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 ‘안정세’, 호재가 되다
국내 일련의 호재들을 긍정적으로 받쳐주는 다른 요인이 있으니 바로 전선 원자재 가격의 안정화다. 규모를 막론하고 전선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원자재는 ‘구리(전기동)’다. 올해 상반기 내내 오름세가 나타났던 글로벌 구리 시세는 최근 안정화에 들어갔다. 전 세계 비(非)철금속의 가격이 결정되는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는 지난 4일(현지시간) 전기동 1t이 6454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직전 거래일보다 30달러 하락한 가격이다.
전기동 가격의 하락은 사실 전선업체들에게 호재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원자재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것을 감안해 전선의 수요주체들이 전선의 단가가 하락하는 것을 기다려 발주를 늦추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2년부터 전기동 가격이 하락세에 있었을 때 위와 같은 이유로 LS전선과 대한전선은 나란히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2016년 LS전선은 매출 3조755억원, 영업이익 81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직전 연도 대비 각각 12.4%, 30% 하락한 수치다. 같은 기간 대한전선의 매출은 11.7%의 감소한 1조3470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현재는 전력 공급 인프라와 전선의 수요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의 하락은 곧 생산비용을 낮추는 요인이 되고 있다. 과거와는 확실하게 다른 상황이다.
두 기업의 ‘사뭇 다른’ 청사진
LS전선과 대한전선은 여러모로 긍정적인 대내외 조건에 힘입은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흥미롭게도 업계를 이끄는 두 기업의 목표는 맥락이 조금 다르다. LS전선의 경우, 그린뉴딜에 맞춘 친환경 에너지 사업 역량을 키워 수요를 지속적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LS전선은 태양광·풍력 발전과 관련된 전력 공급 제품의 개발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한전선의 청사진들 중 하나에는 ‘매각’이 있다. 대한전선은 과거 무리한 사업 확장의 실패로 누적된 손해를 감당하지 못하고 2015년 사모펀드 IMM 프라이빗에쿼티(PE)에 팔렸다. 이후 대한전선은 과감한 사업정리로 그간의 손해를 만회했고 재정 안전성도 회복했다.
이에 IMM 프라이빗에쿼티는 수차례에 거쳐 적당한 조건으로 대한전선을 국내 기업에 매각하려는 시도를 했다. IMM 프라이빗에쿼티의 입장에서 대한전선의 매각은 투자 수익성 추구라는 사모펀드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며 동시에 대한전선에게는 사모펀드보다는 장기적 안목으로 사업을 이끌어 줄 파트너십의 확보다. 그러나 투자대비 이익률이 2%내비 3%로 높지 않은 전선업계 자체의 특성 때문에 매각은 쉽사리 성사되지 못했다.
이에 대한전선 매각설은 국내 관련 업계에서 2016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매년 꾸준하게 제기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최근 여러 호재들의 영향으로 대한전선의 인수 가치는 점점 올라가고 있다”라고 평가하고 있다.
글로벌 전력 인프라 수요의 꾸준한 증가라는 전선업계의 호재는 앞으로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내 전선업계를 이끌고 있는 두 기업이 그리고 있는 청사진은 점점 그 밑그림이 명확해 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