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전통적 지주회사의 역할이 변화하고 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간 경계 붕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철학의 확산 기조와 함께 무형 자산, 친환경 사업 중심으로 주식 시장에서의 재평가 움직임이 거세게 나타나면서 전통 사업 포트폴리오를 중심으로 구성된 지주사의 역할에도 변화가 요구되는 것이다.
특히 쿠팡의 성공적인 상장 이후 신성장 기업의 재무 체력이 대기업에 필적하는 수준에까지 올라서면서 대기업의 긴장감이 극도로 높아진 상황이다.
물론 대기업에서도 대응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특히 차세대 경영자가 자리 잡고 있는 그룹을 중심으로 경영 환경의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고 대표 주자는 바로 SK(263,000 +1.54%)(주)다. SK(주)가 투자형 지주사로서 보유한 강점을 정리해 본다.
첫째, SK(주)는 확고한 투자 철학과 성장에 대한 구체적 비전을 보유한 기업이다. ‘딥 체인지(지속적 포트폴리오 혁신)’를 통해 주주·구성원·사회·고객 등 이해관계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투자형 지주사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기업 가치 평가에서 내러티브의 중요성이 부각된 올해 이후 주식 시장의 흐름과 맥락을 같이하는 부분이다.
SK(주)의 투자 철학은 좌초 자산에 대한 비중 축소와 친환경·소재 등의 신사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3월 29일 첨단 소재·바이오·그린·디지털 등 4대 핵심 사업을 선정하고 이를 중심으로 2025년까지 시가 총액 140조원의 전문 가치 투자자로 진화하는 파이낸셜 스토리를 공개했다. 이미 지난 6년간 반도체와 배터리 소재, 바이오, 의약품 위탁 생산(CMO), 재생 에너지 분야에서 약 6조4000억원의 투자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투자 성과도 좋다. 특히 2019년부터 올해 사이 총 3건의 엑시트(투자 회수)를 통해 세전 기준 약 4조3600억원의 투자 재원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3건의 엑시트 사례에서 확인된 투자 원금 대비 처분 당시 가치는 약 4.8배 높은 수준이다. 내년부터 2024년에는 SK실트론·SK팜테코 등 핵심 자회사의 기업공개(IPO)가 예상된다.
SK(주)는 2025년까지 46조원(구사업 조정 16조원, 투자 사업 처분 20조원, 전략적 투자 유치 10조원)을 마련해 첨단 소재·바이오·그린·디지털 분야에 대한 포트폴리오 확대 작업을 꾸준히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세전·이자지급전이익(EBITDA)을 올해 1조5000억원에서 2025년 6조4000억원까지 성장시킬 계획이다.
둘째, SK(주)는 ESG 환경 변화에 가장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SK(주)는 외부 평가 기관의 ESG 평가에서 항상 상위권에 랭크되고 있다. 지난해 한국기업지배구조연구원의 ‘상장 기업 ESG 평가 등급’에서 SK(주)는 환경 부문 ‘A’, 사회 부문 ‘A+’, 지배구조 부문 ‘A+’, 통합 등급 ‘A+’를 받았다. 언론에 표출된 ESG 관련 기사 중에서도 SK그룹 관련 기사가 압도적으로 많이 노출되고 있다.
SK그룹의 ESG 경영은 수펙스 산하의 사회공헌위원회(2013년 출범. 현재는 소셜밸류위원회로 변화)를 시작으로 지난해 환경위원회(기존의 에너지위원회)와 거버넌스위원회 등을 발족하면서 하나의 시스템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신설된 환경위원회는 환경을 핵심 키워드로 삼아 SK 주요 계열사의 사업 변화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다.
SK그룹은 환경위원회 출범 이후 차이나가스홀딩스 지분 매각(SK E&S),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SK E&S), RE100 가입(SK 8개사), 북미 플러그 파워 지분 투자(SK, SK E&S), SK종합화학 지분 매각 추진(SK이노베이션), 그린론 조달을 통한 수소 사업 확대(SK E&S) 등 시장의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속도로 친환경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적어도 ESG 관점에서 SK보다 더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기업은 한국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장기적 투자 포인트 외에 현 상황도 우호적이다. SK 배당 소득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 SK이노베이션·SK E&S·SK텔레콤의 양호한 올해 실적 전망과 ESR·그랩·리츠 IPO 및 지분 처분을 통해 1조원 이상의 현금 확보 등은 배당 상향에 대한 기회로 연결될 것이다. SK의 지주사 투자의 선순환 사이클은 여전히 무리 없이 작동하고 있고 하반기 이후 자회사 IPO 추진이 본격화하면서 적정 순자산 가치(NAV) 수준으로 주가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목표 주가 45만원을 유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