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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일본 ‘반값 공세’에 ‘코발트 제로화’ 나선 K배터리 / E-pit, 리튬인산철(LFP), 쩡위친, 분쟁 광물, 에스볼트(SVOLT), 프라임플래닛에너지, PPES, 파우치형 배터리, NCM, 리튬인산철(LFP), 전해액

현대차그룹이 서울 을지로 미래에셋 센터원 빌딩에 구축한 전기차 초고속 충전소 ‘을지로 센터원 이핏(E-pit)’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개화기에 들어서면서 배터리업계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코발트 비율 축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과 일본 배터리 업체들이 ‘K배터리’보다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가격 공세에 돌입하면서 ‘반값 배터리’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중국 닝더스다이(CATL)는 기존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 저렴한 나트륨 이온 배터리를 공개했고 일본 파나소닉은 도요타와 합작사를 설립해 2022년까지 배터리 생산 비용을 절반으로 줄인다고 선언했다. 중국과 일본이 반값 배터리 공세로 K배터리를 압박하고 있어 한국 배터리 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코발트 가격 급등…대체 자원에 눈 돌린 중국
글로벌 배터리 시장점유율 1위인 중국 CATL은 7월 29일 온라인 론칭 행사인 테크존을 통해 자체 개발한 1세대 나트륨 이온 배터리를 공개하고 2023년부터 보급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트륨 이온 배터리는 나트륨을 핵심 소재로 사용해 리튬 기반의 기존 리튬 이온 배터리·리튬인산철(LFP) 배터리보다 저렴한 것이 장점이다. CATL이 공개한 나트륨 이온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는 kg당 160와트시(Wh) 수준이고 상온에서 배터리 80%를 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5분 정도다. CATL은 섭씨 영하 20도에서 에너지 밀도가 90% 이상 유지되는 것도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테크존 행사에서 나트륨 이온 배터리에 대해 발표 중인 쩡위친 CATL 회장. /CATL 제공

하지만 CATL의 나트륨 이온 배터리는 단점도 뚜렷해 업계의 게임 체인저가 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나트륨 이온 배터리의 최대 단점은 에너지 밀도가 낮다는 것이다.


전기차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는 바로 주행 거리다. 주행 거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에너지 밀도를 결정하는 것은 양극 소재다.


나트륨 이온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최대 kg당 500Wh인 리튬이온 배터리와 비교해 3분의 1 이상 밀도가 낮다. 나트륨 이온 배터리가 가격 경쟁력 측면에선 유리하지만 리튬 이온 배터리가 주행 거리와 성능 면에서 월등한 만큼 한국 배터리 업체들은 나트륨 이온 배터리 개발에 회의적이다.


여러 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CATL이 나트륨 이온 배터리를 들고나온 이유는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나트륨은 매장량이 많고 세계 곳곳에 분포돼 있어 구하기 쉽고 가격도 저렴하다. 또 지구상에서 여섯째로 풍부한 자원으로 리튬을 대체할 자원으로 손꼽힌다.


배터리 수요가 증가하면서 니켈과 코발트 등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자 배터리 업체들은 대체 광물을 찾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리튬·니켈·코발트·망간은 희귀 광물로, 전 세계 매장량이 적고 국가별로 지역 편재성이 심해 가격이 불안정하다. 리튬은 칠레·중국·아르헨티나·호주 등 상위 4개국이 전체의 98%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코발트는 콩고민주공화국이 전체 공급의 58%를 차지하는데 중국의 사재기와 공급 불안, 높은 가격 때문에 구하기가 어려워 배터리 제조 기업들은 니켈 함량을 높이고 코발트 함량을 낮춘 하이니켈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코발트의 국제 가격은 2020년 8월 19일 톤당 3만3045달러에서 지난 8월 17일 5만2000달러로 전년 평균 대비 65.50% 상승했다. 코발트는 배터리 핵심 소재 중 가격이 가장 비싸고 희소한 분쟁 광물로, 아동 착취 등 노동 이슈 문제도 얽혀 있어 배터리 업체들이 코발트 사용량을 줄이는 추세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한국 배터리 제조사의 배터리 핵심 인력을 영입해 논란이 됐던 중국 3위 배터리 제조사인 에스볼트(SVOLT)는 최근 업계 최초로 니켈 75%, 망간 25%로 구성된 코발트 없는 배터리의 양산을 시작했다.


글로벌 배터리 업체들이 채택하고 있는 니켈·코발트·망간(NMC)을 사용하는 삼원계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떨어지지만 배터리 가격의 약 60%를 차지하는 코발트를 제거했기 때문에 가격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중국과 한국에 글로벌 배터리 시장점유율이 밀리고 있는 일본도 배터리 가격 낮추기에 사활을 걸었다.


파나소닉은 도요타와 배터리 합작사 프라임플래닛에너지&솔루션(PPES)을 설립하고 2022년까지 배터리 생산 비용을 절반으로 줄인다고 밝혔다. 2025년까지 최대 70% 줄인다는 목표다. 전기차 배터리 팩의 제조 원가는 Wh당 100달러 수준으로 추정되는데 파나소닉은 이 가격을 50달러 이하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에너지 총량(114.1GWh) 중 점유율 1위는 중국 CATL(29.9%), 2위는 LG에너지솔루션(24.5%), 3위는 파나소닉(15.0%)이다.


파나소닉은 지난해 22.5%에서 올해 상반기 15%로 점유율이 떨어졌다. 한국과 중국에 선두를 빼앗긴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을 높여 점유율 확대를 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K배터리, 니켈 비율 90% 배터리 양산 돌입
폭스바겐이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주력으로 하는 파우치형 배터리를 배제할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한국 배터리의 원가 절감 필요성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한국 배터리업계는 가격이 비싼 코발트 비율을 축소하는 기술을 개발해 중국과 일본의 가격 공세에 대응하고 있다.


현재 전기차용 배터리의 양극 소재는 주로 NCM, 리튬인산철(LFP),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등이 사용되고 있다. 하이엔드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높이기 위해 니켈 함량을 80% 이상으로 높인 하이 니켈 양극 소재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가 높으면 동일한 용량의 배터리를 더 적은 무게와 작은 부피로 전기차에 탑재할 수 있기 때문에 주행 거리가 늘어난다. 이와 동시에 하이니켈 양극 소재는 변동성이 크고 비싼 코발트의 함량이 낮아지거나 혹은 대체할 수 있으므로 원가 경쟁력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코발트를 빼거나 함량을 낮춘 코발트 프리(free)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코발트를 줄이고 알루미늄을 첨가한 4원계 배터리인 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NCMA) 배터리를 올해 하반기 양산할 계획이다.
NCMA는 니켈 비율을 90% 수준까지 높이고 코발트 비율을 5% 이내로 떨어뜨린 제품으로, 제너럴모터스(GM)·테슬라와 공급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엘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코발트 프리 배터리를 선호한다”고 말해 온 만큼 LG에너지솔루션의 코발트 프리 움직임은 테슬라를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고 가벼우며 가격은 훨씬 저렴한 리튬 황 배터리도 개발 중인데 2025년까지 상용화할 계획이다.


삼성SDI는 니켈 함량을 88% 이상으로 높이고 코발트 비율을 5%로 낮춘 하이니켈 기술이 적용된 젠5(Gen.5·5세대) 배터리를 올해 하반기부터 BMW에 납품하고 이후 다양한 글로벌 전기차 제조사에 공급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23년 니켈 90%, 코발트·망간 각각 5%인 NCM 구반반(9½½) 배터리를 개발해 올해 하반기 미국 2위 자동차 업체 포드에 공급한다. NCM 구반반은 SK이노베이션 미국 조지아 주 공장에서 생산한 물량으로, 포드 전기트럭 ‘F-150’에 탑재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25년까지 니켈 94%의 파우치형 NCM 배터리도 개발할 계획이다.


배터리업계에서는 양산 가능한 양극재 니켈 함량을 94%로 제시하고 있는데 최근 조재필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특훈 교수가 창업한 스타트업 에스엠랩이 니켈 함량을 98%까지 높인 하이니켈 양극재 개발에 성공하면서 한국에서도 코발트 프리 배터리를 양산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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