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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이름표’ SK에코플랜트, 1조 투자 수요 몰렸다, IPO 탄력 기대 / 공사 물량, EMC홀딩스, 상환우선주 발행, TSK코퍼레이션, 스마트에너지센터 프로젝트, 신규 수주 증가율, 이메디원, 그린환경..

SK에코플랜트의 소각로 시설. 출처: SK에코플랜트

친환경 분야로 사업 보폭을 빠르게 넓히고 있는 SK에코플랜트(구 SK건설)가 1조원이 넘는 투자 수요를 단번에 확보했다. ‘A’급 최하단으로 그리 높지 않은 신용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기관투자가들의 투자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시장 안팎의 관심이 크게 쏠렸다.


SK에코플랜트는 사명을 변경한 후 건설업에서 벗어나 폐기물 처리 등 환경 사업에도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이 점이 자산 운용사와 연기금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평가가 많다. 단, 잇단 신사업 확장으로 크게 늘어나고 있는 총차입금은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

SK에코플랜트의 친환경 연료전지 발전소 모습. 출처: SK에코플랜트

ESG 노린 사업 재편에 기관투자가 환호
올해 7월 채권 시장에서 SK에코플랜트는 단연 화제였다. 15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진행한 수요 예측(사전 청약)에 1조1200억원의 투자 희망 자금이 몰려서다. 회사채 투자 경쟁률만 7.5 대 1로 ‘AA’급 우량 회사채들의 경쟁률을 훌쩍 웃도는 수준이었다.


연기금과 자산 운용사 등 기관투자가들의 투자 수요가 몰리자 SK에코플랜트는 당초 계획했던 금액의 두 배인 총 3000억원을 회사채로 발행했다. 기관투자가의 투자 수요가 많다 보니 발행 금리도 SK에코플랜트의 신용도 대비 낮게 책정됐다. 올해 하반기 기준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싼값에 장기 자금을 수월하게 조달한 셈이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시공 능력 순위 10위인 SK그룹의 대형 건설 업체다. 1962년 설립된 종합 건설 업체로 1977년 SK그룹에 편입됐다. 지난해부터 수처리와 폐기물 처리 등 환경 사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면서 올해 5월 사명을 SK건설에서 SK에코플랜트로 변경했다.


채권 시장에서 통용되는 SK에코플랜트의 신용 등급은 ‘A-’다. ‘A’급의 가장 하단이기도 하고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을 때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BBB’급에 붙어 있어 일반적으로 기관투자가가 선호하는 신용 등급은 아니다.


SK에코플랜트는 2013년까지 신용 등급 ‘A+’를 유지하며 ‘AA’급을 넘보는 상황이었다. 신용도가 우수한 대표적인 건설 업체 중 한 곳이었다. 하지만 해외 공사의 대규모 손실과 국내외 미수금 증가로 재무 부담이 늘어나면서 신용도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2014년에는 ‘A’로 한 단계 신용 등급이 낮아지더니 곧 부정적 신용 등급 전망을 달고 2015년 들어 ‘A-’로 내려앉았다.


풍부한 수주 잔액과 SK그룹 계열의 탄탄한 공사 물량에도 해외 공사의 원가 상승으로 저조한 수익성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시장 참여자들이 기대하는 수준으로 재무 구조 개선이 빠르게 이뤄질 수 없었다. 그 이후 현재까지 ‘A-’에 갇혀 있다.


신용 등급만 보면 하락세에 머물러 있지만 기관투자가가 이번 회사채 발행에 투자를 희망한 것은 SK에코플랜트의 신성장 동력과 추진 중인 미래 사업에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풀이된다.


SK에코플랜트는 올해 상반기 사명 변경과 함께 공격적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했다. 사명처럼 친환경·신에너지 사업을 활발하게 추진하면서 사업 모델을 빠르게 바꿔 나가는 중이다.

 

지난해 한국 최대 환경 플랫폼 업체 환경시설관리(구 EMC홀딩스)를 사들인 데 이어 올해 6월 폐기물 처리 업체인 클렌코를 2151억원에 인수했다. 또 올해 7월 의료 폐기물 중간 처분 업체 도시환경을 760억원, 의료 폐기물 중간 처분 업체 이메디원을 600억원, 폐기물 중간 처분 업체 그린환경기술을 74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한국 폐기물 처리 시장은 SK그룹 이외에도 태영그룹과 IS동서 등이 참여하고 있는데 과감한 인수·합병(M&A)으로 업계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려는 전략이라는 시각이 많다.


또한 SK에코플랜트는 기존 건설업에 집중된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아시아 대표 환경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앞으로도 대규모 M&A를 진행할 계획이다. 2023년까지 약 3조원을 투입해 친환경 신사업 개발과 환경 업체 인수에 집중할 방침이다.


한 자산 운용사 관계자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대세로 떠오른 상황에서 SK에코플랜트는 적절한 사업 포트폴리오 개선으로 기관투자가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며 “긍정적인 사업 전망이 많아 당분간 투자 수요를 확보하는 데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가치 10조원 노리는 IPO, 남은 과제는?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SK에코플랜트는 기업 가치 10조원을 목표로 2023년 기업공개(IPO)도 추진할 예정이다. 공종·발주처별로 다변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고 ESG 트렌드에 맞춰 신사업을 활발하게 추진 중이어서 시장 안팎의 기대가 큰 상황이다.


SK에코플랜트는 화공 플랜트 사업을 주력으로 발전 플랜트·토목·건축 등도 사업 범위로 하고 있다. 또 연간 매출의 40% 안팎이 SK그룹에서 발생해 사업 안정성도 좋다.


하지만 성공적인 IPO 등을 위해선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먼저 SK에코플랜트의 재무 상태다. 신용 평가사인 나이스신용평가는 SK에코플랜트의 사업 상태를 ‘A’급이라고 판단하면서도 재무 상태는 ‘BBB’급이라고 본다. 기초 체력(펀더멘털)을 키워 추가로 신용도를 높이려면 재무 구조 개선이 시급하다는 뜻이다.


SK에코플랜트는 2013~2014년 대규모 순손실을 낸 이후 상환우선주 발행을 통해 자기 자본을 확충했다. 순이익을 창출하고 잉여금을 내부 유보하면서 상환우선주를 점진적으로 상환하며 올해 3월 기준으로 상환우선주 잔액을 1000억원으로 줄였다.


하지만 운전 자금 부담과 대규모 지분 투자 등에 따른 자금 소요로 최근까지 차입 규모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올해 3월 상환우선주 잔액을 고려한 조정자기자본 규모는 약 1조원으로 경쟁 업체에 비해 미흡한 수준이다.


조정부채비율은 400%를 웃돌고 있다. 구 EMC홀딩스 인수 등 환경 사업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면서 총차입금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조원을 넘어선 총차입금은 올해 3월 1조8526억원으로 늘었다.


성태경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TSK코퍼레이션 등을 매각하고 채산성 높은 계열 공사와 주택 공사를 바탕으로 양호한 영업 현금 흐름을 내고 있어 차입 부담을 점차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공사 진행 과정에서 비경상적인 손실이 발생하거나 환경 사업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면서 재무 구조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손실 사업 문제도 있다. 손실이 발생한 해외 프로젝트의 상당수는 준공이 완료돼 추가적인 손실 규모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최종 정산 전까지는 아랍에미리트(UAE) 등에서 공사가 중단된 해외 사업장을 비롯해 국내외 부실 사업장을 중심으로 추가 원가 투입 여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해외 공사 관련 대규모 손실을 경험한 이후 보수적인 해외 수주 정책을 견지하고 있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지난해 이후에는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계열 물량을 제외하면 해외 수주 실적이 부진해 공사 매출에 비해 순수주 규모가 낮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3배 중반을 보이던 매출 대비 수주 잔액은 지난해와 올해 1분기 2.4배로 내려앉았다. 2018년 26%를 기록한 신규 수주 증가율은 지난해 2.2%로 급감했고 올해 1분기에는 마이너스 55.5%를 기록했다.


김웅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수주 잔액이 감소하고 있는 점은 향후 성장성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단, 지난해 SK하이닉스의 스마트에너지센터 프로젝트와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관련 프로젝트를 비롯해 총 3조원을 웃도는 계열 공사를 수주해 저하된 수주 실적을 일정 부분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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