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당선인의 미국도 중국 향한 칼날 거두지 않을 것…
불확실성 지속 구간은 주식 매수 시점
조 바이든 후보의 민주당, 아니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가 미국의 대통령이 됐다. 4년마다 선거를 치르지만 특별한 과오만 없다면 연임에 성공했던 과거와 다를 것이다. 쏟아지는 여러 해석에도 하나의 가정에는 모두 동의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아니었다면 순항하던 미국 경제를 감안할 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했을 것이란 시나리오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당선인이 아닌 코로나19, 바로 경제에 패배한 것이다.
위기에 강한 면모 보여 온 민주당
미국의 대통령제는 대통령이 바뀌면 모든 게 바뀐다. 특히 경제 정책은 더더욱 그러하다. 경제학은 그러한 시대를 반영해 경제 이론으로 이를 추인해 왔다. 대표적 사례가 레이건 시대의 ‘공급 중시 경제학’이다. 부자들의 세금 인하라는 비판 속에 역사의 뒷면으로 사라졌지만 세금 인하가 세입을 증가시킨다는 기적의 논리가 1980년대 통념으로 받아들여졌다. 세율과 정부 세율의 역비례 관계 효과가 경제 교과서에 실리게 된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오바마 시대는 그 반대 사례다. 정부 간섭을 최대한 줄이자는 신자유주의 철학이 금융 위기를 불러왔다는 비판에 직면했고 시장 스스로 자율 조정 능력을 상실하자 다시 케인스가 우리 앞에 되살아났다. 재정 정책의 무용성을 주장하는 이들마저 확장 재정을 통해 경기 부양에 나설 것을 주장했다. 2009년 위기를 벗어나는 과정에서 케인스는 부활했고 오바마 시대는 증세와 규제 강화 정책으로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은 이에 대한 반작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즈니스맨으로서 ‘미국의 이익이 최우선’이라는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했지만 정책 제언은 공화당에 연결된다. 감세 정책이 그러했다. 트럼프 시대의 증시 호황은 법인세 인하와 양적 완화라는 두 엔진이 작동된 결과다. 하지만 관세 폭탄으로 무역 전쟁을 이어 간 모습은 공화당의 정책으로 보기 힘들다. 오히려 파리기후협정 탈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파기, 방위비 협상 등은 동맹국과의 협조를 유지해 온 기존의 공화당 정책과 결이 달랐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실패는 코로나19가 주된 원인이었지만 워싱턴 정치권과 거리를 둔 이질적 정책도 한몫한 것은 분명하다.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이 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뿌려 놓은 고립주의 미국의 씨앗은 이후에도 두고두고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시대에 대한 기대치는 매우 높다. 하지만 변화에는 진통이 따르고 진통의 다른 이름은 금융 시장의 변동성이다. 2021년 상반기가 지나고 나면 글로벌 경제와 금융 시장은 코로나19 국면과 다른 고민거리를 금융 시장에 반영할 것이다. 바로 재정 정책(증세)과 무역 질서(미·중 무역 분쟁 지속) 등 두 가지다.
미국의 민주당은 위기 국면에 강하다. 저축 대부 조합 사퇴 이후 빌 클린턴이, 2008년 금융 위기 극복 과정에서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당연히 확장적 재정 정책을 선택해 위기를 수습하고 어느 정도 위기에서 벗어나면 재정 수지를 방만하게 운용하지 않았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조치뿐만 아니라 경제 성장을 위한 인프라 투자까지 포함된 추가 부양책이 연내 또는 내년 상반기에 합의될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당선인의 선택도 미국의 이익이 우선
바이든 당선인이 처한 상황은 만만치 않다. 코로나19 수습 과정에서 이미 재정 정책을 적극적으로 집행해 왔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매우 높다. 높아진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을 하향 안정화하는 방법은 정부 부채(분자)를 줄이거나 GDP(분모)를 확대하는 것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제로 금리를 유지하고자 하는 상황에서 2021년도 정부 부채에 대한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은 구간이다. 이때 무리해서라도 확장적 정부 지출을 유지하되 공공 부문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GDP를 확장시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민주당이 재정 정책에 올인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단 이러한 정책의 기간은 길어야 2021년 정도다.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는 물론 이번 코로나19 위기에도 미국 재무부의 CMBs(Cash Management Bills) 발행이 급증했다. 재무부 발행 증권의 평균 잔존 만기가 급감한 시기의 CMBs 발행을 큰 폭으로 확대한 시기와 동일하다. 평균 잔존 만기가 급감한 이후 재무부가 중·장기물 국채 발행을 확대하면서 다시 길어졌다. 이번에도 재무부는 유사한 흐름으로 국채 발행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즉 코로나19 피해를 지원하기 위해 단기물 발행이 급증했는데 이후에는 중·장기물 발행 비율이 높아지는 구간일 것이다. 따라서 중·장기물의 수급 부담이 발생하면서 중·장기물 금리를 상승시킬 것으로 판단된다. 금리가 움직이면 재정 확장도 제한받을 수밖에 없다.
바이든 당선인의 선택도 미국의 이익이 우선일 수밖에 없다. 미국 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고 일자리는 미국 내 기업 활동이 활발해져야 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신고립주의 정책은 동맹국의 반발을 샀지만 바이든 당선인의 다자간 협약 추진도 실상은 다르지 않다. 중국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타결을 서둘렀지만 미국도 이를 용인하기보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으로의 복귀를 서두를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미묘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의 일방적 고립주의일 뿐 보호무역주의로 보기 힘들다. 오히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내에서 동북아 3국에 집중됐던 무역 견제가 민주당 집권기에 두드러진 특징이다. 서슬 퍼런 슈퍼 301조 발동도 민주당 클린턴 대통령 때의 일이고 국제무역위원회(ITC) 비토건, 바이아메리칸, 리쇼어링 정책도 오바마 때 벌어진 일이다. ‘트럼프 쇼’라는 비판에도 백인들의 지지는 이번 선거에서도 굳건함이 확인됐다.
바이든 당선인의 미국 역시 중국을 향한 칼날을 거두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외 개방과 공정 무역, 중국 수요 자극의 정책을 요구할 것이 분명하다.
케인스 경제학은 대공황의 해법을 찾는 과정에서 출현했지만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에 무력해지면서 역사 뒤로 퇴장했다.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의 개혁이 물가를 잡고 정부 개입보다 시장의 힘을 신뢰하는 통화주의가 힘을 얻었지만 2009년 금융 위기 이후 한계를 보였다. 금융 위기 이후 10년간, 지난 역사적 경험을 토대로 각국 중앙은행이 적절한 처방을 내놓고 정부도 힘을 보태 위기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구조적 변화가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10월 발표된 국제통화기금(IMF)의 재정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국가들의 정부가 취한 재정 조치 규모는 약 11조7000억 달러다. ‘위기가 터지면 우리는 모두 케인시언이 된다(in a crisis, we are all Keynseians)’는 말이 있다. 바이든 당선인의 경제 정책도 확장 재정 정책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팽창적 통화 정책과 적자 재정을 통해 경제의 총수요를 증가시킬 수만 있다면 정부 지출 덕에 소득이 증가한 이들의 소비가 경제 성장을 유발할 수 있다. 민주당은 균형 재정을 추구한다. 바이든 당선인은 현대통화이론(MMT)을 고려하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아니다. 바이든 당선인은 36년간의 상원의원과 8년간의 부통령을 지닌 민주당 내 중진이다. 과거 민주당 정책 본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경제가 살아나면 증세는 불가피하다. 증세는 기업 이익에 부담 요인이다. 과거 미국 민주당 집권기에 한국 증시가 박스피에 머무른 배경 중 하나다.
바이든 시대의 경제 정책은 확대된 재정 적자와 높은 공공 부채 수준 등 위기 가능성 요인을 조정하면서 경제 회복을 도모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추가적 통화 정책이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에서 경제 회복과 성장을 위해 2021년은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구간이라는 판단이다. 경제가 회복되고 난 뒤에는 기회가 사라진다. 금리는 올라가고 이익도 개선된다. 불확실성 지속 구간에서 주식을 사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