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기준 9억→12억원…집값 하락은 어렵지만 1주택자에게는 갈아타기 기회
양도소득세 고가 주택 기준이 13년 만에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조정됐다. 1가구 1주택자는 12억원 이하에 양도하면 양도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는 얘기다.
불로 소득이라고 할 수 있는 양도 차익에 대해 비과세 면세 기준을 높여 주는 것은 시장에 나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번 조정은 적절한 동시에 오히려 시기가 늦었다고 볼 수 있다.
13년간 양도세 기준 33%·집값 119%↑
양도소득세에서 고가 주택의 기준이 9억원으로 결정됐던 것은 2008년으로 13년 전의 일이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2008년 12월 전국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는 2억5061만원이었다. 13년이 지난 2013년 11월엔 5억4954만원이다.
고가 주택 기준이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33% 오르는 동안 집값은 119%나 뛰었다. 서울은 더하다. 같은 기간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무려 136%에 달한다. 2021년 11월 기준 서울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는 12억 3729만원이다. 서울에 아파트 한 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절반 이상은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고가 주택 기준이 12억원으로 상향 조정됐지만 지금도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 1주택자의 비율은 2008년 개정 때보다 훨씬 많다. 즉, 2008년에 9억원이 넘는 주택을 소유한 1주택자보다 현재 12억원이 넘는 주택을 소유한 1주택자가 더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몇 년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고가 주택의 기준을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1주택자에게 양도소득세가 많이 부과되면 기존 집을 팔고 외곽 지역으로 이사를 가거나 더 좁은 집으로 이사를 가야 하는 모순이 나타난다.
그렇다면 이번 세제 개편은 어떤 효과를 가져올까. 양도가가 9억원이 넘는 주택은 양도소득세가 비과세되거나 예전보다 세금이 줄어든다.
예를 들어 6억원에 집을 사 12억원에 판 1주택자의 세금을 비교해 보자. 장기 보유 특별 공제까지 감안하면 사례가 너무 많아져 보유 기간이 2년 이상이지만 3년이 되지 않은 집으로 한정해 보자.
과거 6억원에 매수했다가 잔금일 기준으로 올해 12월 7일 이전에 집을 12억원에 판 사람이 있다면 양도소득세와 지방소득세를 합해 3866만5000원 정도의 세금을 내야 했다. 반면 이번에 세제가 개편되면서 같은 달 2월 8일 이후 집을 판 사람은 양도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3900만원에 가까운 세금이 절약되는 셈이다.
그런데 이 절세 효과는 12억원이 훌쩍 넘는 고가 주택에도 적용된다. 6억원에 집을 샀다가 18억원에 파는 사람은 법 개정 전에는 2억3295만원의 세금을 내야 했다.
하지만 법이 개정된 현재는 1억4432만원만 내면 된다. 절세 효과가 무려 8863만원에 달해 12억원에 집을 판 사람보다 절세 효과가 5000만원 더 많다. 면세 기준인 12억원 근처에 파는 사람보다 더 비싸게 파는 사람이 더 큰 절세 효과를 보는 것이다.
갈아타기 시도하는 1주택자에게 큰 기회
양도소득세 개편 효과는 시장에 고가 주택 거래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양도소득세가 무서워 갈아타기를 하지 못했던 매물이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1주택자가 집을 파는 이유는 무주택자가 되면서 현금화하려는 목적보다 다른 집으로 갈아타기 위해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택 시장 전체로 볼 때 매도와 매수 수요가 같아진다. 세제 개편으로 매물 증가를 통한 집값 하락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아타기가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유는 ‘누진 과세 제도’라는 한국 세금 제도의 특성 때문이다. 6억원에 사 미래에 18억원에 파는 사람은 이번에 세제가 개편됐어도 1억4432만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그런데 생각을 바꿔 보자. 6억원에 어떤 집을 산 사람이 12억원에 팔면 양도소득세를 1원도 내지 않는다. 그리고 집값이 같은 옆집을 12억원에 사 향후 18억원에 판다면 5285만5000원을 세금으로 낸다.
즉, 701호를 6억원에 사 18억원에 파는 사람보다 702호를 6억원에 샀다가 12억원에 팔고 703호를 12억원에 사 나중에 701호가 팔리는 날에 703호를 18억원에 파는 사람이 세금을 적게 내게 된다. 한국은 양도 차익이 클수록 세율 자체를 더 높게 적용하는 누진 과세 제도를 채택하고 있어 이러한 절세 기법이 가능하다.
그런데 여기에 빠진 것이 있다. 702호를 팔 때는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지만 부동산 중개 수수료는 발생한다. 그리고 703호를 살 때 또 한 번 중개 수수료를 부담한다. 또 703호에 관한 취득세도 발생한다.
단, 이런 갈아타기 비용은 아낄 수 있는 양도세 절감분보다 많지 않다. 취득세와 부대 세금은 3.3%, 중개 수수료는 0.6%씩 두 번이므로 1.2%다. 합이 4.5%에 불과하고 이사 비용 등 기타 비용을 합해도 12억원의 5%인 6000만원 수준이다. 양도세인 5200만원을 더하면 1억1200만원이다.
6억원에 사 18억원에 판 사람의 양도세 부담은 1억4432만원이다. 이를 감안하면 갈아타기를 시도한 이는 3000만원을 버는 셈이 된다.
물론 장기 보유 특별 공제나 자잘한 기타 비용, 또 이사를 하는데 들어가는 수고까지 감안하면 몇 푼 아끼기 위해 이사를 가야 하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번 기회를 통해 단독 명의로 된 집을 부부 공동 명의로 바꾸려는 사람이나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지역으로 갈아타기를 시도하는 사람에겐 더없이 좋은 시기다.
결과적으로 세제 개편을 통한 집값 하락은 나타나지 않을 공산이 크지만 갈아타기를 할 계획이 있는 이들에게는 이번 세제 개편은 크나큰 기회다. 더 나은 집으로 갈아타기를 꿈꾸는 1주택자라면 이번 기회를 꼭 활용해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