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는 자유? 미국 코로나 종식 ‘요원’
자율적 의지에 맡겨진 자가격리…확진자마저 접촉자 공개 거부
코로나로 인한 재택근무가 여름이 되도록 이어지더니 결국 올해 연말까지는 모두 재택근무를 한다고 연락이 왔다.
초기 미국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의 중심이던 미국 동부 지역은 많이 가라앉은 상태여도 남부와 중부 지역의 확산세가 거세졌기 때문에 이미 예상했던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연말까지 방콕을 해야한다니 피로감이 몰려왔다.
병원이나 슈퍼마켓 등을 제외하고는 이렇다할 외출도 못해서 기분전환이나 하는셈 치고 ‘호캉스’라도 해볼까 싶어 집근처 호텔이 어떤가 친구에게 물었더니 관두라고 말린다.
한 달여간 한국을 방문했던 친구는 비행기를 타기전 코로나 검사에서 음성을 받았고 한국에 도착해서는 휴대폰에 자가격리앱을 다운받고 자가격리를 2주간 했으며 음성판성을 받고서야 가족들을 만날 수 있었단다.
하지만 한국에서 미국으로 돌아온 뉴욕 공항에서는 체온을 잰다거나 앱을 다운받거나 하는 일체의 절차가 없고 자가격리를 하라는 안내문 한 장을 받은게 전부라고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말라는 등의 제한도 일체 없어서 다들 비행기에서 내려서 그대로 택시나 우버 등을 타고 나갔다면서 어이없어 했다.
자가격리를 온전히 본인의 자율적 의지에만 맡기는데 가능하겠냐면서 호텔에 묵는 방문객들이 현재 코로나 확산이 심한 지역에서 왔는지 아닌지를 알 방도가 없다고 만류했다.
또 영업중인 호텔에서는 자가격리를 할 수 없고 정부에서 인정한 자가 격리 시설이나 자택 등에서만 할 수 있는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이런 제한도 없다고 친구는 덧붙였다.
실제로 미국 동부의 뉴욕주, 뉴저지주, 코네티컷주 3개주가 코로나 확산세가 높은 지역에서 온 여행객들에 대해서는 14일 동안 의무 격리를 실시한다고 밝혔으나 유명무실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규제의 대상인 지역들은 지난 7일 동안 코로나 진단검사결과 확진율이 10%를 넘거나, 확진 숫자가 인구 10만 명 당 10명이 넘는 주들이 해당된다.
이들 지역에서 방문한 여행객들이 자가격리 등의 방역수칙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2000달러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실제로는 이를 확인할 방법도 강제할 방법도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나마 비행기로 여행하는 경우에는 공항에서 자가격리 안내문이라도 배포하지만 자동차로 여행하는 경우에는 아무런 통보나 안내를 받는 것도 없다.
외부에서 오는 여행자들 뿐만 아니라 뉴욕 거주자가 외부로 여행을 갔다가 돌아오는 경우에도 자가격리기간이 2주이지만 이를 지키는 사람들이 오히려 드문 상황이다.
코로나로 호텔과 비행기 요금이 저렴해지면서 플로리다나 등으로 여행을 다녀온후 뉴욕에서 다시 파티 등에 참석한 사진들이 소셜미디어에 속속 올라오는 것이 증거다.
뉴욕타임즈에서는 자신의 대학 동기가 자가격리를 지키지 않고 결혼식에 참석하고 클럽에 가는 사진을 올렸다면서 신고를 하고싶어도 할 곳도 없다고 분통을 터뜨리는 여성의 사연이 올라오기도 했다.
미국은 한국에서와 같은 휴대폰 정보를 기반으로 한 역학조사는 인권침해 논란으로 인해 불가능한데다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면 이 사람이 발병기간에 방문한 지역과 접촉한 사람들을 확인하는 추적조사도 일부 지역에서만 실시되고 있다.
뉴저지는 1500명의 코로나 추적조사 인력을 통해서 감염자들의 방문지와 접촉자들을 추적하고 있지만 확진자들의 절반 가량은 자신이 접촉한 사람들의 정보를 주는 것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통계에 나타나고 있다.
이는 메릴랜드 주에서도 마찬가지로 확진자들 절반은 자신들이 만난 사람들의 정보 공개를 거부했다.
루이지애나 등의 자료에서는 일부는 술집이나 레스토랑, 카지노 등에서 감염이 된 것으로 확인됐지만 절반의 경우는 감염이 된 장소 자체를 모르는 것도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고위험지역 방문자들의 자가격리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확진자들은 자신이 접촉한 사람들을 밝히길 거부하거나 거짓말을 하고 많은 사람들은 아예 마스크를 쓰고다니기를 거부하고 있으니 미국에서의 코로나 종식은 아직도 갈길이 먼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