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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바꾼 노동 환경, 하드웨어 시장을 흔들다 /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재택근무, 씨티그룹, 퀄컴, 블랙프라이데이, 아마존, 이커머스, 전환율, 맥북 프로, 엑스박스, 웹캠, 공유기

코로나19가 바꾼 노동 환경, 하드웨어 시장을 흔들다
판매 부진 겪던 PC·태블릿 없어서 못 팔아, 잘나가던 사무 용품 기업은 실적 꺾여


“전 직원에게 보너스 1000달러를 지급하겠습니다.”

지난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를 강타하자 페이스북 사내 게시판에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약 4만5000명에 달하는 직원들에게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자는 의미로 보너스 1000달러(약 119만원)를 지급한다는 글을 올렸다.

미국의 많은 회사들이 팬데믹(세계적 유행)의 영향으로 재택근무로 전환하자 직원들에게 격려금 또는 지원금을 지급하는 사례가 줄을 이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도 재택근무를 하며 필요한 장비를 구매하라는 의미로 직원들에게 1000달러를 나눠 줬고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 쇼피파이도 직원들에게 홈 오피스 공간에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라는 명목으로 10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씨티그룹은 연봉 6만 달러 이하인 미국 내 직원들에게 1000달러를 급여와 별도로 나눠 줬다.

 


재택근무를 시작한 많은 미국 가정에선 예기치 않게 집을 오피스 공간으로 사용해야 됐다. 그래서 직원들의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일부 기업들은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아예 필요한 물품을 구매해 직원들에게 보내 주기도 한다.

퀄컴은 모니터·키보드·마우스·헤드셋·책상·의자 등 각 물품별로 한도를 정해 직원이 구매하고 싶은 물품을 고를 수 있다. 회사가 지원해 주지 않아도 새로운 환경에서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미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재택근무에 필요한 제품을 구하기 위해 구매 행렬에 합류했다.

재택근무 증가로 PC 수요 폭증

3월부터 재택근무를 시작한 필자도 이번 기회에 5년 넘게 쓴 맥북을 교체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동안 블랙 프라이데이 때 ‘폭탄 세일’을 하면 구매하겠다고 생각해 왔지만 번번이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그간 미뤄 놓은 구매를 실현할 수 있는 좋은 핑곗거리이기도 했다. 바로 행동에 옮겨 아마존에 접속하고 베스트 바이도 방문해 봤다. 하지만 그간 할인 판매 문구를 통해 필자를 유혹했던 제품은 모두 사라지고 값비싼 일부 랩톱만 구매가 가능했다.

결국 눈 질끈 감고 이 중 하나를 구매하겠다고 구매 버튼을 누르고 기다렸건만 도착 일자가 번번이 연기되더니 무려 한 달 뒤 배송된다는 메시지가 날아왔다. 온라인엔 필자와 비슷한 사례 공유가 줄을 이었다.

통계로도 이런 상황이 고스란히 나타났다. 이커머스 트렌드 조사 회사 스택라인이 지난 5월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랩톱 제품에 대한 방문 트래픽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0~130% 증가했지만 방문 트래픽 대비 구매 비율을 말하는 전환율(conversion rates)은 지난 5월 1.5%로 역사상 가장 낮은 비율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됐다.

일반적으로 이 비율은 평균 3%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많은 사람들이 랩톱을 구매하려고 했지만 실제로 구매로 이어지기 어려울 정도로 공급이 부족했던 것이다.

 


시장 조사 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올 1분기 글로벌 PC 출하량은 5160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했다. 코로나19의 팬데믹으로 중국의 공급망이 무너지고 글로벌 정보기술(IT) 하드웨어 업체들의 생산이 차질을 빚은 영향이 크다.

하지만 중국이 코로나19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자 2분기부터 판매가 다소 반등해 글로벌 PC 출하량은 6480만 대를 기록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8% 늘어났다. 소비자들이 느낀 것만큼 판매가 크게 늘어나지는 않았지만 전 분기 판매 감소를 딛고 플러스 성장한 것은 의미가 있다.

미국의 2분기 PC 출하량은 1528만 대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3.5% 늘어났다. 판매 대수 기준으로 1위인 HP가 500만 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20%가 늘었고 5위인 마이크로소프트도 67만 대를 기록해 15% 성장했다.

2위와 3위를 델테크놀로지스(전년 대비 -3.2%)와 레노보(-4.8%)가 차지했고 지난 5월 13인치 맥북 프로를 내놓은 애플은 4위로 전년 대비 4.3% 늘었다.

이런 결과는 기업의 실적을 통해서도 나타났다. 특히 PC의 공급 대비 수요가 높아 평균 판매 가격이 올라갔고 판매 증가 대비 매출 성장이 더 두드러진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1 회계연도 4분기(2020년 4~6월) 실적 발표를 통해 윈도·엑스박스·서피스가 포함된 MPC(More Personal Computing) 부문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4.5%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서피스의 매출은 무려 25%나 증가했다. 이번 2분기에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애플도 PC 아이맥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2% 늘었다고 발표했다. HP와 델테크놀로지스는 8월 말에 있을 2020년 5~7월 실적 발표를 통해 PC 매출 성장을 확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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