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기업 실적보다 ‘미래 가치’에 초점…‘이야기 경제학’ 시대 열렸다
기존의 방식으론 설명하기 어려운 자금의 주식 시장, 하반기엔 ‘전통 기업’ 주목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제 사회에 알려지기 시작한 지 꼭 6개월이 넘었다. ‘BC(Before Corona)’에서 ‘AC(After Corona)’라는 용어가 나올 만큼 모든 분야에서 지각 변동이 일고 있다. 경제 분야에서는 더 심하다.
코로나19가 주식 시장의 위험 자산에서 안전 자산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지난 2월 중순 이후 경기를 보는 시각이 급속하게 흐트러졌다. ‘L’자형, ‘W’자형, ‘U’자형, ‘V’자형에 이어 ‘나이키’형까지 나올 수 있는 형태는 모두 나왔다. 경제학자 사이먼 쿠츠네츠가 1937년 국민소득 통계를 제시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뉴 노멀’ 시대, 금융이 실물 경제 주도
더 혼란스러웠던 것은 세계적인 석학 간에 경기를 보는 시각이 완전히 달랐다는 점이다. 주가가 속절없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 1930년대 대공황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는 ‘I’자형을 제시했다. 반면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전 의장은 의외로 빨리 회복될 것이라는 ‘V’자형이라고 반박했다.
각국은 중앙은행을 중심으로 비상 국면에 들어갔다. 지난 3월 초 미국 Fed는 1913년 설립 이후 둘째로 임시 회의를 열고 무제한 유동성 공급 방침을 선언했다. 순간 폭락했던 증시의 반응도 빨라 지난 3월 중순 이후 세계 주가는 50% 넘게 올라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주가 움직임만 놓고 보면 지난 6개월 동안 ‘V’자형 반등이다.
하지만 경기는 여전히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2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32.9%로 추락했다. 국민소득 통계가 처음 발표되기 시작한 1947년 이후 7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유럽의 핵심인 독일 경제도 73년 만에 가장 낮은 마이너스 10.1%, 한국 경제도 외환 위기 이후 가장 낮은 마이너스 3.3%를 기록했다. 2분기 성장률만 놓고 본다면 ‘I’자형에 가깝다.
선행성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지난 6개월 동안 증시와 경기 움직임이 각각 ‘V’자형과 ‘I’자형으로 정반대 움직임을 보인 만큼 8월 이후 증시와 경기를 예측하기가 더 어렵다. 주가 앞날과 관련해 두 가지 시각, 즉 경기와 기업 실적이 받쳐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깊은 나락으로 추락할 수밖에 없다는 ‘제2 닷컴 버블 붕괴론’과 다른 하나는 하반기 이후 경기와 기업 실적이 따라오면서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낙관론이 핑핑해 맞서고 있다.
어느 시각으로 갈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 현재 주가 수준부터 평가해 보면 주가수익률(PER)과 주가순자산배율(PBR) 등 전통적인 주가 평가 지표로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고평가’됐다. 한국 바이오 업종은 PER이 평균 200배가 넘는다.
전통적인 평가 지표로 설명되지 않으니 일부 국내 증권사가 주가매출비율(PSR)을 사용하고 있지만 여전히 한계는 있다. PER·PBR과 마찬가지로 과거 실적을 기준으로 한 평가 지표라는 점과 최근처럼 매출과 이익 간 괴리가 심해지는 상황에서는 적정 주가 판단을 오히려 왜곡할 수 있다.
2부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