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안동일, 코로나 쇼크에 엇갈린 철강 ‘투톱’
‘첫 분기 적자’ 포스코, 신사업 확대가 ‘독’
‘반등 성공’ 현대제철, 비주류사업 정리가 ‘약’
국내 철강업계 투톱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코로나19 속 2분기 희비가 엇갈리는 실적을 냈다. 포스코는 사상 분기 첫 적자를 기록했지만, 현대제철은 적자 폭을 줄이며 3분기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업계에서는 각 사의 주력 사업 차이와 함께 불황 속 CEO의 차별화된 대응이 이 같은 결과를 이끌어 낸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현대제철, 엇갈린 2분기 실적… 전기로가 갈랐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포스코는 올 2분기 별도기준 매출 5조8848억원, 영업손실 108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1조원 이상 줄었고, 영업익 또한 5600억원가량 줄며 1968년 창사 이후 50여 년 만에 첫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현대제철 또한 같은 기간 매출 3조6786억원, 영업이익 9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26.7%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95.8% 쪼그라들었다. 다만 영업이익의 경우 전 분기보다 약 305억원 증가하며 지난해 4분기 이후 3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엇갈린 실적으로 양사의 영업이익률도 역전됐다. 포스코의 영업이익률은 올 1분기 6.6%에서 2분기 –1.8%로 감소했다. 반면 현대제철은 같은 기간 –0.5%에서 0.3%로 반등했다.
양사의 2분기 실적은 증권사 컨센서스(실적 전망 평균치)에서 완전히 빗나간 수치다. 뚜껑을 열어보니 포스코의 적자 폭은 훨씬 컸고, 현대제철은 뜻밖의 흑자를 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앞서 포스코의 2분기 영업익 전망치를 2232억원으로, 현대제철의 같은 기간 영업익 전망치를 –200억원으로 예상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양사의 엇갈린 실적의 배경으로 주력사업의 차이를 꼽고 있다. 포스코는 자동차 및 조선용 판재류 사업을, 현대제철은 철근과 H형강 등 봉형강 사업을 주력사업으로 삼고 있다. 판재류는 고로(용광로)에서 봉형강은 전기로에서 생산된다.
올 들어 코로나19 여파로 자동차와 조선업은 부진했던 반면 건설업은 비교적 선방했고, 이는 고스란히 철강업계의 실적에도 반영됐다.
현대제철 또한 지난달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고로 부문은 부진했지만 전기로 부문의 실적 개선으로 전 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 올 2분기 현대제철의 전체 매출(3조6786억원)에서 전기로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45.7%(1조6821억원)에 달한다. 지난 1분기 43.1%대비 2.6%p 늘어난 수치다.
아울러 전기로는 끌 수 없는 고로와 달리 탄력적 설비 가동이 가능해 시장 수요에 따라 생산량을 최적화할 수 있다. 이에 현대제철은 건설시장상황에 맞춰 봉형강 제품 생산 체제를 최적화하고 저가 유통·가공수주에 원칙적으로 대응해 전기로 부문 수익을 극대화했다.
같은 위기 속 다른 행보… 신사업 확대 vs 비주력 사업 정리
업계에서는 코로나19 등 업황 불황에 대처하는 양사 CEO의 대응 전략도 실적교차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신사업 확대,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은 비주력 사업 정리라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불황 대응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취임 2주년을 맞은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미래 먹거리 찾기와 신성장사업 발굴 등 사업 다각화로 불황에 맞서고 있다. 앞서 최 회장은 취임 100일이었던 2018년 11월 100대 개혁과제를 선포하며 비철강·신사업 비중을 전체 매출의 60%로 늘리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특히 최 회장은 2차전지 소재인 양·음극재 사업에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첫 현장행보로 포스코켐텍 음극재 공장 준공식·착공식을 택했는가 하면, 지난해 10월에는 남미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의 리튬 추출 데모플랜트 건설 현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한 보릿고개에서도 2차전지 소재사업에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2023년까지 양극재와 천연흑연 음극재, 인조흑연 음극재 등의 연간 생산능력을 각각 9만톤, 10만톤, 1만6000톤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대대적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포스코는 이차전지 소재 사업을 2030년까지 세계 시장점유율 20%, 매출액 17조원 규모의 그룹 대표사업으로 키워나간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 광양 3고로의 스마트 고로 전환,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확대, 제조원가 경쟁력 강화활동(CI2020) 등 철강 사업의 경쟁력 강화로 실적 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취임 1년 6개월을 지난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은 비주력 사업 정리에 메스를 대는 방식으로 수익성 제고에 나서고 있다. 강관사업부, 단조사업부, 잠원동 사옥에 이은 당진제철소 전기로 박판열연 등 수익이 나지 않는 모든 사업이 구조조정 대상이다. 특히, 4월 출범한 단조사업 전문자회사 현대IFC는 4월 출범 후 2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등 조기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또 다른 비주력 사업인 컬러강판 사업의 중단 가능성도 점쳐진다. 컬러강판 사업은 강관, 단조, 전기로 박판열연 등과 함께 현대제철의 4대 비수익 사업으로 꼽힌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컬러강판 사업과 관련해 노사협의를 할 예정”이라며 “중단 할지 말지 여부는 협의를 거쳐봐야 알 것 같다”고 전했다.
이 밖에 HIT 혁신활동을 통한 제조경쟁력 확보와 특수강 사업경쟁력 개선, 연구개발을 통한 신강종 개발 등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현대제철을 오는 2025년까지 모든 공정에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등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미래를 보고 투자를 늘리는 것과 있는 것을 정리하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우위에 있다고 판단하긴 어렵다”면서 “시간이 흐르고 재무성과가 나와 봐야 어떤 전략이 옳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