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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법률

동업 의사, 재계약 조건 거부하다 관계 파탄, “제명 사유된다” / 소수 지분 참여자, 소수 지분 조합원, 의사 직무 수당, 민법상 조합원, 서울고법, 노동조합, 협동조합, 업무 집행자

대법 “다른 조합원이 모두 동의한 변경안에 동의하지 않은 것도 제명 사유 해당”

동업에는 여러 방식이 있다. 주식회사를 세우는 것이 가장 대표적이지만 인적 결합의 정도가 회사를 세울 만큼 강하지 않을 때는 민법상 ‘조합’을 만들어 동업할 수도 있다.


조합은 2인 이상이 출자해 공동 사업을 할 목적으로 결합한 영리 단체를 말한다. 흔히 동업 관계라고 하면 민법상 조합 관계인 경우가 많다.


뜻이 같아 시작된 동업 관계도 시간이 흐르면서 삐걱댈 수 있다. 이 경우 동업 관계를 끝내기 위해 조합 해산을 청구하거나 조합 탈퇴를 할 수 있다. 다른 조합원을 제명할 수도 있다.

 

최근 대법원은 다수 조합원이 합리적인 동업 재계약 안을 제시했는데 소수 지분 참여자가 이를 거부한 경우 그 조합원을 제명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놓았다. 한 여성 병원을 동업한 의사 3명 사이에서 벌어진 소송에서다.

 

 

 


동업 재계약 불발…결국 소송전
의사인 A‧B‧C 씨는 2008년 4월 한 여성 병원을 공동 운영하기로 하는 동업 계약을 체결했다. 원고인 A 씨와 피고 C 씨가 각각 7분의 1의 지분을, 피고 B 씨가 7분의 5의 지분을 갖기로 했다.

 


경영권은 가장 많이 출자한 B 씨에게 돌아갔다. 동업 계약에 따라 B 씨는 경영 수당으로 월 1000만원, 의사 직무 수당으로 월 700만원을 받게 됐다. A 씨와 C 씨는 월 1400만원의 의사 직무 수당을 받았다. 동업 계약의 약정 기간은 계약 체결일로부터 5년으로 정했다.


A‧B‧C 씨는 2013년 3월 약정 기간이 만료된 뒤에도 계속 병원을 공동 운영했다. 이들은 2014년 2월부터 내용을 변경한 새로운 동업 계약을 체결하는 문제를 협의했다. B 씨가 제시한 새 동업 계약은 그동안 고정급으로 지급해 온 의사 직무 수당을 성과급으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했다.


재계약 3년 후 다시 계약이 이뤄지지 않으면 동업에서 탈퇴하는 사람에게 지분만큼의 돈을 돌려준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하지만 새 계약은 결국 체결되지 못했다. 원고 A 씨가 ‘소수 지분 조합원에게 불리하다’는 취지로 반대했기 때문이다. 결국 A 씨와 B 씨‧C 씨 사이에 심각한 불화가 발생했다. B 씨는 2014년 7월 회의를 개최해 A 씨에 대한 제명을 결의했다.

 

A 씨는 제명 결의 이후에도 계속해 진료했고 수익금을 배분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B 씨와 C 씨를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이에 B 씨와 C 씨는 A 씨에 대해 징계 해고 처분을 하고 2015년 7월 A 씨의 진료실을 폐쇄했다.


1‧2심 판결 엇갈려
A 씨는 자신이 병원 조합원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B 씨와 C 씨를 상대로 손해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민법에 따르면 조합원 제명은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 가능하다. B 씨가 제안한 계약 변경안을 반대했다는 이유만으로 제명 조치를 한 것은 법에서 규정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무효라는 게 A 씨의 주장이다.


A 씨는 동업 계약에 따른 조합원 지위를 여전히 보유하고 있으므로 B 씨와 C 씨가 2014년 8월부터 발생한 병원 수익금 중 A 씨의 지분에 해당하는 약 2억1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A 씨가 매월 받았어야 할 의사 직무 수당도 달라고 요구했다.


1심은 B 씨와 C 씨의 손을 들어줬다. 수원지법 재판부는 “동업 약정 기간의 만료로 새로운 동업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계약 내용을 둘러싸고 조합원들 사이에 의견이 일치하지 않아 결국 동업 계약이 체결되지 못하는 경우, 그 조합은 더이상 원활한 운영을 기대할 수 없거나 조합원들에게 동업 관계를 유지할 의사가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A 씨의 반대로 오랜 기간 동안 제대로 된 협의가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에 A 씨에 대한 제명은 민법상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2심의 판단은 달랐다. 2심을 맡은 서울고법 재판부는 B 씨가 제시한 계약 변경안에 따르면 약정 기간 3년이 지난 뒤에는 원고 A 씨가 자신의 의사와 달리 탈퇴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을 들며 “합리적 이유 없이 재계약의 체결을 거부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수인의 근로 제공자 사이에서 근로 제공의 결과 창출해 내는 이익이 같지 않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성과급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2심 재판부는 B 씨와 C 씨에게 병원 수익금 중 A 씨의 지분 비율인 7분의 1에 해당하는 약 6억7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 씨가 배당금 명목으로 청구한 금액은 1심에서 약 2억1000만원이었지만 재판이 2심으로 넘어가면서 연장된 기간만큼 더 늘어났다. 또 B 씨와 C 씨가 의사 직무 수당으로 총 1억68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 “신뢰 관계 파탄도 제명 사유”
판결은 대법원에서 다시 한 번 뒤집혔다. 최근 대법원 3부는 원심 판결 중 피고의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환송했다. 민법상 조합원을 제명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때’가 무엇인지에 대해 대법원과 원심의 판단이 달랐다.


대법원은 “정당한 사유가 있는 때란 특정 조합원에게 명백한 귀책 사유가 있는 경우는 물론이고 특정 조합원으로 인해 조합원들 사이에 반목·불화로 대립이 발생하고 신뢰 관계가 근본적으로 훼손돼 원만한 공동 운영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도 포함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신뢰 관계 파탄을 이유로 조합원을 제명한 것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를 판단할 때는 특정 조합원으로 말미암아 조합의 목적 달성에 방해가 계속됐는지 여부와 그 정도, 제명 이외에 다른 방해 제거 수단이 있었는지 여부, 조합 계약의 내용, 그 존속 기관과 만료 여부, 제명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A 씨가 계약 변경안에 동의하지 않은 것도 제명 사유가 된다고 봤다. 대법원은 “원고를 제외한 다수 지분권을 가진 조합원이 모두 동의한 변경안이 합리적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면 원고로서도 이를 진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수정 제안하는 등 신의에 따라 성실하게 재계약을 위한 협의에 임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또한 “성과급제 도입 부분은 그동안의 조합 운영 실적에 비춰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고 이 사건 탈퇴 조항은 존속 기간 만료 후 조합의 해산을 제한하는 것에 지나지 않아 특정 조합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항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원심은 원고가 변경안에 대한 협의를 거부한 것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 원고와 피고들 사이의 신뢰 관계가 파괴돼 원고와 동업 관계를 유지하기 곤란한 사정이 생긴 원인이 무엇인지 등을 심리해야 한다”고 했다. 결국 A 씨와 B 씨, C 씨는 동업 관계 파탄에 따른 법원의 판단을 서울고법에서 다시 한 번 받게 됐다.

민법상 조합 둘러싼 법률 문제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조합’이라는 단어를 노동조합이나 협동조합 등에서 주로 보게 된다. 하지만 민법상 조합은 노동조합‧협동조합 등과는 구분되는 개념이다.


민법상 조합은 2인 이상이 상호 출자해 공동 사업을 경영할 것을 약정한 계약을 말한다. 조합은 사단과 달리 결합이 느슨해 단체로서의 단일성이 약하고 각 조합원의 개성이 강한 형태다. 사단은 법인격을 갖지만 조합은 법인격을 갖지 않는 게 보통이다.


민법상 조합에서 출자는 꼭 금전이 아니어도 된다.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도 출자의 형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일부 조합원만 이익을 취하는 경우 이를 민법상 조합으로 볼 수 없고 조합원 전원이 이익을 공유해야 한다.


다만 동업자들 사이 이익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무방하다. 민법상 조합은 각 조합원이 원칙적으로 업무집행권을 갖는다. 그러나 필요한 경우 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업무 집행자를 선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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