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자금 대출이 사상 처음 2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주택금융공사·주택도시보증공사(HUG)·SGI서울보증 등 3대 공적 보증 기관의 전세 자금 보증 잔액은 지난해 10월 기준 약 185조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은행 대출금 가운데 이들 기관이 보증하는 비율은 90% 정도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전세 대출 잔액이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을 돌파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세 대출 잔액은 2019년 100조원을 돌파했는데 2년 만에 두 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전세 대출 잔액이 이처럼 불어난 것은 부동산 갭 투자 열풍에 따른 것이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2018년 서울의 전체 주택 매매에서 14.6%였던 갭 투자(매매 시 임대 보증금 승계) 비율은 지난해 41.9%까지 치솟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도 서울 강서구·은평구 등 비강남권 지역에서 다세대·빌라 등을 전세를 끼고 실투자금 약 1억원에 사들이는 갭 투자가 크게 늘어났다는 게 부동산업계의 시각이다.
이 같은 전세 대출 잔액 급증에 따라 가계 부채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금리 상승에 집값·전셋값이 동반 하락하면 이 같은 갭 투자가 향후 ‘깡통 전세’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무주택 2030세대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다세대·연립을 갭 투자 방식으로 무리하게 매수했다”고 분석하며 “이들이 갭 투자를 위해 신용 대출이나 다른 전세 대출 등을 활용하는 사례가 많은 만큼 관련 대출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