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가 올해 4월 중국 상하이 모터쇼에서 공개한 콘셉트 전기차 ‘bz4X’. /연합뉴스지난해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 1위는 도요타다. 2019년 2위에 머무르던 도요타는 폭스바겐을 제치고 1위 자리에 올랐다. 도요타의 지난해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은 953만 대로 폭스바겐(931만 대)을 넘어섰다.
특이한 점은 도요타는 아직 순수 전기차를 판매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내연기관·하이브리드 차량만으로 1위를 차지했다.
도요타는 올해 중국 상하이 모터쇼에서 전기차를 공개하며 내년부터 판매할 예정이다. 하이브리드카의 효시로 꼽히는 ‘프리우스’로 해당 시장을 태동시킨 도요타가 높은 기술 경쟁력으로 전기차까지 출시하면 현재의 1위 자리를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1위 車 기업에 전기차가 없는 이유
도요타는 1997년 하이브리드 차량을 세계 최초로 판매하며 친환경 차량을 가장 먼저 출시했다. 하이브리드 시장을 주름잡으며 세계 1위 차량 판매 기업으로 자리 잡았지만 전기차 판매는 아직이다.
출시하지 않은 이유는 굳이 전기차를 판매하지 않아도 점유율 1위를 차지할 만큼 판매량이 많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이 2011년부터 전기차를 출시·판매한 것과 대조적이다.
하지만 기업 평균 연비제(CAFE) 규정에 의거해 자동차 기업들은 평균 연비 목표를 맞추기 위해 기존 내연기관차로는 연비 개선에 한계가 있어 친환경차를 확대할 수밖에 없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위주로 규정이 강화되면서 도요타 역시 하이브리드 시스템만으로는 강화된 탄소 배출량 요구 조건을 충족할 수 없다. 유럽연합(EU)이 추진 중인 탄소 배출량은 km당 95g이다. 이는 하이브리드 차량의 탄소 배출량을 넘어서는 것이다.
도요타는 사실상 전 차종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구현했지만 기준 강화로 이제 순수 전기차를 출시해야만 한다.
전기차와 수소차는 확실한 친환경차이지만 하이브리드는 내연기관과 친환경차의 교집합에 속한다. 또 중국과 미국 10개 주, 캐나다 퀘백 주 등이 친환경차 의무 판매제를 시행하며 북아메리카에서 판매량이 많은 도요타에는 전기차 생산이라는 선택지밖에 없다.
도요타는 상하이 모터쇼에서 발표한 것처럼 조만간 전기차를 출시·판매할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도요타는 다른 브랜드와 비교해 큰 강점이 있다. 자동차 전력 반도체의 웨이퍼 소재로 최근 탄화규소(SiC)가 급부상하고 있다. SiC 전력 반도체는 실리콘과 비교해 고전압·고열에 강하고 부품 경량화에 효율적이어서 전기차 부품에 속속 채택되고 있다.
도요타는 일본 덴소와 공동으로 SiC를 활용한 전력 반도체를 개발했다. 현재 이 반도체는 하이브리드 차량에 사용되는 PCU(Power Control Unit)에 활용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존 PCU 대비 10% 연비 개선과 5분의 1 소형화에 성공했다.
또한 1989년부터 일본 히로세 공장에서 차량용 반도체를 직접 양산 중이다. 전력 반도체부터 차량 전자 제어 장치(ECU)에 이르기까지 자동차용 반도체 라인업을 확장해 하이브리드 차량에 사용해 왔다. 2013년 12월부터 히로세 공장에 SiC 전용 반도체 개발을 위한 클린 룸을 설치하기도 했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 중 반도체 설계 역량과 생산 공장을 동시에 보유한 곳은 도요타가 유일하다.
도요타 전기차 출시, 글로벌업계 판도 변할까
도요타는 전기차를 시장에 출시하지만 않았을 뿐 이미 상당히 높은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또 전고체 배터리 기술과 수소차 기술 또한 내재화를 완료해 고성능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도요타가 전기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판매량 2위 업체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신차 판매의 절반을 전기차로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2025년까지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최대 전기차 생산 업체가 된다는 목표다. 단, 지난해 전기차 판매 비율이 3%에 불과해 갈 길이 멀다.
10여 년간 전기·수소차 시장을 준비해 온 현대차·기아는 연이은 신차 출시로 친환경차 시장에서 점차 두각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전 세계 차량 판매량 순위는 5위지만 전기차 판매량은 7.2%로 4위에 랭크돼 있다.
올해 현대차는 아이오닉5, 기아는 EV6를 출시해 점유율을 더욱 높이고 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이 적용된 해당 차량들은 대량 생산이 가능한 점이 특징이다. 또 향후 5년간 74억 달러(약 8조1500억원)를 투자해 내년부터 아이오닉5와 EV6를 미국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미국은 전기차 판매의 핵심 시장이다. 업계에서는 현지 전기차 시장이 △2025년 240만 대 △2030년 480만 대 △2035년 800만 대 등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그린 뉴딜’과 ‘바이 아메리카’ 전략에 발맞춰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차·기아·제네시스 브랜드로 2025년까지 전기차 23종을 출시해 100만 대를 판매하고 현지 점유율 10%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차량업계 관계자는 “도요타의 전기차 전환 생산 시점은 테슬라·현대차·기아 등 이미 구축된 시장 판도를 뒤집기에는 다소 늦은 감이 있다”며 “전기차 시장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는 만큼 첨단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이 해당 시점을 선점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