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디스카운트 해결 등 기대감…자금 순유출 가능성 등 부정적 영향도 고려해야
정부는 지난해 12월 ‘2022년 경제 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올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MSCI지수는 미국의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만들고 발표하는 지수로, 미국계 펀드의 대부분이 따를 만큼 중요한 기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선진국지수와 함께 글로벌 투자자들이 참고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지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국 증시가 MSCI 선진국지수에 포함되면 외국인 투자 자금이 크게 유입돼 증시 부양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긍정적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정부, MSCI 선진국지수 편입 추진
한국은 2009년 FTSE지수에서는 이미 선진국지수에 편입됐지만 MSCI지수에서는 여전히 신흥국지수에 속해 있다. 한국 정부는 2008년부터 여러 차례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MSCI는 경제 발전 수준, 증시 규모와 유동성, 시장 접근성 등 세 가지 주요 기준으로 시장을 분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 10위권 수준인 국내총생산(GDP)과 증시 시가 총액을 고려할 때 이미 한국 증시는 선진국지수에 편입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MSCI는 시장 접근성의 한계 때문에 한국 증시를 신흥국지수로 분류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MSCI 측에서는 지수 편입을 위해 24시간 역외환 시장 개방과 해외 투자자 등록 규제 완화, 공매도 규제 완화 등을 선결 조건으로 들고 있다.
하지만 MSCI가 요구하는 조건을 단기간에 맞추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외환 위기 경험으로 정부가 환율 시장 개방에 신중하고 산업 구조상 수출 의존도가 높아 환율 급변동 시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 이에 정부는 선진국지수 승격 후보군인 관찰 대상국(Watch List) 재등록을 노리면서 시장 참여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MSCI는 매년 4월 투자자 설문 조사를 진행한 뒤 이를 바탕으로 6월 관찰 대상국 명단을 발표한다. 관찰 대상국을 대상으로 이듬해 4월 다시 설문 조사를 거쳐 선진국지수 편입 여부를 결정한다. 한국은 2008년 관찰 대상국에 최초로 등록됐고 2014년 이후 관찰 대상국에서 빠지면서 선진국지수 편입이 좌절됐다.
그렇다면 과거 MSCI와 FTSE 등 선진국지수 편출입이 있었던 국가들의 증시 흐름은 어땠을까. 대표적 사례로 2010년 이스라엘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 2013년 그리스의 MSCI 선진국지수 편출, 2009년 한국의 FTSE 선진국지수 편입을 들 수 있다. 먼저 이스라엘은 선진국지수 편입 과정에서 오히려 일시적으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지수 편출입 과정에서 신흥 시장 지수 추종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외국인의 수급이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선진 시장 편입 이후에는 증시가 꾸준히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스는 2013년 주식 대차와 공매도를 금지하는 등 투자자에 대한 규제가 과도하고 지속되는 재정 위기 속에서 선진국지수 등급이 요구하는 기준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선진국지수에서 편출돼 신흥국지수에 포함됐다. 하지만 그리스 증시에서 외국인 수급이 이탈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오히려 외국인의 수급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그리스 증시가 선진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10년 0.16%에서 2012년 0.03%까지 감소했지만 2013년 신흥지수 편입 후 다른 신흥지수 국가 대비 투자 매력이 부각되며 그리스 증시에 유입되는 자금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해당 추이가 꾸준히 관찰되지 않아 지수 편출입의 영향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국은 2009년 FTSE 선진지수에 편입됐는데, 마찬가지로 편입 이후 뚜렷한 수급 추이가 관찰되지 않았다. 이를 종합할 때 MSCI 편입 전후 외국인 수급만으로는 뚜렷한 추세를 관찰하기 어렵다.
용의 꼬리냐 뱀의 머리냐
시장에서는 한국 증시가 MSCI 선진지수에 편입되면 고질적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선진지수 편입 시 한국 증시의 위상이 높아지는 동시에 MSCI 선진지수를 따르는 펀드의 자금이 유입되면서 증시 부양 효과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최근 자주 인용되는 한국경제연구원의 ‘MSCI 선진 시장 편입 시 효과와 시사점’ 자료에 따르면 MSCI 선진국지수 편입 시 외국인 투자 자금 159억~547억 달러가 순유입돼 한국 증시가 최대 4035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또한 선진지수 편입 시 외국인 자금 유출입에 따른 증시 안정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점도 기대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팬데믹(감염증의 세계적 유행)에서도 관찰할 수 있듯이 글로벌 경제 위기 시에는 선진국에 투자한 자금보다 신흥국 국가에서 자금이 더 많이, 빨리 빠지는 경향이 있다. 펀더멘털이 약한 신흥국이 튼튼한 선진국에 비해 경제 위기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장점들 때문에 매년 6월 MSCI 지수 변경이 발표되는 시기에는 한국이 선진국 관찰 대상국에 등재됐는지에 대해 시장의 이목이 쏠린다.
하지만 지수 변경에 따른 단기적 수급 이슈는 존재한다. 한국이 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되면 선진국지수 내 한국의 비율은 1.61%로 추정되고 관련 지수인 MSCI EAFE(미국을 제외한 선진국)지수에서는 4.87%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MSCI 신흥국지수에서 한국은 12.22%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MSCI를 추종하는 미국 상장지수펀드(ETF)의 운용 자산(AUM)과 추정된 비율을 바탕으로 지수 편입에 따른 자금 유입 규모를 대략적으로 계산해 보면 선진국 편입 시 115억3000만 달러, 신흥국 잔류 시 148억1000만 달러로 오히려 시장에서 자금이 순유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점을 종합할 때 선진국지수 편입의 긍정적 부분만을 보기보다는 부정적 영향도 존재할 수 있어 균형적인 시선이 중요하다. MSCI는 한국의 선진국지수 편입 조건으로 외환 시장 완전 개방과 외국인 투자자 규제 완화 등을 들고 있다.
하지만 과거 한국거래소(KRX) 측에 코스피지수를 자유롭게 이용하게 해달라고 요구하며 선진국지수 편입을 수익 사업과 연결했던 사례가 있다. MSCI는 2008년 KRX 임원들과의 면담에서 거래소의 시장 정보 데이터를 활용한 상품을 개발할 때 사전 승인이 필요하다는 규정을 MSCI 측에만 없애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KRX는 MSCI가 코스피200지수를 개발하지 않겠다는 전제 조건하에 사전 승인 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는 조건을 내걸었지만 MSCI 측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한국의 파생 상품 거래 규모는 2001년부터 2011년까지 전 세계 거래소에서 1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규모가 크고 코스피200 선물 거래 규모와 거래 수수료 수익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만약 코스피지수 이용의 사전 승인이 필요하지 않다면 MSCI는 코스피200선물과 같은 상품을 다른 시장에 상장해 수수료 수익을 취할 것이고 이는 국부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MSCI는 말레이시아 등에서 이 같은 방식으로 지수 파생 상품을 자신들이 만든 상품으로 대체했던 선례가 있다.
결론적으로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이 한국 증시의 위상을 높일 것이라는 기대가 존재하지만 MSCI는 본질적으로 민간 기관인 만큼 회사의 수익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MSCI 편입의 긍정적 부분만 보기보다는 균형적 시각으로 용의 꼬리(선진국지수 편입)와 뱀의 머리(신흥국지수 잔류) 중 어떤 것이 한국 경제와 증시에 도움이 될지 면밀히 따져보고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