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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매출 1000억원’, 매일유업 셀렉스 스토리 / 매일헬스앤뉴트리션, 유가공품, 크리스탈제이드, 폴바조, 더키친일뽀르노, CJ제일제당, 김환석, 연화식, 軟化食

예상 밖 성공에 별도 회사 설립…유가공 넘어 ‘단백질 시장’ 최강자로


매일유업은 10월 1일 기존의 건강기능식품 판매 부문을 따로 떼어내(물적 분할) ‘매일헬스앤뉴트리션’이라는 이름의 새 회사를 설립했다. 통상적으로 기업 분할은 한 기업이 새로운 주력 사업을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한다. 사업부를 하나의 별도 회사로 독립시키면 더욱 신속한 의사 결정이 가능해져 경영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는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매일유업은 매일헬스앤뉴트리션을 앞세워 급격하게 커지고 있는 단백질 식품 시장을 주력 사업인 ‘유가공품’의 뒤를 이을 새로운 먹거리로 삼겠다는 각오다.

셀렉스 제품 모음. 사진=매일유업 제공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만큼 매일유업은 사업 확장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 정평이 자자하다. 사실상 유가공 사업 ‘한 우물 파기’에만 주력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50여 년 넘게 사업을 영위하면서 매일유업이 전개한 유가공 외 사업은 손에 꼽을 정도다. 중식당 사업을 영위하는 ‘크리스탈제이드’, 커피 제조(폴바조) 및 이탈리아 레스토랑(더키친일뽀르노)을 운영하는 엠즈씨드, 유아동 용품을 판매하는 제로투세븐 등이 대표적이다.


비슷한 업력을 가진 대기업들이 이른바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해 온 것과 사뭇 대조되는 모습이다.


이런 매일유업이 이번에 자신 있게 매일헬스뉴트리션을 별도 회사로 설립하게 된 이유는 성인 영양식 브랜드 ‘셀렉스’가 당초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매년 두 배씩 매출 급증셀렉스는 매일유업이 2018년 10월 론칭한 성인 영양식 브랜드다. 출시 직후부터 ‘판매 돌풍’을 일으키며 약 3년 만에 매출 1000억원을 목전에 둘 정도로 빠른 성장을 이어 가고 있다.


출발부터 소비자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수치로도 확인된다. 첫 제품을 내놓은 지 약 1년째 되던 2019년 셀렉스는 신생 브랜드라는 약점을 극복하고 단숨에 매출 25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이보다 매출이 2배나 늘어난 5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도 셀렉스의 활약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매일유업에 따르면 셀렉스는 올해 상반기 이미 지난해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린 상태다. 매일유업은 올해 셀렉스의 매출 목표액을 850억원으로 잡았는데 지금의 추세라면 1000억원을 넘길 수 있다는 기대감까지 일고 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셀렉스의 추가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끝에 결국 내부에 하나의 사업 부서로 존재했던 셀렉스 관련 부서들을 따로 떼어내 하나의 회사로 만들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사실 셀렉스의 빠른 성장은 매일유업 내부에서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출시 당시 시장 상황을 보면 대략 이해가 간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18년만 하더라도 한국의 단백질 식품 시장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대략 800억원대를 형성했던 것으로 추정된다.사업 분할로 역량 집중사업 확장에 늘 신중했던 매일유업이 이처럼 작은 규모의 시장에 뛰어든 것은 오직 미래의 성장 가능성 때문이었다. 그 이면에는 한국 인구 구조의 변화가 자리한다.

 

매일유업은 유가공품을 앞세워 오랜 기간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 왔다. 그중에서도 주력 상품은 우유와 분유였다. 매년 꾸준히 증가해 온 신생아들이야말로 매일유업의 가장 큰 고객이었다. 이들을 타깃으로 다양한 유가공품을 출시하며 매일유업은 2009년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큰 고민에 빠지게 된다. 저성장의 고착화, 결혼 지연 등 다양한 사회적 요인에 따라 신생아 수가 갈수록 줄어드는 것이 문제였다. 실제로 통계청 자료를 보면 출생아 수는 2012년 48만5000명을 고점으로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매출 구조가 영유아 쪽에 편중된 매일유업은 자연히 불안해질 수밖에 없었다.


인구 변화에 주목하던 매일유업이 내린 해답은 바로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한 성인 영양식 시장 진출이었다.
그간 축적한 유가공품 생산 기술을 활용해 감소하는 영유아 인구와 반대로 증가세에 접어든 ‘시니어층’을 공략하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그렇게 2015년부터 약 3년간의 연구·개발(R&D) 끝에 내놓은 제품이 바로 셀렉스다.


출시까지 오랜 기간이 걸린 것은 ‘건강’뿐만 아니라 단백질 특유의 텁텁한 ‘맛’을 잡기 위한 노력 때문이었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10여 차례가 넘는 소비자 평가를 진행하며 제품의 맛을 개선해 나간 것이다. 그 결과 2018년 10월 마침내 셀렉스 브랜드를 출시할 수 있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당시 한국에서 단백질 관련 식품의 판매는 미미한 상황이었지만 이미 단백질 식품이 활성화한 미국 등의 선진국 사례를 감안할 때 언젠가는 한국에서도 다양한 단백질 제품들을 찾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고 말했다.


결과는 기대했던 것 이상이었다. 시니어를 타깃으로 삼은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셀렉스는 예상을 뛰어넘는 판매량을 기록하며 단숨에 시장에 안착했다. 매일유업 역시 첫 제품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다양한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제품들을 빠르게 선보이며 다양한 니즈를 가진 소비자들을 흡수했다.


현재 셀렉스는 다양한 맛과 형태, 단백질 함량을 가진 20여 종의 제품을 출시하며 기능성 단백질 식품 시장의 최강자로 자리매김한 모습이다.


전망도 밝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건강’이 식품업계를 관통하는 키워드로 떠올랐다. 이에 힘입어 단백질 시장 규모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지난해 단백질 식품 시장 규모는 약 25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35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만 하더라도 시장 규모는 800억원대에 불과했는데 4년 사이 4배나 커진 것이다. 시장이 확대될수록 셀렉스의 ‘선점 효과’는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매일유업은 신설되는 별도 법인을 통해 성인 건강기능식품 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개인 건강 상태에 맞춘 기능성 식품을 비롯해 고령 친화 식품으로 불리는 ‘연화식(軟化食)’ 등 카테고리 확장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한편 새롭게 닻을 내린 매일헬스앤뉴트리션의 수장에는 김환석 매일유업 영업 총괄 부사장이 선임됐다. CJ제일제당 등을 거치며 식품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식품 마케팅 분야의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그의 지휘 아래 매일헬스앤뉴트리션은 판매 채널 확대와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앞세워 매출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이번 분할을 통해 셀렉스 사업의 전문 역량을 더욱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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