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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비싸도 잘 팔리는 ‘코트 명가’ 한섬의 비밀 / 무신사, W컨셉, 더한섬닷컴, 타임옴므, SJSJ, 켈리브레이터, 리퀴드 퍼퓸 바, 필립 디 메오, 다비드 프로사르

지난해 매출액 사상 최대 전망…‘명품 이미지’ 확보로 패션업계 독보적 위치

서울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에 위치한 한섬의 브랜드인 마인 매장의 전경.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팬데믹(세계적 유행)으로 패션계에서는 해외 명품과 원마일 웨어(실내와 집 근처 1마일 반경 내에서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여기에 속하지 않는 준명품 브랜드와 한국 백화점 브랜드들은 그야말로 추운 겨울을 보내야만 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현대백화점의 ‘한섬’의 선전이 도드라진다. 증권가는 한섬의 지난해 매출액을 1조4000억원으로 추정한다. 이는 한섬이 현대백화점에 인수된 2012년 이후 10년 만에 올린 역대 최대 기록이다.

“저렴한 코트 10벌 대신 한섬 코트 1벌”

한섬의 브랜드 마인.(사진=한섬)

하나금융투자는 한섬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3%, 36% 증가한 4388억원과 490억원으로 예상했다. 10월과 11월 고른 성장에 이어 12월에는 20%가 넘는 높은 성장률을 달성한 것으로 추산된다. 서현정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기존 브랜드인 타임과 마인 외에도 랑방컬렉션·더캐시미어 등 고마진 브랜드들이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고 말했다. 이는 한섬이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억눌렸던 의류 소비의 ‘수혜자’라는 것을 뜻한다. 소비자들이 한섬에는 기꺼이 주머니를 열고 있기 때문이다.


한섬의 주요 공급 채널은 현대백화점을 비롯한 오프라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패션 시장에서 온라인 채널이 급부상했다. 한섬이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것은 이러한 흐름에 잘 올라탔기 때문이다.


한섬은 자체 플랫폼 ‘더한섬닷컴’을 통해 한섬의 브랜드들을 한곳에 모아 두고 있다. 패션 시장에서는 무신사와 W컨셉 등 다양한 브랜드를 한곳에 모은 온라인 플랫폼들이 연일 성장 중이다. 이곳에 입점하느냐, 마느냐가 브랜드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이들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지만 더한섬닷컴은 ‘한섬 마니아’ 등을 등에 업고 선전하고 있다. 서현정 애널리스트는 “지난 4분기 한섬의 매출액 중 20%를 차지하는 온라인 채널이 20% 이상 성장하면서 이익 기여도가 커졌다”고 말했다.

한섬의 브랜드 시스템옴므.(사진=한섬)

2012년 현대백화점이 인수한 한섬은 타임·타임옴므·시스템·마인·SJSJ 등의 브랜드를 앞세워 한국 패션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이 브랜드들은 비교적 고가로 인식되는데, 한섬은 공격적인 할인 대신 가격 방어를 택하면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이어 갔다. 또 랑방·시스템옴므·덱케·더캐시미어 등 최근 론칭한 브랜드를 통해 프리미엄 브랜드를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섬 마니아’들을 탄생시킨 한섬의 매력은 ‘고품질’이다. 한섬 마니아들은 저렴한 코트 10벌 대신 한섬 코트 1벌로 10년을 보내는 것을 택한다. 한섬은 의류 중에서도 고가인 코트와 니트류에서 강세를 보인다. 소재를 중시하는 코트와 니트는 소비자들이 다른 아이템들보다 기꺼이 높은 가격을 지불하려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한섬 브랜드들은 품질이 좋다는 이미지를 구축해 비교적 오랜 시간 입어야 하는 겨울 아이템에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최근 여성복은 55 사이즈가 표준이 되고 심지어 44 사이즈의 옷도 출시된다. 이 때문에 정형화된 사이즈로 여성 소비자들의 선택 폭이 좁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한섬 브랜드들은 타 여성복 브랜드에 비해 다양한 체형의 소비자들도 접근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브랜드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40대부터 50대의 소비자들도 무리 없이 착용할 수 있다.

화장품·니치 향수로 패션 외 영역 키운다

한섬의 화장품 브랜드 '오에라'.(사진=한섬)

‘패션 명가’ 한섬은 지난해부터 다양한 카테고리로 확장에 돌입했다. 먼저 1987년 창사 이후 최초로 화장품 시장에 진출하며 기존 뷰티 기업들을 긴장시켰다.


한섬이 내세운 카드는 ‘력셔리 화장품’이다. 그간 한섬이 패션에서 구축한 ‘명품’ 이미지를 이을 수 있는 상품군이다. 한섬의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오에라’는 기능성 피부 관리 제조 기술이 우수한 스위스화장품연구소와 협업해 개발한 독자 성분(크로노 엘릭서)을 원료로 사용했다.


오에라의 특징은 ‘고가’라는 점이다. 주요 상품 가격은 20만~50만원대, 대표 상품인 다중 기능성 세럼 ‘켈리브레이터’의 가격은 37만5000원대다. ‘초고가 상품’은 시그니처 프레스티지 크림 50mL로 가격이 120만원대다. 호기심으로는 쉽게 구입할 수 없는 가격대다. 한섬이 패션에서 이어 온 고가 전략이 화장품 시장에서도 통할지가 향후 성공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섬은 최근 화장품에 이어 한국에서 성장 중인 니치 향수(소수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프리미엄 향수) 시장에 뛰어들며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1월 9일 업계에 따르면 한섬은 올 상반기 니치 향수 편집숍 ‘리퀴드 퍼퓸 바’를 선보인다. 리퀴드 퍼퓸 바는 2014년 프랑스 파리 마레 지구에서 론칭된 향수 전문 편집숍이다. 프랑스 향수 유통 전문가 다비드 프로사르와 유명 디자이너 필립 디 메오가 공동으로 창업한 편집숍으로, 니치 향수를 전문적으로 다룬다.

 

한섬은 리퀴드 퍼퓸 바를 통해 ‘프라팡’, ‘어비어스’ 등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10여 개의 브랜드 향수를 소개한다. 현대백화점을 중심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선보인 뒤 온라인으로도 유통망을 확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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