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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법률

“1년 계약직 연차는 11일” 고용부 해석 뒤집은 대법 / 유급 휴가, 요양보호사, 노인요양복지시설, 근로기준법, 개정근로기준법 설명자료, 연차 수당 청구권, 제60조 제4항

1년 미만 노동자, 유급 휴가 26일 아닌 11일
반환 소송 등 ‘후폭풍’ 이어질 전망

게티이미지뱅크근로기준법에 따라 노동자는 1년 중 80% 이상 근무하면 최소 15일의 연차 유급 휴가를 받게 된다. 근로 기간이 1년 미만이면 1개월당 1일씩 유급 휴가가 부여된다. 그렇다면 ‘딱 1년’ 일한 노동자에게 발생하는 유급 휴가는 며칠일까.


그동안 고용노동부는 80% 이상 근무하면 받는 15일, 1개월당 1일씩 받는 11일을 합쳐 총 26일의 유급 휴가가 발생한다고 해석해 왔다. 그러나 최근 이 해석을 정면으로 뒤집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이 “11일의 유급 휴가만 인정된다”고 판결한 것이다.


“지급한 연차 수당 돌려 달라” 소송

 

대법원은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노인요양복지시설을 운영한 원고 A 씨가 국가와 노동자 B 씨를 상대로 낸 손해 배상 청구 소송에서 이 같은 판결을 내렸다.


피고 B 씨는 2017년 8월 1일부터 이듬해 7월 31일까지 1년간 A 씨가 운영하는 시설에서 요양보호사로 근무했는데 총 15일의 유급 휴가를 사용했다.


근로기준법 제60조 제1항은 사용자가 1년간 80% 이상 출근한 노동자에게 15일의 유급 휴가를 줘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제2항에 따르면 근로 기간이 1년 미만인 노동자 또는 1년간 80% 미만 출근한 노동자에게는 1개월 개근 시 1일의 유급 휴가를 줘야 한다.


‘1년 미만’의 노동자에게 1개월당 1일의 휴가를 주도록 규정했기 때문에 이 조항으로 받을 수 있는 최대 유급 휴가 일수는 12일이 아닌 11일이 된다.


한편 구 근로기준법 제60조 제3항은 사용자가 노동자의 최초 1년간의 근로에 대해선 제2항에 따른 휴가를 포함해 15일의 유급 휴가를 줘야 하고 만약 노동자가 제2항에 따른 휴가를 이미 사용한 경우 그 휴가 일수를 15일에서 빼도록 했다.
그런데 피고 B 씨가 A 씨 시설에서 근무하던 중인 2017년 11월 28일 유급 휴가 관련 근로기준법이 개정돼 제3항이 삭제됐다. “사용한 휴가 일수를 15일에서 빼야 한다”는 조항이 없어지면서 1년 초과 2년 미만의 기간 동안 일할 경우 11일과 15일을 합쳐 최대 26일의 유급 휴가를 쓸 수 있게 됐다.


문제는 ‘딱 1년’만 일하고 퇴직한 노동자도 26일의 유급 휴가를 받는지 여부였다. 만약 26일이 인정된다면 B 씨는 15일밖에 휴가를 쓰지 않았기 때문에 나머지 11일에 대해 연차수당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고용노동부는 유급 휴가가 26일 주어지는 게 타당하다고 해석했다. 고용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의정부지청은 근로기준법 개정 이후 A 씨를 포함한 관내 사업장 대표자들에게 ‘개정근로기준법 설명자료’를 배포하고 교육을 실시했다. ‘유급 휴가가 기존 15일에서 26일로 늘어났으니 이행에 철저를 기하고 만일 이를 어기면 형사 처분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B 씨는 퇴직 이후인 2018년 8월께 의정부지청에 A 씨를 상대로 11일분의 연차 수당을 지급받지 못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A 씨는 B 씨에게 연차 수당으로 71만7150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이후 A 씨는 “형사 처분하겠다는 겁박에 어쩔 수 없이 지급한 것”이라며 B 씨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B 씨에게는 71만원을 돌려 달라는 부당 이득 반환 청구를 했고 국가를 상대로는 개정 근로기준법을 잘못 해석한 데 대한 손해 배상을 청구했다.


대법 “1년 노동자는 유급 휴가 11일”
1심은 “26일이 부여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연차 수당 청구권은 노동자가 출근율을 충족하면 당연히 발생하는 것”이라며 “(만약 1년간의 근로를 마친 다음 날 휴가가 발생한다고 해석한다면) 노동자들의 유급 휴가 보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정된 근로기준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이 판결은 2심에서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근로기준법 제60조 1항이 규정한 유급 휴가를 사용할 권리는 다른 특별한 정함이 없는 한 전년도 1년간의 근로를 마친 다음 날 발생한다”고 했다. 1년을 초과해 근무한 것이 아닌 딱 1년만 일했기 때문에 ‘15일 유급 휴가’ 권리가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도 2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 제2부(재판장 이동원)는 “유급 휴가 사용 권리는 근로기준법 제60조 제1항은 최초 1년간 80% 이상 출근한 노동자가 그다음 해에도 근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해 2년 차에 15일의 유급 휴가를 줘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했다.


대법원은 또 “근로기준법 개정 이유는 최초 1년간의 근로에 대한 유급 휴가를 사용한 경우 이를 다음 해 유급 휴가에서 빼는 규정을 삭제해 1년 차에 최대 11일, 2년 차에 15일의 유급 휴가를 각각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제3항 삭제 전에는 1년 차에 제2항에 따른 11일의 휴가를 모두 썼다면 2년 차에 발생하는 15일의 유급 휴가 일수에서 이를 제외했기 때문에 극단적으로는 둘째 해에 4일밖에 쉬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겠다는 게 근로기준법 개정 취지이므로 1년만 근무한 노동자에게 제1항에 따른 15일과 제2항에 따른 11일의 휴가 일수를 동시에 부여할 수 없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은 1년을 일한 노동자에게 26일의 유급 휴가를 부여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봤다.
대법원은 “근로기준법 제60조 제4항은 ‘가산 휴가를 포함한 총 휴가 일수는 25일을 한도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피고의 주장에 따르면 1년의 기간제 근로 계약을 체결한 노동자는 장기간 근속한 노동자의 휴가 일수인 25일을 초과하는 휴가를 부여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1년 기간제 근로 계약을 체결한 노동자를 장기 근속 노동자보다 더 우대하는 꼴이 된다는 것이다.


다만 2심과 대법원은 국가에 대한 손해 배상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설명 자료 제작 및 반포와 소속 근로감독관의 계도 등에 고의 또는 과실이 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2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서 결국 약 71만원의 연차 수당을 받은 피고 B 씨는 A 씨에게 이를 다시 돌려주게 됐다.

“연차 수당 돌려달라” 줄소송 전망
이번 판결의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고용노동부의 해석에 따라 1년 일한 노동자에게 26일을 기준으로 연차 수당을 지급한 기업·공공기관이 많기 때문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의 사례에서처럼 “연차 수당을 다시 돌려 달라”는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노동부가 1년 계약직 노동자에게 26일의 유급 휴가를 인정한 것은 2005년 대법원의 판결이 근거가 됐다. 당시 대법원은 “유급으로 연차 휴가를 사용할 권리는 노동자가 1년간 소정의 근로를 마친 대가로 확정적으로 취득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특히 퇴직 등으로 유급 휴가를 쓸 수 있는 권리는 없어진다고 해도 연차 수당을 청구할 권리는 그대로 잔존한다는 게 당시 대법원의 판단이었다. 2017년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면서 1년 근로한 노동자에게 유급 휴가를 얼마나 인정할 것인지가 쟁점이 됐다.


고용노동부는 ‘유급 휴가를 쓸 권리는 근로를 마친 대가로 확정적으로 취득하는 것’이라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근로기준법 제60조 제1항에 따른 15일의 휴가일도 인정해 총 26일을 인정하는 게 타당하다고 봤다.


그러나 당시에도 판례를 무리하게 적용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2년 차 노동자들의 휴가권을 강화하기 위해 1년 차에 11일, 2년 차에 15일의 유급 휴가권을 확정적으로 부여하겠다는 게 법 개정 취지인데 이를 중첩 적용해 1년만 일한 노동자에게 26일의 유급 휴가권을 인정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는 논리였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그동안 고용노동부의 지침에 따라 왔던 산업계는 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공공 기관의 경우 감사원의 감사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반환 소송에 나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수당을 지급받은 노동자도 졸지에 반환 요구를 당하는 처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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