쟁 업체 파비스제약을 대상으로 특허 침해 금지 가처분 소송을 냈다. 대웅제약은 소송 제기 전 파비스제약의 제네릭을 입수해 특허가 침해되지 않는다는 점을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판매를 방해하기 위해 소송을 강행했다. 이듬해 1월 진행된 대형 병원 입찰에선 소송 중인 제품은 향후 판매가 중단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제네릭 이미지에 흠집을 내기도 했다.


대웅제약은 소송 과정에서 패소가 예상되자 경쟁사의 시장 진입을 최대한 늦추기 위해 관련성 없는 실험 보고서를 제출하는 등의 소송 지연 전략을 쓰기도 했다. 특허 침해를 입증하지 못한 대웅제약은 2015년 5월 패소했고 파비스제약은 수개월간 영업에 방해를 받았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대웅제약은 알비스의 매출을 방어하기 위해 후속 제품인 ‘알비스D’를 출시(2015년 2월)하는 과정에서도 위법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공정위는 대웅제약이 알비스D의 특허 출원 과정에서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데이터를 3건에서 5건으로 부풀린 사실을 적발했다. 시험 성공 데이터도 1건에서 3건으로 위조했다는 게 공정위의 결론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대웅제약 직원들은 알비스D의 출시 예정일이 다가와도 특허를 뒷받침할 데이터가 부족하자 ‘1월에 출원 안 하면 죽을 듯’, ‘데이터도 없는데 누가 회장님께 특허 보호 가능하다고 했는지 문의’ 등의 e메일을 주고받으며 압박감을 호소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시험 데이터를 조작해 특허를 받았음에도 안국약품의 제네릭이 출시되자 판매를 방해하려는 목적으로 2016년 12월 또다시 특허 침해 금지 소송을 냈다. 대웅제약은 소송 사실을 병원과 도매상 등의 거래처 영업에 활용해 안국약품의 제네릭 판매를 소송이 진행된 21개월간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허권자의 부당한 특허 침해 소송은 공정한 경쟁 질서를 훼손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어렵게 하고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저렴한 의약품 선택권을 저해하는 위법 행위라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승소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오로지 경쟁사의 영업을 방해하기 위해 ‘위장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미국 등 외국 경쟁 당국도 규율하는 특허권 남용”이라며 “허위 자료까지 동원해 기만적으로 특허를 등록한 뒤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경쟁 질서의 근간을 훼손하는 불공정 행위”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지난 3월 공정위가 대웅제약을 고발한 사건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허법에 따르면 거짓이나 부정행위로 특허를 받은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특허청은 이와 관련해 대웅제약이 실험 데이터를 속여 특허를 받은 것으로 판단하고 특허심판원에 알비스D의 특허권 무효 심판을 청구했다. 특허심판원은 대웅제약 측의 의견을 듣는 등 관련 조사를 진행 중이다.

 

윤재승 대웅제약 전 회장은 직원들에게 욕설과 폭언을 한 녹음 파일이 공개되자 2018년 8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윤영환 대웅제약 명예회장의 셋째 아들인 윤 전 회장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84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6년간 검사로 재직하다가 대웅제약에 입사해 2014년 대웅제약 회장 자리에 오른 뒤 약 4년간 회사를 지휘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검찰 수사 등에 성실히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엔 대웅제약의 자회사 한올바이오파마도 논란의 중심이 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한올바이오파마가 수탁 생산한 항진균제 ‘이트라코나졸’ 성분의 6개 의약품에 대해 잠정 제조·판매·처방 중지 조치하고 품목 허가 취소 절차에 돌입했다.


제조 등이 중지된 제품은 ‘삼성이트라코나졸정(삼성제약)’, ‘스포디졸정100밀리그램(다산제약)’, ‘시이트라정100밀리그램(시어스제약)’, ‘엔티코나졸정100밀리그램(한국신텍스제약)’, ‘이트나졸정(서흥)’, ‘휴트라정(휴비스트제약)’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한올바이오파마는 6개 업체로부터 생산 의뢰를 받아 제조해 온 이들 제품의 허가 또는 변경 허가 시 제출한 안정성 시험 자료를 조작했다. 식약처는 한올바이오파마의 의약품 제조 및 품질 관리 기준(GMP) 위반 사항도 확인하고 제조 업무 정지 등의 행정 처분 절차를 밟고 있다.


한올바이오파마는 5월 11일 회사 홈페이지에 “식약처의 이번 조치는 의약품 시험 자료 허위 작성 혐의에 대한 경찰 조사 결과에 따른 행정 처분”이라며 “책임을 통감하고 선량한 고객과 주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올렸다. 한올바이오파마는 5월 27일 이 사과문을 홈페이지에서 삭제했다.


진흙탕 싸움 된 ‘나보타 분쟁’
한편 보툴리눔 톡신(보톡스) 제조 업체 메디톡스가 대웅제약과 벌인 ‘나보타 분쟁’도 진행형이다. 분쟁은 메디톡스가 2016년 6월 미국에서 대웅제약을 상대로 보톡스 균주 도용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회사의 균주를 도용하고 제조·공정 기술 문서 등을 훔쳐 ‘나보타(미국 제품명 주보)’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같은 해 10월 서울중앙지법에 대웅제약을 상대로 소송을 냈고 2019년 1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대웅제약을 제소했다.


ITC는 지난해 12월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메디톡스 측이 로열티를 받는 조건으로 주보의 현지 판매를 허용하기로 하면서 미국에서의 분쟁이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사태는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메디톡스가 5월 14일 미국 버지니아 연방법원에 대웅제약을 상대로 현지 특허 권리 확인 소송을 제기하면서다. 대웅제약은 이에 대해 “어려운 회사 사정에 아직도 미국 변호사에게 돈을 쏟아붓는 것이 안쓰럽다”고 비난했다.


대웅제약도 칼을 빼들었다. 5월 26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메디톡스가 생산하는 보톡스 제품의 자료 조작에 대한 조사 요청서를 제출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메디톡스가 미국에 수출하기로 한 ‘MT10109L’이 이노톡스와 같은 제품이라는 것이 여러 증거를 통해 명백히 드러난 만큼 FDA의 조속한 조사 착수와 진상 규명을 촉구하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대웅제약은 공시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메디톡스를 금융감독원에 고발하기도 했다.


식약처는 지난 1월 메디톡스가 보톡스 제품 ‘이노톡스’의 품목 허가 및 변경 허가 신청 과정에서 안정성 시험 자료를 조작한 사실을 검찰에서 통보받고 품목 허가를 취소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