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의 책임을 물어 중징계를 내린 금융감독원의 제재를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된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금감원의 제재와 동일한 법리를 두고 다툰 만큼 관련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강우찬 부장판사)는 27일 손 회장이 금융감독원장을 상대로 낸 문책경고 등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의 제재 사유 5개 가운데 ‘금융상품 선정절차 마련의무 위반’만 인정되고, 다른 4개 사유는 모두 인정되지 않아 금감원의 제재는 그대로 유지될 수가 없어 위법하다”고 밝혔다.
이어 “적법한 것으로 인정되는 1가지 사유에 상응하는 제재를 다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재판부는 “이 사건 쟁점은 금융회사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에 반드시 포함될 내용이 빠져있는지 여부”라며 “금감원은 이에 대해 미흡하거나 실효적이지 않은 경우에도 제재할 수 있다는 주장인데 이건 법령에 반하고 예측 가능성을 훼손해서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DLF는 금리나 환율, 신용등급 등을 기준으로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하는 펀드다. 2019년 하반기 세계적으로 채권 금리가 급락하면서 미국, 영국, 독일의 채권 금리와 연동된 DLS와 DLF에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금감원은 DLF 사태와 관련해 금융사가 내부 통제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명시한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을 들어 경영진이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해 손 회장과 정채봉 우리은행 수석부행장(영업부문 겸 개인그룹 부문장)에게 중징계(문책경고) 조치를 내렸다. 문책경고를 받으면 연임과 3년간 금융권 취업이 불가능하다. 당시 손 회장은 금감원장을 상대로 문책경고 등의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하며 맞섰고, 이날 재판부 판결은 손 회장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우리은행이 내부적으로 내부통제규범을 마련하는 데 있어 다소 미흡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금융회사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소홀로 금융사 CEO를 징계할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그간 금융권의 논란이 됐던 금감원의 무리한 제재에 대한 반발이 더 커질 전망이다. 이번 선고 결과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을 통해 금융사 CEO에게 내부통제 책임을 묻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일종의 ‘잣대’였다. 금감원은 DLF 사태만이 아니라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서도 금융사 CEO에게 비슷한 근거로 징계를 내렸다. 이들에 대한 판단은 금융위원회 최종 결론을 남겨두고 있다.
금감원은 손 회장의 징계 취소소송 1심 패소 판결에 대해 “판결문을 검토한 후 항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금융은 선고 직후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고 이번 판결을 겸허히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그동안 고객 피해 회복이 가장 시급하다는 판단하에 금감원 분쟁조정안을 즉각 수용했고, 대다수 고객 보상을 완료하는 등 신뢰 회복 방안을 성실히 추진했다”며 “앞으로도 철저한 내부통제와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정책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