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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으로 웃은 퀄컴, 두 가지 시사점은?-2부 / 미 법무부, 네이버, 카카오, 삼성전자, 스마트폰, FTC, 캘리포니아, 순회항소법원, 애플, 미 연방거래소, 특허 침해, 공정위, 라이선스 비즈니스

2부  

2차전, FTC
애플과의 분쟁이 종료된 가운데 기저 아래서 진행되던 FTC와의 소송전도 급물살을 탔다.

지난해 5월 재판은 FTC의 승리다. 미 캘리포니아주 산호세 연방지방법원이 당시 퀄컴의 특허료 사업 관행을 두고 반독점법 위반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법원은 “퀄컴의 관행은 많은 경쟁사들을 고사시켰다”면서 “결국 소비자에게도 피해를 준 셈”이라고 말했다.

이를 계기로 업계에서는 퀄컴의 연구개발 기반 특유의 비즈니스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과, 시장의 건전한 경쟁을 망치는 퀄컴을 규제해야 한다는 반론이 첨예하게 충돌했다. 퀄컴의 라이선스 비즈니스가 약탈적 비즈니스에 가깝다는 주장이 나왔으나 연구개발의 퀄컴이 가지는 특수한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는 평가도 나오며 다양한 가능성이 타진됐다.


반전의 무대는 지난해 9월 샌프란시스코의 제9 순회항소법원에서 시작됐다. FTC가 명령한 시정명령을 유예해달란는 퀄컴의 입장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로열티 비즈니스 퀄컴의 완벽한 승리가 아니라, 퀄컴의 요청을 들어줬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퀄컴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 아니라 '마지막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시행명령을 유예해달라'는 점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4월 판결로 퀄컴은 즉각 자사의 라이선스 관행을 변경하는 시정명령을 수행해야 했으나, 이번 판결로 당장의 비즈니스 모델 변화는 피하게 됐다는 점에서 퀄컴의 국지적 승리로 봐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렸다.

퀄컴의 라이선스 비즈니스를 총괄하는 돈 로젠버그 퀄컴 총괄부사장 겸 최고법무책임자 (Don Rosenberg, Executive Vice President and General Counsel)는 "항소법원에서 만장일치로 지방법원의 판결을 뒤집고 무효화한 것은 퀄컴의 비즈니스 모델과 특허 라이선스 프로그램을 인정하는 한편, 퀄컴이 업계에 크게 기여한 바를 강조했다. 이번 중요한 사건을 심사숙고해 준 심사위원 분들께 감사 인사드린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미 법무부가 퀄컴의 편에 서기도 했다. 미 법무부는 퀄컴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5G 경쟁력을 위해 신중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사실상 퀄컴의 행보에 힘을 실어줬다. 미중 기술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퀄컴을 지켜야 미국의 5G 경쟁력이 연속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논리다.

심지어 글로벌 특허전문 기업 인터디지털, 통신장비 기업 노키아와 음향기술 전문 기업 돌비 등도 이번 사안에 대해 의견서를 제출하며 연방지방법원은 표준특허를 공정하게 제공해야 한다는 프랜드(FRAND, 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 원칙과 SSPPU 등을 잘못 이해·적용 했다고 명확히 입장을 밝혔다.

연방지방법원은 선례를 비롯, 미국 반독점 법을 오해하거나 잘못 적용했다는 지적이 눈길을 끈다. 라이센스 계약을 맺지 않으면 칩을 제공할 수 없다는 퀄컴의 “No license No chips” 정책이 반독점 법, 일명 셔먼법(Sherman Act)을 위배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미 FTC의 주장과 연방지방법원의 판례는 이미 수십년 동안 혁신을 장려하고, 효율적이며 원활히 작동하고 있는 라이센싱 제도에 큰 혼란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현실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논리다. 연방지방법원의 의견대로 최소판매가능 특허실시단위(SSPPU, Small Salable Patent Practice Unit)를 기반으로 하는 라이센스가 필수가 되면 재협상을 위해 SSPPU를 사용하지 않는 거의 모든 기존 라이센스 계약을 다시 체결해야 되는 사태가 발생한다. 이는 당연하지만 대혼란을 야기하기 때문에, 퀄컴의 현형 비즈니스를 지지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승리
샌프란시스코의 제9 순회항소법원의 이번 판결로 퀄컴은 자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고칠 필요도 없고, 현행 그대로의 비즈니스를 가동할 수 있는 기회도 잡았다.

미중 기술 경쟁력 충돌이 격화되는 가운데 라이선스 비즈니스의 그림자보다, 퀄컴이 가진 강력한 연구개발 능력이 더 도움이 된다는 일종의 기회비용 선택으로 보인다. 추후 각 국의 공정위가 퀄컴을 대상으로 내리는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다만 이를 바탕으로 각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로열티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여기에 퀄컴의 시장 독과점 우려가 면죄부를 받으며 업계가 전반적으로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당장 FTC는 퀄컴은 물론 법무부에도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며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전투를 반추하며 연구개발과 정부의 유연한 접근에도 주목한다. 치열한 기술경쟁을 통해 글로벌 시장과 전투를 벌여야 하는 상황에서 연구개발 인프라는 그 무엇도 흔들 수 없는 강력한 무기라는 점과, 정부도 때로는 세계를 무대로 싸우는 자국 기업들을 위해 유연한 대응을 보여줘야 한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네이버 및 카카오 등 글로벌 거인들과 싸우는 자국 기업을 오히려 '잡아먹지 못해' 으르렁대는 대한민국 정부가 곰곰히 성찰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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