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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경쟁, 박 터진다, 완성차 업계도 참전 / 전기차, 테슬라, LG화학, 파나소닉, 튀링겐주, SNE리서치, 노스볼트, 로드러너, BMW, 액정표시장치, 리튬, 니켈, 코발트, 전고체, 원자재 조달

배터리 경쟁, 박 터진다…완성차 업계도 참전
손 연구원은 최근 배터리 업계에 글로벌 경쟁을 심화시키는 몇 가지 변화들이 나타났다고 지적한다.

먼저 배터리 에너지 밀도가 향상되면서 용량이 큰 폭 개선됐다. 따라서 전기차의 주행 거리 역시 증가했는데, 2016년 당시 중위값은 134km에 불과했으나 최근 미국 테슬라에서 670km를 넘어서는 차량을 개발하는 등 가솔린 차량 수준까지 근접한 모습이다.

생산 효율화로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면서 배터리 단가도 낮아졌다. 리튬 이온 전기차 배터리 팩의 평균 가격은 2010년 킬로와트시(kWh)당 1000달러(약 118만원)에서 2019년 156달러(약 18만원)로 84.4% 인하됐다.

눈에 띄는 흐름은 배터리 업체들과 자동차 업체들의 국경을 뛰어넘은 합종연횡이다. 배터리 업체는 안정적 판매처를 확보하기 위해 완성차 업체와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완성차 업체는 단가 하락을 유도하기 위해 공급선 다변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가 일본 파나소닉과의 독점적 거래에서 벗어나 LG 화학 및 중국 CATL의 배터리도 탑재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와 배터리 3사의 총수들이 회동해 배터리 공급을 논의한 바 있다.


기업 간 합작사 설립이 협업 모델로 부상하고 있는 점 또한 주목할 만하다. 작년 독일 폭스바겐은 스웨덴 배터리 팩 제조사 노스볼트와 합작법인을 세웠고, 미국 제너럴모터스(GM)도 LG화학과 50대 50 지분의 합작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현지 생산 기지 건설도 가속화 되는 모양새다. 배터리 업체들은 유럽과 미국, 중국 등 주요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생산 현지화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 CATL은 독일 튀링겐주에 첫 해외 공장을 설립했으며, 우리 기업들은 미국·중국·헝가리·폴란드 등에 현지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한편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수직 계열화 움직임이 배터리 업계에 지각 변동을 일으킬 변수로 꼽힌다. 전기차 수요 급증에 따라 향후 '배터리 대란'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자, 완성차 업체들은 배터리 자체 생산을 검토하는 분위기다.

전기차 양산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기존 배터리 업체들만으로는 수요를 충당하지 못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에너지 시장 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내년까지는 세계 배터리 공급이 수요보다 141기가와트시(GWh) 초과할 것으로 관측되나, 2022년 이후부터는 수요와 공급이 역전되면서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배터리 업체들은 이제 완성차 업체들과도 경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는 '로드러너' 프로젝트를 통해 독자적인 리튬 이온 배터리 설계 및 대량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독일 BMW는 자체 배터리 개발을 위해 지난 4년 간 2억유로를 투자해왔으며, 최근 독일 뮌헨에 '배터리 셀 경쟁력 센터'라는 연구·개발(R&D) 시설을 설치했다. 일본 도요타 역시 후지산 인근 연구소에 1조5000억엔(약 16조8000억원)을 투입해 자체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이처럼 완성차 업계가 배터리 직접 생산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미래 수요에 대비한 안정적 공급망 확보 뿐 아니라,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계산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배터리는 전기차 생산 비용의 40~5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이기 때문이다.


왕좌를 지켜라…한국의 과제는?
우리 배터리 산업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으나, 아직 초기 성장 산업인 만큼 앞으로 다양한 변수가 시장 성패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배터리 경쟁의 격화가 예고된 가운데, 우리나라가 현재의 선전을 이어가고 나아가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손 연구원은 5가지 과제를 해결할 것을 주문했다.

배터리 기술 수준 향상이 최우선으로 꼽힌다. 현재 원천 기술 분야에서는 한·중·일 3국이 박빙을 이루는 만큼, 전고체 전지 같은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선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손 연구원은 "핵심 경쟁력을 선점하지 못할 시 시장 점유율이 후퇴할 수 있을 것"이라 경고하기도 했다.

동시에 기존 배터리의 성능 향상도 이루어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손 연구원은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까지는 7~10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므로, 그 전까지는 첨가제를 활용해 배터리 성능을 높이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또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에 대비해 미국·유럽 지역의 신규 수요도 적극 발굴해야 할 것"이라면서,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해외 시장 다변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원자재 조달 안정화 역시 중요한 과제다. 손 연구원은 "공급이 불안정한 리튬·니켈·코발트 등 배터리 원재료들의 해외 공급처를 확보하고, 광물 차원의 장기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책적 지원과 인프라 등 국내 배터리 업계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이 미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손 연구원은 "자동차 산업이 부품과 서비스 중심으로 재편됨에 따라, 선행적 가이드라인 제시와 함께 관련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며 "또한 전기차 충전소 등 부족한 인프라를 확충해 내수시장의 기반을 다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배터리 소재 분야의 원천 기술을 다수 확보한 일본과 최근 특허를 집중적으로 출원하고 있는 중국 사이에서 한국의 입지가 우려된다"고 전하면서 과거 우리나라가 액정표시장치(LCD) 분야 특허 수에서 중국에 밀린 뒤 시장 점유율 1위를 빼앗긴 사례를 인용, "배터리 소재 기술의 특허·상용화 등에 대한 정부의 관심 제고가 필요하다"며 정부 차원의 지지를 거듭 강조했다.

전기차 시대로의 발 빠른 전환을 돕고, 후방·응용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 또한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손 연구원은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에 대응하지 못할 우려가 큰 기존 완성차 부품 업체들을 위해, R&D 및 사업 재편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전기 바이크·비행기·잠수함 등 배터리를 활용한 신산업 개척의 필요성도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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