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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 선박 곳곳에 설치된 폐쇄회로TV(CCTV)가 화재 발생 등 위급 상황 시 장소를 자동으로 감지하는 가하면, 전자해도시스템이 마련돼 있어 종이 지도 대신 전자장비로 항해 정보를 볼 수 있다. 오토파일럿 기능이 있어 목적지를 설정해 두면 정해진 항로로 운항이 가능하다. 다만, 여전히 입항하거나 하는 경우 사람에 의존하는 상황인 만큼 완전한 무인운항선박은 아니다.
이 파트장은 “LNG(액화천연가스)선이나 다른 선종의 경우, 선박에 들어가는 기자재들이 외국에서 들여온 것들이 많은데, 컨테이너선 특히, HMM이 발주한 상트페테르부르크호는 국산화율을 높이는데 신경을 썼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남이나 부산 기자재업체들의 고유 기술로 만들어진 만큼, (HMM상트페테르부르크호가)잘 운항된다면 된다면 업체들의 판로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호의 황산화물 배출가스 저감 장치인 황산화물 스크러버도 둘러볼 수 있었다. 최근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로 스크러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으나, 두 눈으로 직접 스크러버를 본 것은 처음이었다.
HMM 상트페테르부르크호의 스크러버는 하이브리드 타입으로 국내업체인 파나시아가 제조했다. 원통형 기둥 3개로 이뤄져있으며, 메인 엔진을 담당하는 스크러버의 길이는 19.9미터(m)로 아파트 8층 정도에 달한다. 배가 거대한 만큼 스크러버도 한 눈에 담기 어려운 크기였다. 이 밖에 보일러 발전기 등을 담당하는 또 다른 스크러버는 높이와 지름이 각각 12.9m, 2.85m와 13.9m, 3.35m 로 메인 스크러버보다는 작았다.
뒤이어 방문한 엔진 컨트롤 룸에서는 엔진의 이상 유무를 점검하는 작업이 한창 이뤄지고 있었다. 엔진룸은 선박 기관장과 기관 요원들이 상주하면서 선박 엔진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운용하는 공간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호의 규모와 기술을 직접 확인하고 나니 HMM이 함께 한국 해운 재건 부흥을 이끌어 가고 있다는 게 실감났다. 실제 HMM은 지난 4월 23일 출항한 1호선 알헤시라스호를 시작으로 7호선 함부르크호까지 연달아 만선을 기록 중이며, 돌아오는 백홀 역시 3호선까지 만선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효과는 금번 실적에도 반영 됐다. HMM은 초대형선 투입으로 올해 2분기 영업이익 1387억원을 기록, 2015년 1분기 이후 21분기 만에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항로합리화, 화물비용 축소 등 원가 구조가 개선된데다 운임상승까지 뒷받침되면서 전 사업부문 흑자를 달성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HMM은 유럽 항로를 운항하는 선박 12척과 내년 미주 노선을 책임질 8척(1만6000TEU급)까지 인수를 마치면 총 20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확보하게 된다. 이로 인한 선복량은 2021년 90만TEU에서 2022년엔 110만TEU까지 증가, 명실상부 글로벌 8위 선사 지위를 확고히 할 수 있게 된다. 한진해운 파산 3년만에 해운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HMM 관계자는 “9월까지 총 12척의 2만4000TEU급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투입 및 안정적인 추가 화물 확보 노력을 지속 하는 동시에 디 얼라이언스 본격화에 따른 공동운항 등 비용구조 개선과 항로 다변화를 통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 전했다.
이어 “고객중심의 차별화된 해운 서비스 제공, IT 시스템 개선 등 경영혁신을 통한 내부역량 강화와 영업 체질개선 등으로 수익성 개선에 지속적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