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금리 인상, 인하기에도 집값은 꾸준히 상승…상관관계 낮아
부동산 투자 심리가 싸늘하게 식고 있다. 투자 심리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주택 가치 전망 지수는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에서 올해 1월 26일 발표한 해당 지수는 100이다. 지수가 100이라는 것은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내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비슷하다는 뜻이다.
최근 13여 년의 평균치는 107.5다. 이를 감안하면 현재의 투자 심리는 역대 평균치보다 낮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125에 달했던 주택 가치 전망 지수는 3개월 만에 25포인트나 줄어들었다.
글로벌 금리 인상기에 작아진 투심
투자 심리가 이렇게 식은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원인은 금리 인상이다. 6개월 전만 해도 0.50%였던 기준금리는 올해 1월 14일까지 세 차례나 올라 1.25%가 됐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 올해도 몇 차례 금리가 더 인상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어서 투자 심리도 식어 가고 있다.
또한 그동안 세계적인 돈 가치 하락을 주도했던 미국조차 오는 3월 말에 돈 풀기를 중단하고 금리 인상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수년간 이어진 유동성 과잉 현상이 진정되고 돈 가치 상승의 시대가 찾아올 것으로 관측된다. 이러한 이유로 대표적 자산 시장인 주식·암호화폐·부동산의 ‘투심’이 식어 가고 있다.
과거 금리 인상 시기의 집값 흐름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2000년대 들어 한국의 기준금리가 인상되거나 고금리로 유지된 시기는 네 차례 있다. 첫째는 2005년 10월부터 2008년 9월까지다. 이 기간에 금리는 여덟 번에 걸쳐 2.00%포인트가 올랐다. 당시 평균 기준금리는 4.5%였다.
둘째는 2010년 7월부터 2012년 6월까지다. 다섯 차례에 걸쳐 1.25%포인트가 인상돼 기준금리는 2.9%에 달했다. 셋째는 2017년 10월~2018년 11월이다. 두 차례에 걸쳐 0.50%포인트가 올라 기준금리는 1.6%가 됐다. 마지막은 지난해 8월부터 시작돼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네 차례의 금리 인상기에 집값이 떨어진 적은 없다. 1차 금리 인상기에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21.0% 올랐다. 2차 때는 12.0%, 3차 때는 2.3% 올랐다. 현재 진행 중인 4차 인상기에도 아파트 값은 8.0% 상승했다.
기준금리가 인하되거나 낮은 금리가 유지되던 시기는 세 차례가 있다. 이 기간에도 집값은 올랐다. 금리와 집값 상승률의 상관관계가 낮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금리보다 수요·공급이 집값 좌우
네 차례의 금리 인상기와 세 차례의 금리 인하기 중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이 가장 컸던 시기는 3차 인하기다. 23.2%의 상승세를 보였다. 둘째로 집값이 많이 오른 시기는 1차 금리 인상기로 21.0% 올랐다.
금리가 낮다고 집값이 오르고 금리가 높다고 집값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대부분이었지만 통계를 자세히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왜 금리 인상기에도 집값이 올랐을까. 먼저 한국에는 전세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전세를 끼고 투자하는 대부분의 다주택자는 대출을 하기 어렵다. 1주택자도 고가 주택은 대출 한도가 아주 적거나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금리 인상이나 인하가 고가 주택 시장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셈이다.
단, 저가 주택 시장은 고가 시장과 달리 대출을 받아 내집을 마련하려는 실수요자가 많다. 이들은 금리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금리 인상기에 저가 부동산 지역의 집값이 흔들리는 원인이다.
또한 금리보다 수요·공급·통화량 등과 같은 다른 요소가 집값에 더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집값 상승률이 가장 낮았던 시기는 1차 금리 인하기다. 금리 수준도 1차 인상기의 절반밖에 되지 않지만 전국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1.2%에 그쳤다.
금리보다 국제 금융 위기라는 외적 요인에 집값이 휘둘렸기 때문이다. 둘째로 집값이 낮게 오른 시기는 3차 금리 인상기로 2.3% 오름세에 불과했다. 공급이 수요보다 많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의 시기도 큰 관련이 있다. 금리가 오르는 시기는 실물 경기가 과열돼 물가가 오르거나 자산 시장이 과열되는 시점이다.
즉, 금리 인상이 시작되는 시점은 경기가 가장 좋은 시기라고 볼 수 있다. 금리 인상을 제외한 다른 요소들이 집값을 포함해 자산 시장의 버블을 키우는 작용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금리를 계속 인상해 다른 상승 요인을 상쇄할 정도가 되면 자산 시장은 타격을 입을 것이다.
하지만 집값과 주가가 폭락할 때까지 금리를 인상한 적은 역사상 한 번도 없다. 금리 인상은 경기가 과열되는 것을 막거나 속도를 조절하는 수단으로 경제를 망치는 수단으로 활용되지는 않는다. 인상기와 인하기를 가리지 않고 집값이 꾸준히 올랐던 것은 금리가 아닌 다른 시장 상황에 따라 좌우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