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국내여행

여름을 잊은 그대에게, 트레킹 천국 장봉도 / 무의도, 영종도, 가막머리, 트레킹 코스, 축동, 하늘나들길, 장봉3리, 신선나들길, 서만도, 동만도, 건어장해변, 야달선착장, 장봉해안길, 소라비빔..

여름을 잊은 그대에게, 트레킹 천국 장봉도

바다 위에 크고 작은 봉우리가 올록볼록 섰다. 해무가 밀려와 아늑하게 주위를 감쌌다. 능선을 따라 난 갯티길은 여름 향기로 싱그럽다. 풀잎이 발목을 스칠 때마다 매미 소리가 우렁차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바위에 걸터앉아 멀리 영종도에서 이륙하는 비행기를 바라보며 얼음물을 마셨다. 그렇게 장봉도에서 여름 나는 법을 배웠다.

 

 

가볍게 즐기는 하루짜리 섬 여행
여행이 일상인 시대라지만 섬 여행은 아직까지 마니아들의 분야로 통한다. 입도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당일 여행이 힘들고, 고립된 환경 특성상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짜리 섬 여행은 인천 옹진군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져 왔다. 영종도에서 가까운 신․시․모도와 장봉도, 무의도가 대표적이다.

그중에서도 장봉도는 당일치기 트레킹 명소로 유명하다. 이름을 풀어보면 ‘봉우리가 길게 늘어선 섬’이라는 뜻인데, 능선과 해안을 따라 정비된 트레킹 코스가 7개나 된다. 선착장부터 섬 중반부까지 이어지는 1코스 신선놀이길을 비롯해 하늘나들길, 구비너머길, 장봉해안길, 야달인어길, 한들해안길, 장봉보물길 등 각자가 서로 다른 매력과 특징을 갖는다.

섬 중앙부를 가로지르는 1코스와 2코스를 제외하면 전부 바다를 옆에 끼고 걷는 해안길이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서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깨끗하고 파랗다. 이맘때는 낮 시간 대부분이 간조라 풀등과 갯벌이 더 많이 드러나지만 이마저도 아름답기만 하다. 갯벌과 갯바위가 만나는 중간지점 모래갯벌을 여기 말로 ‘갯티’라고 한다. 장봉도 트레킹 코스에 ‘갯티길’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루 스무 편(편도)에 달하는 운항 횟수도 하루짜리 여행을 가능하게 한다. 영종도 삼목선착장에서 오전 7시 10분부터 오후 8시 40분까지 거의 매 시간마다 장봉도로 향하는 배가 한두 척씩 뜬다. 삼목에서 출발하여 신도를 경유, 장봉도에 도착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40분 남짓. 승용차나 화물차도 승선 가능하다. 자세한 운항시간표는 세종해운과 한림해운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열치열 트레킹 - 가막머리를 찾아서
장봉도에 입도한 사람들이 가장 먼저 찾는 곳은 선착장 근처에 위치한 여행자센터다.

초행자들은 주로 길을 묻는다. 온라인에 트레킹 코스를 자세히 표시한 지도가 배포되어 있지 않으므로 안내 책자나 조언을 받는 경우가 많다.
직원에게 ‘가장 인기 있는 코스’를 물으니 2코스 하늘나들길과 4코스 장봉해안길을 소개해준다.

대부분 선착장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종점인 축동(장봉4리/건어장해변)에서 내린 다음 장봉해안길을 따라 섬 서쪽 끝인 가막머리까지 걷는다.

돌아올 때는 능선길인 하늘나들길을 따라 축동 반대편인 진촌(장봉3리)로 나온다. 이것이 3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코스다. 여기서 선택을 해야 한다.

마을버스를 이용해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가려면 출발지인 축동까지 조금 더 가야하고, 운동량이 부족하다 싶으면 선착장까지 이어지는 코스인 1코스 신선나들길을 따라 트레킹을 이어가면 된다. 이 경우에는 6~7시간이 걸린다.

많은 사람들이 턴포인트로 삼는 가막머리는 낙조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전망대에 서면 왼편으로 쌍둥이 무인도인 서만도와 동만도가 나란히 보이는데 겨울철에는 해가 정확히 두 섬 사이로 떨어지고 여름철에는 낮이 길어 그 오른편으로 해가 진다. 어디로 지든지 황홀한 건 매한가지다. 그러나 랜턴 등 전문장비를 갖추지 않았다면 하산을 서둘러야 한다.

전망대 비박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마냥 시간을 보내다간 어둠 속에서 헤매게 될 것이다. 건어장해변, 야달선착장 등 마을 주변에도 낙조 포인트가 많으니 아쉬워 할 필요 없다.

트레킹 천국이라고 해서 길이 마냥 평탄한 것은 아니다. 데크나 계단이 거의 없고 대부분 흙과 바위로 이루어져 등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힘들 수 있다. 게다가 여름철 소나기라도 내리면 풀과 나무가 무성해 일부 구간은 통행이 불편해진다. 주능선을 따라 뻗어 있는 신선놀이길과 하늘나들길(난이도 하)은 상대적으로 길이 넓고 평탄하지만 장봉해안길(난이도 상)은 길이 좁고 험해 트레킹 초보는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해안길이 아니더라도 장봉도 자체가 능선이 길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기 때문에 코스가 짧아도 쉽게 지칠 수 있음을 명심하자.

 


장봉도의 숨은 보물
1. 갯벌 품은 해변
장봉도에는 크게 5개 해변이 있다. 그중 선착장에서 가장 가까운 옹암해변은 각종 음식점과 편의시설이 밀집한 대표 관광지다. 주말에는 솔밭이 텐트로 가득 찰 만큼 캠핑족들이 붐빈다. 너른 갯벌은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 노는 천혜의 놀이터다. 뙤약볕도 아랑곳 않고 조개나 게를 주워 담기 바쁘다. 장봉도는 사방이 갯벌이다. 먼 바다에는 풀등이 군데군데 보인다. 수심이 깊은 곳과 물살이 빠른 곳도 있다. 조선시대부터 황금어장으로 불린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셈.

풍부한 수산자원과 관련한 인어 전설도 있다. 날마다 공을 치던 최 씨 어부가 어느 날 그물에 걸린 인어를 발견하고 기뻐했지만 그 눈이 한없이 슬퍼 보여 바다에 도로 놓아주었고 그 이후로 어부가 그물을 드리울 때마다 물고기가 한가득 잡혔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장봉도 선착장에서 인어의 보은을 기억하기 위해 세운 인어상을 만날 수 있다.

2. 맛 좋은 해산물
상합과 소라, 바지락은 장봉도를 대표하는 해산물이다. 마을 어르신들은 소일거리로 앞바다 풀등 근처에 나가 상합을 잡는다. 상합은 조개류 중 가장 비싼 축에 속하는 백합을 의미한다. 가까운 갯벌에서도 많이 잡히지만 먼 바다로 나갈수록 크고 좋은 상합이 잡힌다. 소라도 마찬가지다. 갯벌에서 나는 것과 바다에서 나는 것이 있는데 뻘소라가 더 크고 맛이 좋단다. 채취한 상합은 마을 식당에서 일제히 사들인다. 상합이나 바지락은 칼국수로, 소라는 비빔밥에 넣어 먹는다.

인천시와 청운대학교가 공동 개발한 소라비빔밥은 장봉도의 대표 메뉴다. 살이 쫀쫀한 소라가 가득 들었다. 초장 하나에도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철학과 인심이 담긴다. ‘하늘정원’ 초장은 사과, 매실청, 배 등을 갈아 넣어 맵지 않고 달짝지근하다. 위가 좋지 않은 손님에겐 즉석해서 간장 소스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트레킹을 즐기고 장봉도의 자연과 맛을 느끼고 나면 하루해가 금세 저문다. 영종도 삼목선착장으로 나가는 마지막 배는 오후 9시 20분. 뭍으로 돌아오면 오늘 하루 다른 세상에 있었던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서울에서 1시간 30분. 이렇게 가까운 곳에 더운 공기를 잊게 하는 마법 같은 세상이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