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사관학교, ‘유니콘’ 등용문 되다
어니스트펀드는 2015년 신한퓨처스랩 1기 우승맴버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직접 챙기는 스타트업으로 알려졌다. 어니스트펀드는 신한퓨처스랩 참여 당시 신한은행으로부터 1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P2P금융권 가운데 제1금융권으로부터 투자 유치에 성공한 곳은 어니스트펀드가 처음이다.
이후 신한카드와 '동산담보대출'를 선보이고 투자금을 신한은행에 신탁관리를 맡기는 등 상호 협력 체계를 이어가고 있다.
캐시노트와 어니스트펀드가 국내서 시장 영향력을 확대해나가고 있다면, 센드버드와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는 국내보단 해외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는 핀테크 기업이다.
센드버드는 KB금융 'KB스타터스' 출신이다. 센드버드는 기업 채팅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으로, 현재 전 세계 150개국, 400여개 대기업이 매달 고정비용을 내고 이들 기업의 직원 1억명이 이용하는 글로벌 1위 기업 채팅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센드버드는 2016년 5월 선정된 10번째 KB스타터즈다. KB금융과 함께 국민은행의 차세대 대화형 뱅킹앱(App)인 '리브똑똑'(Liiv TalkTalk)을 개발했다. KB금융과 협업 이후 미국 투자사 샤스타벤처스로부터 170억원의 투자유치를 받고 미국 실리콘밸리로 진출했다.
미국 진출 후 4년도 안되는 기간 약 215억원을 추가로 투자 받았으며, 지난해 5월 미국계 대형 헤지펀드 타이거글로벌 등으로부터 1억달러(12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받으면서 단숨에 한국계 예비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에 이름을 올렸다.
해외에서 주목받는 '은행권 사관학교 출신' 대표 스타트업으로는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도 있다.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는 하나은행 '1Q 애자일 랩' 5기 출신이다.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는 인공지능(AI) 기반 상장지수펀드(ETF)를 개발한다. AI 기반 ETF는 펀드매니저 등 인간의 개입없이 100% 딥러닝기반으로 운용되는 금융공학 상품이다.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가 해외에서 가장 이슈가 됐던 사건은 지난해 5월 자체개발한 AI 기반 ETF 2종(QRFT, AMOM)을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이다. AI ETF가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승인돼 미국 거래소에 상장된 최초 사례다. 같은해 7월에는 크래프트 임직원들이 뉴욕증권거래소 증시폐장 타종행사(클로징벨 세레모니)에 참여해 직접 거래소 폐장 벨을 울렸다. '데뷔 1년' 이후 연간 수익률도 AMOM이 16.19%, QRFT가 15.52%를 각각 달성하며 다시 한번 주목받았다.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의 이 같은 성장에는 하나은행과 공동개발한 하나은행의 자산관리서비스 '하이(HAI)로보'가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다. 이 서비스는 출시 9개월만에 가입 고객 4만명, 가입 금액 5000억원을 돌파했다. 이는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가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에서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게 했으며, 개발 경험과 데이터를 쌓는 경험을 제공했다.
스타트업 업계 한 관계자는 "초기 스타트업에는 섣불리 나서는 기업이 많지 않아 투자 유치나 고객사를 늘리는데 어려움이 있다"면서 "은행권 프로그램에 참여가 확정되거나 더 나아가 은행과의 공동개발 경험, 투자 유치에 성공한다면 이는 다른 기업들을 고객사로 끌어오거나 투자유치를 받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