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미래형 차량 총집결, ‘모터쇼→모빌리티쇼’ 이유 있는 변화
내연차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다. 2년 만에 찾은 서울모터쇼에서 느낀 첫 감상이다. 전동화·친환경·자율주행 추세에 맞춰 어떠한 브랜드도 내연차를 메인으로 내세우지 않았다. 휘발유·경유 차량의 전유물이던 모터쇼는 행사명마저 모빌리티쇼로 바꿔 자동차업계의 화두인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맞췄다.
글로벌 브랜드의 친환경 신차 출시 경쟁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2021 서울 모빌리티쇼’에서 공개된 신차는 친환경차였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내연차량의 소식을 듣기는 어려웠다. 이번 행사에는 현대차·기아·제네시스 등 국내 3개 브랜드와 메르세데스-벤츠·BMW·아우디·포르셰·이스즈·마세라티·미니 등 7곳이 참여했다.
이들 기업이 공개한 신차는 세계 최초 1종과 아시아 최초 5종을 포함한 24종이었다. 그중 기아가 공개한 친환경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니로에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신형 니로는 이번 쇼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 유일한 차량이다. 1세대 출시 후 5년 만에 선보인 새로운 모델이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신형 니로에는 기아의 새로운 디자인 본질과 친환경 신기술이 집약돼 동급 최고 수준의 연비를 자랑한다”며 “지속 가능성에 대한 실천 의지가 담긴 기아의 대표 친환경 차량”이라고 강조했다.
기아는 신형 니로의 하이브리드·전기차 모델을 동시에 공개했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내년 1분기, 전기차 모델은 상반기 중 출시할 계획이다. 차량 천장에 재활용 섬유가 사용됐고 도어 패널에는 수성 친환경 페인트가 쓰이는 듯 다양한 친환경 소재가 사용된 것이 특징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전시 차량을 순수 전기차 모델로만 구성했다. 아시아 최초로 △더 뉴 EQE △더 뉴 메르세데스 AMG EQS 53 4매틱+ △콘셉트 EQG 3종 등과 한국 최초로 △더 뉴 EQS △더 뉴 EQB 2종을 공개했다. 벤츠는 ‘전동화를 선도하다’는 콘셉트에 맞춰 순수 전기차만 모빌리티쇼에 전시했다고 밝혔다.
토마스 클라인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대표는 “벤츠는 올해 전동화를 본격적으로 진행 중이고 전동화 전용으로 사업 전략을 변경했다”며 “EQE와 EQS 등 첨단 전기차를 발판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제시해 자동차 산업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BMW와 아우디도 마찬가지였다. BMW는 ‘드라이빙의 즐거움, 새로운 미래로’를 주제로 순수 전기차인 iX와 i4, 뉴 iX3 등을 전시했다. 아우디는 e-트론 GT와 RS e-트론 GT, e-트론 55 콰트로 등 전기차 라인업을 선보였다.
현대車가 내놓은 모빌리티 해답…로봇·자율주행
현대차그룹은 올해 모빌리티쇼에서 관람객 등이 상상하지 못한 혁신 기술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했다. 현대모비스는 자율주행에 기반한 미래 모빌리티를 선보여 많은 이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특히 4인승 도심 공유형 모빌리티 콘셉트카인 ‘엠비전X’에 대한 관심이 상당했다. 이 차량의 내·외관은 운전석과 조수석이 따로 구분돼 있지 않아 누가 봐도 자율주행차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엠비전X에 탑승하면 마치 미래 도로를 달리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한가운데 설치된 사각 기둥 형태의 ‘버티컬 콕핏’에는 각 면에 28인치 디스플레이가 설치돼 있다. 탑승객의 모션을 인식해 내비게이션 실행, 음악 재생, 음량 등을 조절할 수 있다.
엠비전X에 탑재된 버티컬 콕핏. 사진=유호승 기자또 차량 내 인공지능(AI)이 도착지에 맞는 음악을 재생해 탑승객의 ‘흥’을 돋운다. 탑승객이 ‘클럽’이나 ‘파티장’으로 목적지를 설정한다면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오는 방식이다.
현대차는 이번 행사에서 내년 상반기 서울 도심 내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지구에서 달릴 ‘로보라이드’도 공개했다. 로보라이드는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차를 활용해 탑승객에게 이동 편의를 제공하는 현대차의 신개념 모빌리티 서비스다.
자율주행 레벨4 기술로 차량 시스템이 상황을 인지·판단해 차량의 운행을 제어한다. 도로가 일시적으로 막히는 등 일부 상황을 제외하면 비상시에도 운전자의 개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시범 서비스에 투입될 차량은 아이오닉5로 모빌리티쇼에서 공개됐다. 이 차량은 한국 자율주행 환경에 적합하도록 현대차가 개발한 모델이다. 단순한 기술의 진보가 아닌 탑승객에 새로운 모빌리티 경험을 제공한다는 아이오닉5의 디자인 콘셉트가 반영됐다.
장웅준 현대차 자율주행사업부장(상무)은 “보편적 안전과 선택적 편의라는 개발 철학을 바탕으로 모두가 안전하고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는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탑승객의 새로운 이동 경험 확장을 위해 내년 상반기 서울 도심에서 레벨4 완전 자율주행 기술을 바탕으로 한 모빌리티 시범 서비스를 선보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인수한 미국 로봇 전문 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인간 로봇 ‘아틀라스’와 로봇 개 ‘스폿’, 현대차가 자체 개발한 산업·의료용 웨어러블 로봇도 전시됐다. 그중 스폿은 관람객의 인사에 응답하고 진짜 개처럼 앉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우리도 있다”…韓 중견기업·기관도 기술력 뽐내
글로벌 차량 기업 외에도 한국의 중견·중소기업도 다수의 친환경차를 서울모빌리티쇼에 출품해 기술력을 알렸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우체국 택배 차량으로 보이는 전기 트럭이다. 대창모터스가 우체국에 납품한 ‘다니고-C’다. 소형 트럭인 이 차량은 일반적인 1톤 트럭과 비교해 전장과 전폭이 짧아 이동성이 뛰어나다.
대창모터스는 부품을 중국에서 들여와 한국에서 조립해 시장에 내놓는다.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와 안전 관련 부품은 한국 제조사의 것으로 원가 기준 60% 정도가 국산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다니고-C는 전국 우체국에 300대 정도 납품돼 운행 중이다. 고속 충전 시 1시간에 80%가 충전되고 100% 충전에는 2시간이 걸린다. 완속 충전에 12시간이 걸린다. 최대 충전 시 300km 주행할 수 있다.
대창모터스는 다니고-C와 함께 탑차 트럭인 다니고-T도 공개했다. 신규 전기차용 플랫폼이 적용된 모델로 차급을 뛰어넘는 공간성과 최신 안전·편의 품목이 대거 탑재돼 많은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전기차라는 장점과 귀여운 외관 외에도 내부 디자인도 각광받았다. 현대차·기아 고급 차량에 탑재된 ‘다이얼 기어’가 탑재돼 상용차임에도 만족스러운 주행 성능을 느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교육기관도 모빌리티쇼에서 기술력을 뽐냈다. 카이스트는 자율주행 차량을 선보였다. 카이스트는 2007년 자율주행 연구를 시작해 2009년 현대 자율주행차 대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실제 도로 주행을 시작했다.
현재 운전자의 개입을 필요로 하지 않는 ‘레벨5’ 자율주행을 목표로 여러 국내외 산업체와 협업을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고속 자율주행으로 연구 고도화·다각화를 수행 중이다.
카이스트는 실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무인 시스템인 ‘배달 로봇’도 선보였다. 위성항법장치(GPS) 위치 정보와 자체 지도를 융합해 정밀 위치 인식 및 편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최대 30kg까지 적재가 가능하며 최대 시속은 6km다.
아주자동차대학은 전기 포뮬러 F3를 전시했다.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의 일부인 3D 프린터를 활용해 포뮬러 F3 차량의 제품 디자인과 시제품을 제작했다. 이 시제품은 향후 완성품으로 제작돼 다른 모터쇼 등에 출품될 예정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KATECH)은 자율주행 수소 버스를 선보였다. 자율주행에 수소 연료를 접목한 버스는 세계 최초다. 이 버스는 전기 버스 대비 1충전 주행 거리가 2~3배 길다. 장거리를 주행하는 순환형 노선 버스에 적합다고 연구원은 강조했다. 1회 충전으로 종일 운행할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장거리 주행이 가능한 만큼 높아지는 안전사고에 관해서는 센서 융합 및 자율주행 제어 알고리즘이 탑재돼 위험도를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또 긴급 상황에 대비한 실증 테스트를 통과해 현재 임시 운행 허가를 받아 조만간 트럭과 소형 버스 등에도 관련 시스템을 이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