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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가상 자산 시장에 부는 ‘겨울 바람’, 크립토 윈터 오나? / 스마트 콘트랙트 플랫폼 생태계, 아발란체, 클레이튼, BSC, 카르다노, 니어, 디파이 이자 농사, 스테이블코인

기관투자가 자금 유입 등 과거와 달라진 환경…약세장에도 급락 가능성은 제한적

서울 강남구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현황판의 비트코인 시세 그래프

2022년 초, 주식과 코인 시장이 동반 급락하며 약세장에 접어들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뿐만 아니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감염 확산, 우크라이나 지정학적 위기에 따른 매크로 불확실성이 공포를 키웠다. 한때 3조 달러에 육박했던 코인의 시가 총액은 글을 쓰고 있는 현재 1조8000억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비트코인은 6만9000달러를 돌파했다가 3만3000달러까지 하락하며 반 토막이 났다. ‘크립토 윈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일까.

 

그럴 수도 있다. 다만, 필자는 크립토 시장이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상한다. 즉, 약세장이 온다고 하더라도 시가 총액 기준 1위인 비트코인의 가격이 최고점 대비 80~90% 하락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이유1-기관투자가 자금 유입
현재의 크립토 사이클이 과거 사이클과 명백히 다른 점은 바로 기관투자가의 시장 참여다. 폴 튜더 존스, 레이 달리오, 캐시 우드, 스탠리 드라켄 밀러 등의 월가 유명 투자자, 테슬라·스퀘어·넥슨·마이크로스트래티지와 같은 진취적인 기업들이 2020년부터 비트코인을 매수하기 시작했다. 또한 크립토에 투자하는 간접 상품도 많아졌다. 2022년 1월 24일 기준, 크립토 간접 투자 상품 운용 규모는 약 61조원 규모(이는 작년 동기 대비 약 7배 이상 성장한 규모)이고 미국에서는 비트코인 선물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도 승인됐다.


크립토 인프라에 초기 투자하는 벤처캐피털에도 자금 유입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크립토 관련 스타트업은 지난해 약 79조원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배 이상 성장한 규모다. 기관투자가들은 벤처캐피털 투자자(LP)를 통한 간접 투자, 스타트업 지분 직접 투자 등을 통해 크립토 생태계에 대한 노출을 늘리고 있는데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유2-멀티체인 생태계

2018년 약세장에서 스마트 콘트랙트 플랫폼 생태계의 성장은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당시 스마트 콘트랙트를 지원하는 레이어1은 이더리움 정도였고 ‘블록체인 3.0’을 표방한 이오스 생태계의 발전 역시 신통치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킬러 애플리케이션(앱)이 존재하지 않았고 느리고 비싼 이더리움의 확장성 문제 역시 개선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우선, 지분 증명으로의 전환을 꾀하는 이더리움 2.0과 각종 레이어2 솔루션들을 통해 이더리움의 확장성이 개선될 잠재력이 높아졌다. 게다가 탈중화 금융 시스템인 디파이(Defi),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 돈 버는 게임(P2E : PlaytoEarn) 등 다양한 분야에서 킬러 앱이 등장하면서 스마트 콘트랙트 플랫폼의 존재 이유를 증명했다.


또한 이제는 이더리움뿐만 아니라 솔라나·아발란체·테라·클레이튼·BSC·카르다노·팬텀·니어·하모니 등 각종 레이어1 블록체인이 저마다의 생태계를 구축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바야흐로 멀티체인 생태계가 도래한 것이다. 멀티체인 생태계는 도시에 비유할 수 있다. 현재의 상황에서는 이더리움을 서울이라고 볼 수 있다. 가장 많은 자본과 개발자가 투입돼 있고 최신 트렌드가 가장 빨리 도입되고 있으며 물가(가스비)가 가장 비싸다. 서울을 중심으로 경기도가 발달한 것처럼 현재 스마트 콘트랙트 플랫폼 생태계는 이더리움을 중심으로 다른 레이어1 블록체인들이 저마다의 특색을 가지고 발전하고 있다.


이유3-스테이블 코인 성장
스테이블 코인은 크립토 생태계에서 교환의 매개로 활용되는 화폐다. 2022년 1월 기준, 스테이블 코인의 시가 총액은 200조원을 웃도는데 이는 작년 동기 대비 7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스테이블 코인의 용도는 보통 다른 크립토를 매수하거나 디파이 이자 농사를 하는 용도로 활용된다. 따라서 시장에 많은 스테이블 코인이 풀렸다는 것은 그만큼 잠재적인 매수세가 강하다는 뜻이다.

 

최근 미국의 크립토 규제를 보면 규제의 칼날이 증권으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데 대부분의 알트코인과 스테이블 코인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필자는 미국이 스테이블 코인을 ‘금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달러에 페깅된 스테이블 코인이 많아질수록 달러의 지배력이 더욱 공고해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최근 중앙은행 CBDC와 민간 스테이블코인이 공존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유4-주요국의 합리적인 규제
필자가 크립토업계에 입문한 2018년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는 규제 리스크였다. 실제로 수많은 지식인들이 “국가가 금지하면 크립토는 망할 것”이라는 논리를 펼쳤고 중국과 같은 나라는 크립토를 아예 금지하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날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은 크립토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방식으로 규제하는 것을 모색하고 있다. 예를 들어 크립토에 부정적이었던 러시아와 인도도 최근 들어 크립토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양성화해 규제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다행히 한국도 뒤늦게 이런 트렌드를 따라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는 것은, 지금 타이밍에 크립토 시장에 참여할지 여부는 전적으로 독자들의 몫이다. 다만, 역사적으로 봤을 때 모두가 공포에 질려 시장을 탈출할 때가 돌이켜 보면 최적의 진입 시기였다. 필자는 이따금씩 돈이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 같다는 인상을 받곤 하는데 크립토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크립토는 약세장을 통해 누가 ‘진짜’인지 판별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후 강한 확신을 가지고 스킨 인더 게임을 했던 사람들에게 엄청난 기회를 선물한다. 이러한 패턴은 그동안 유효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3년 뒤 우리는 오늘날 크립토 윈터를 어떻게 기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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