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어닝 서프라이즈에도 ‘주가 침묵’ 왜
"실적, 주가 선반영”, 치료제 진단키트 등 줄줄이 대기 현실화땐 영향 클듯
셀트리온(068270)이 실적과 관련해 어닝 서프라이즈를 지속하고 증권가에서 잇따라 목표주가를 상향하고 있음에도 주가는 큰 변화 없이 움직이고 있다. 증권 업계에서는 이번 실적은 공장 가동률 등에 따라 아쉬웠던 지난해 실적과 비교돼 주가에 선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추가로 주가가 상승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재료가 나와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셀트리온, 사상 최대 분기 실적 기록
10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지난 7일 장 마감 후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셀트리온의 올해 2분기 실적은 연결기준 매출 4288억원, 영업이익 1818억원, 영업이익률 42.4%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 82.5%, 영업이익 118% 증가한 규모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이다.
이번 실적은 주요 의약품의 글로벌 빅마켓 점유율 확대와 공장 가동률 상승 등이 영향을 줬다. 셀트리온의 주요 항체 동등생물의약품(바이오시밀러)은 유럽 시장에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 데이터를 기준으로 지난 1분기 ‘램시마(성분명 인플릭시맙)’, ‘트룩시마(성분명 리툭시맙)’, ‘허쥬마(성분명 트라스투주맙)’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57%, 40%, 19%다.
글로벌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는 항암제 바이오시밀러를 중심으로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의료정보 제공기관 심포니 헬스케어 데이터 기준 지난해 11월 출시한 트룩시마의 올해 2분기 미국시장 점유율은 16.4%다. 이는 출시 6개월 만에 두 자릿수 점유율을 기록한 것으로 급성장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방암·위암 치료제 허쥬마도 지난 3월 출시 이후 지속적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미국판매명 인플렉트라)도 올 2분기 미국에서 10.5%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1공장 생산 효율과 공장 가동률 상승 등이 원가 생산성을 높인 부분도 이번 실적에 반영됐다. 셀트리온은 지난 2018년 1공장 개선작업 및 증설 연계 작업을 시작해 지난해 2월 이를 마무리했다. 셀트리온은 1공장 10만리터, 2공장 9만리터 등 총 19만리터의 바이오의약품 생산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해외의 의약품위탁생산(CMO) 기업도 활용하고 있다.
키움증권 허혜민 애널리스트는 “영업이익률 40%대 진입은 2018년 2분기 41% 이후로 2년만이다”면서 “1공장 생산 효율 개선으로 원가 생산성이 향상된 부분이 2분기에 반영됐고, 코로나19로 대외활동비용 감소 등의 영향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목표 주가 상향’ 러시에도 주가 침묵?
증권사는 최근 셀트리온의 목표 주가를 높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셀트리온의 목표 주가를 36만원으로 잡았고 하나금융투자는 36만3000원으로 설정했다. 키움증권의 셀트리온 목표 주가는 38만원이다. 한화투자증권은 목표 주가 45만원을 유지했다.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실적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고 업종 내에서도 최선호주 의견이 유지되고 있지만 주가는 큰 폭으로 오르지 못했다. 실적 발표 이후 첫 거래일인 이날 셀트리온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0.16% 오른 31만5000원에 거래가 마무리됐다.
일각에서는 공장 가동률 상승 등 셀트리온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할 것이라는 예상이 이미 주가에 선반영 돼 있다고 보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종의 한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실적이 아쉬웠던 이유는 공장 가동률 때문”이라면서 “올해 가동률이 높아져 실적이 상향할 것이라는 예상은 이미 주가에 선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주가가 오르기 위해서는 신제품 출시 및 코로나19 치료제, 진단키트 사업, 다케다로부터 도입한 18개 품목의 매출 확보 등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위 애널리스트는 “셀트리온은 시가총액 42조 5000억원인 대기업이므로 예전처럼 주가가 급등하기 어렵다”면서 “실적 등도 선반영된 것으로 보이므로 앞으로 주가가 상승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동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셀트리온, 미래 성장동력 확보…코로나19 치료제 개발 박차
셀트리온은 미래 성장동력으로 후속 바이오시밀러 출시와 글로벌 케미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기업은 지난 3월 유럽의약품청(EMA)에 승인을 신청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CT-P17(휴미라 바이오시밀러) 및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인 결장직장암 치료제 CT-P16(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을 개발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또 알러지성 천식 및 만성 두드러기 치료제 CT-P39(졸레어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글로벌 임상 3상,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CT-P43(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임상 1상도 올해 2분기에 개시했다. 졸레어와 스텔라라 글로벌 시장 규모는 각각 3조 9000억원, 8조원으로 블록버스터급 의약품으로 구분된다.
글로벌 제약사 다케다와 진행한 인수합병(M&A)도 순항 중이다. 이는 글로벌 케미칼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셀트리온은 다케다의 전문의약품 및 일반의약품 브랜드 18개에 대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권리 자산을 3324억원에 인수했다. 셀트리온은 올해 말까지 계약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최종 거래 마무리는 올해 4분기 내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9개국에서 기업결합신고 등 당국의 승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셀트리온이 자체 개발한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제 ‘CT-G7’은 지난 4월 미국 식품의약품청(FDA)으로부터 잠정 승인을 받았다. 셀트리온은 CT-G7 전용 생산라인 구축과 공급물량 생산 확대 등 글로벌 조달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과 영국에서 진행 중인 코로나19 치료제 ‘CT-P59’ 임상도 순항 중이다. 셀트리온 측은 코로나19 치료제의 경우 개발 성공 시 공익성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코로나19의 팬데믹이 지속하고 있는 만큼 일부 수익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셀트리온은 또 진단기업과 협업해 출시 준비 중인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유통망을 활용해 글로벌 곳곳에 공급할 방침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국가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19 유행이 지속하고 있는 곳, 브라질 등 남미까지 진출하는 것을 고려 중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