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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법률

상속 재산 사해행위취소소송, 언제까지 가능할까? / 채권자, 재산 분할 협의, 경정 등기, 등기예규, 분할 협의일, 공동 상속인, 대법원 판례, 민법, 제척 기간

대법원은 ‘사해 행위가 있은 날’을 사실상 ‘피상속인의 사망일’로 판단

공동 상속인이 된 채무자는 어차피 상속 재산을 취득해봤자 채권자에게 빼앗길 것을 우려한 나머지 상속 재산 분할 협의를 통해 아예 상속 재산을 취득하지 않는 경우가 자주 있다. 이때 채권자는 상속 재산 분합 협의를 취소하고 원상 회복(채무자의 상속 지분 등기 회복)을 구하는 사해 행위 취소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권리 구제를 꾀한다.


사해 행위 취소의 근거 규정인 민법 제406조에 따르면 전항의 소는 채권자가 취소 원인을 안 날로부터 1년, 법률 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5년 내에 제기하도록 명시했다.


여기서 ‘법률 행위(사해 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5년’의 해석과 관련된 흥미로운 대법원의 판결이 있는데 사안은 이렇다.

 

부동산 소유자인 A는 2011년 8월 9일 사망했다. 그 배우자인 B와 자녀들인 C, D, E, F가 위 부동산을 공동으로 상속했다.
상속 지분은 B가 11분의 3, 나머지 상속인들이 각각 11분의 2였다. 공동 상속인들은 위 부동산을 B가 단독으로 소유하는 것으로 상속 재산 분할 협의를 마쳤다.


그런데 그 등기 접수일은 A의 사망일로부터 약 2년이 경과한 2013월 6월 14일 접수됐고 등기부상 등기 원인은 ‘2011년 8월 9일 상속 재산 분할 협의’로 기재됐다. C의 위 부동산 상속 지분 11분의 2는 그의 유일한 재산이었는데 B가 단독 소유하게 되자 C의 채권자인 원고는 2018년 3월 28일 B(피고)를 상대로 위 상속 재산 분할 협의가 사해 행위에 해당한다며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채권자 권리 구제에 소홀한 판결 내려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2021년 6월 10일 선고한 판결에서 “사해 행위에 해당하는 법률 행위가 언제 있었는지는 실제로 사해 행위가 이뤄진 날을 기준으로 판단하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처분 문서에 기초한 것으로 보이는 등기부상 등기 원인 일자를 중심으로 사해 행위가 실제로 이뤄졌는지 여부를 판정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등기부에 기재된 등기 원인 일자와 다른 날에 상속 재산 분할 협의가 있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에 상속 재산 분할 협의가 있은 날을 등기부상 등기 원인 일자인 2011년 8월 9일(사망일)로 보면서 이 사건 소가 법률 행위가 있은 날, 즉 2011년 8월 9일부터 5년이 경과한 2018년 3월 28일 제기된 것”이란 이유로 원심 판결을 취소하고 소를 각하했다.


상속 등기와 그 경정 등기에 관한 업무 처리 지침(등기예규 제1675호)은 ‘상속 등기를 신청하는 경우의 등기 원인 및 그 연월일’에 관해 협의 분할에 의한 경우에는 등기 원인을 ‘협의 분할에 의한 상속’으로, 그 연월일을 ‘피상속인이 사망한 날’로 한다고 규정한다.


이는 실제 분할 협의일과 무관하게 등기부에는 사망일이 곧 분할 협의일로 기재되는 결과를 초래하는데, 위 대법원 판례를 따른다면 만약 사망일로부터 5년이 경과한 후 협의 분할에 따른 등기를 접수하기만 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미 분할 협의일로부터 사해 행위 취소 소송 제척 기간인 5년이 경과했으므로 채권자는 사해 행위 취소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각하를 면할 수 없게 된다.


일반적으로 채권자는 등기부의 기재를 확인함으로써 비로소 사해 행위를 의심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위 대법원의 판결은 채권자의 권리 구제를 다소 소홀히 다룬 측면이 있다.

 

사해 행위의 제척 기간이 경과했는지에 대한 판단은 법원의 직권 조사 사항이고 등기부에 기재된 내용대로 실제 법률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법적으로 추정하는 이른바 ‘등기의 추정력’까지 감안해 등기부상 분할 협의일이 사망일로 기재돼 있는 이상 그와 다른 날을 분할 협의일로 인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대법원의 판단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실제 협의일과 무관하게 사망일을 협의일로 등기부상 기재하도록 규정한 위 ‘상속 등기와 그 경정 등기에 관한 업무 처리 지침’을 개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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