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덮죽’, ‘펭수’ 등 유명해진 상표를 제삼자가 먼저 상표등록을 출원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일부 언론에서는 ‘악의적 상표 가로채기’, ‘상표 도둑질’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해 그와 같은 행태를 비판했는데 왜 이 같은 일들이 끊이지 않고 계속 벌어지는 것일까.
특허청에 상표를 출원해 등록을 받으면 상표법 제89조에 따라 독점 배타적 권리가 발생한다. 제삼자가 ‘덮죽’과 ‘펭수’ 상표에 대해 먼저 등록하게 되면 그는 ‘덮죽’과 ‘펭수’ 상표의 유명세를 자기 사업에 독점적으로 이용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이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거나 사용을 허락하는 대신 사용료를 지불하게 할 수도 있다.
처음 ‘덮죽’과 ‘펭수’ 상표를 개발한 원래 사용자에게 이와 같은 상표권을 돈을 받고 양도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권리는 먼저 상표 등록 출원한 자에게 주어지는데(상표법 제35조), 유명해진 상표에 대해 제삼자가 먼저 상표 등록을 출원하려고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다만 제삼자가 ‘덮죽’과 ‘펭수’ 상표를 먼저 출원해 등록 받았다고 하더라도 원래 사용자가 무조건 ‘덮죽’과 ‘펭수’ 상표를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것은 아니다.
출원 전부터 해당 상표를 사용하고 있었고 그 결과 그 상표가 특정인의 상품을 표시하는 것이라고 인식돼 있다면 상표법 제99조에 따라 계속해 그 상표를 사용할 권리가 주어진다.
‘불닭’ 사례에서 본 상표 관리의 필요성
하지만 ‘덮죽’과 ‘펭수’ 상표를 개발한 원래 사용자로서는 이런 결과가 만족스러울 리 없다.
해당 상표가 이미 수요자에게 널리 알려져 있었던 경우라면 굳이 상표 등록을 하지 않더라도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제삼자의 무단 사용을 금지할 수 있고(동법 제4조 및 제2조), 제삼자가 해당 상표를 먼저 출원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등록 받을 수 없겠지만(상표법 제34조), ‘수요자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지’를 증명할 필요도 없이 권리를 명확하게 보호받기 위해서는 상표 개발과 동시에 출원해 등록해 두는 것이 간명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상표 등록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그 등록이 취소되거나 무효가 돼 애써 확보한 독점 배타적 권리를 상실할 수 있다.
예컨대 ‘불닭’이라는 상표는 2001년 처음 등록됐다. 2004년께 ‘매운 양념을 해 석회에 굽거나 기름에 튀긴 닭고기 요리’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불닭’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닭’ 상표권자는 적절한 대처 없이 오히려 ‘닭박사네가 만든 불닭’과 같이 스스로도 보통 명칭처럼 사용했다(특허법원 2007허8047 판결).
‘초코파이’ 상표권자도 경쟁 업체들이 ‘초코파이’를 상품명으로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것을 보고도 사용 중지를 요구하지 않는 등 20여 년에 걸쳐 상표 보호를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특허법원 99허185 판결). 결국 ‘불닭’과 ‘초코파이’ 상표는 ‘컴퓨터’와 같은 보통 명칭이 돼 버렸고 자타 상품을 구별하는 식별력을 잃게 돼 독점 배타적 효력도 상실하고 말았다.
법원은 ‘보통 명칭화’를 막기 위한 상표 관리는 일반 소비자를 상대로도 계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판시한바 있다(특허법원 2007허8047 판결).
최근 ‘보톡스’ 상표권자인 미국 제약회사 엘러간이 한국의 한 언론사에 “타사의 보툴리눔 톡신 제품이 ‘보톡스’로 표기·언급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내용의 요청을 보냈다고 하는데 이 역시 상표 관리의 일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